"그림책=어린이문학? 고정관념 깨는 새로운 이야기 계속 쓸 것"

조현지 | 기사입력 2023/12/05 [11:08]

"그림책=어린이문학? 고정관념 깨는 새로운 이야기 계속 쓸 것"

조현지 | 입력 : 2023/12/05 [11:08]

권정민 작가, '사라진 저녁'으로 대한민국 그림책상 픽션부문 대상
방송작가서 전업한 뒤 현대사회 풍자하는 작품들 선보여

  © 국민정책평가신문 

권정민 그림책 '사라진 저녁' 앞표지

그림책 장르를 흔히 어린이 문학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상은 그림책이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설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 아닌가 싶어요."

올해 처음 시상하는 '대한민국 그림책상'에서 '사라진 저녁'(창비·2022)으로 픽션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권정민(43) 작가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사라진 저녁'은 그림책의 주된 독자층인 어린이는 물론 성인 독자들에게도 현대사회와 인간의 윤리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책이다.

모든 음식이 스마트폰 터치 한 두 번이면 빠르고 손쉽게 배달되는 시대, 도심의 아파트에는 음식 대신 살아 움직이는 돼지 한 마리가 배달된다. '죄송합니다.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요. 직접 해 드세요!'라고 적힌 식당 주인의 쪽지와 함께 도착한 돼지 앞에 돈가스, 감자탕, 족발 등을 주문한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돼지를 지하실로 데려간 주민들은 대책 회의를 열어 돼지를 요리할 궁리를 한다. 씻고, 잡고, 부위별로 나누고, 구워 먹기까지 그럴듯한 계획안을 만들었지만 일은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라진 저녁'은 편리함과 속도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책에서 다뤄진 동물권, 환경, 플랫폼노동 등의 문제는 어린이와 성인이 모두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주제들이다.

  © 국민정책평가신문 권정민 작가

모두가 저녁을 먹으려 하는데 아무도 먹지 못한 채 끝이 나는 이야기예요. 성인이 봐도 아픈 점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지요. 인간을 좀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본 책이라 저는 이 책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글렀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수상 소식에 놀랐습니다."

권 작가는 수상작이 "세상은 점점 편리해져 가는데 사람들은 왜 점점 더 피곤해지는가, 기술과 문명은 점점 발전하는데 사람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해낼 수 있는 일은 왜 적어지는가 하는 생각의 결과물"이라면서 "아이러니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방송작가로 일하다가 2016년 첫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전업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 '엄마 도감' 등을 펴냈다.

아기의 시점으로 엄마의 일상을 기록한 '엄마 도감'(웅진주니어·2021)으로는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 청소년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EBS에서 10년가량 작가로 일했는데 방송국 일을 하며 '내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그림책 장르를 접했어요. 하나의 세계를 그림 한 장, 책 한 권에 함축적으로 담는 작업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후 (그림책 작가 양성) 기관도 다니고 몇 년을 준비한 끝에 2016년 첫 책을 냈어요."

그의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현대사회의 윤리적 문제를 예리한 풍자와 전복적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보림) 역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뒤집어 멧돼지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는 전복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 국민정책평가신문 

권정민 첫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차기작은 '차별'을 들여다본 작품이라고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민주인권 그림책 프로젝트'에 다른 작가들과 함께 참여 중인 권 작가는 이 프로젝트로 곧 출간될 책에 차별 문제를 다룬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기존의 이야기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을 계속 그리고 쓰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그림책 작업을 할 때마다 새 책을 만드는 게 늘 실험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림책이란 이런 거야'라는 고정관념을 경계하면서 계속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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