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신한캐피탈, 대손준비금 반영시 1분기 적자 전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캐피탈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충격이 회계상으로 대거 드러나기 시작하며 기업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금융업 8개 업종 중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2022년) 대비 감소한 업종은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캐피탈, 증권사 등 4개 업종이다.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신용카드 등 나머지 4개 업종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며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큰 업종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특히 저축은행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캐피탈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리츠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에선 이미 지난 1분기 위험 징후가 나타나기도 했다. 메리츠캐피탈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59억1천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596억8천억원)에 비하면 56.5% 감소했지만, 충당금 적립 부담에도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손준비금(383억3천만원)을 반영하면 124억2천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하게 된다. 신한캐피탈 역시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3억6천만원이지만 대손준비금을 반영할 경우 당기순이익은 77억5천만원 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하게 된다.
대손충당금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채권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이다.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금융사가 이익의 일부를 적립한다. 대손준비금은 금융당국의 감독 규정(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제11조)에 따라 쌓아야 하는 돈이다. 규정에 따른 기준금액보다 대손충당금이 적으면 그 차액을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한다.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은 금융사가 건전성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따로 보관해둔 돈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같다. 단 회계상으론 대손충당금은 비용으로, 대손준비금은 이익잉여금으로 처리된다. 대손충당금과 달리 대손준비금은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반면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대손준비금까지 반영한 당기순이익 수치도 주목하는 추세다. 금융 당국이 말하는 충당금은 면밀하게 봐선 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다 합친 금액이기 때문이다. 대손준비금까지 고려한 당기 순이익이 그 기업의 '진짜 순이익'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회계상 숫자보다 실제 현금 흐름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중소형 증권사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천130억원이지만, 대손준비금을 반영한 당기순이익은 572억원으로 49% 줄어든다. 다올투자증권[030210]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은 67억원이지만 대손준비금을 반영하면 45억2천300만원으로 32% 줄어든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보통은 당기순이익과 대손준비금 반영 당기순이익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 지난해 말부터는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이 시행되며 2분기부터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 이런 추세가 더 강화될 것 같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장은 "하반기 캐피탈사의 경우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로 자산건전성이 저하하고 손실 인식이 빨라질 전망"이라며 "증권사는 PF 부실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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