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SM 크리에이티브 총괄 "SM 음악 유산과 K팝의 시작 담아내"
"아직 H.O.T.를 모른다는 말이야?"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가던 인공지능 나이비스(nævis)가 그룹 에이치오티(H.O.T.)에 빠진 소녀 하나에게 노래 '빛'을 소개받는다. PC통신으로 디지털과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나이비스와 하나는 K팝을 매개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이를 계기로 디지털 세계와 현실에는 차츰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이는 첫 버추얼(가상) 가수 나이비스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우선 인공지능과 K팝을 좋아하는 소녀가 종을 뛰어넘어 소통한다는 독특한 줄거리가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H.O.T.와 1세대 아이돌로부터 시작된 K팝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이 나이비스를 돋보이게 만든다. 이는 나이비스의 제작진이 'SM만의 방식'으로 버추얼 가수를 소개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다. 박준영 SM 크리에이티브 총괄은 17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K팝 팬이라면 누구든 흥미를 갖고 궁금해할 수 있는 소재로 SM의 음악적 유산과 K팝의 시작을 나이비스 성장 배경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90년대 당시의 팬 문화와 Y2K(2000년 전후) 감성을 이야기에 녹여냈고, 각종 기록물과 과학적 자료를 무수히 찾아봤다. 덕분에 H.O.T. 노래를 정말 열심히 들었다"고 덧붙였다.
나이비스는 지난 10일 데뷔곡 '던'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솔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사이버 항해사'(Cyber + Navigator)라는 뜻의 이름처럼 디지털 공간과 현실을 넘나드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2017년 SM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출발해 약 7년 만에 데뷔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2020년부터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 속에서 멤버들의 조력자 역할로 인지도를 쌓는 과정을 거쳤다. 박 총괄은 "SM은 팬데믹 기간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부터 디지털 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아티스트의 활동을 예견했다"며 "그 과정에서 버추얼 가수, 비욘드 라이브와 같은 온라인 콘서트 플랫폼 등을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나이비스는 인간과 흡사한 3차원(3D)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2D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외형을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음악 활동을 비롯한 다채로운 플랫폼에서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외형을 설계했다. 캐릭터별 춤 동작 표현에는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했다. 박 총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형이 다양해지며 버추얼 가수도 유튜브나 웹툰 등으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며 "나이비스도 콘텐츠의 특징에 따라 가상 유튜버나 웹툰 주인공 등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플렉서블 캐릭터'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플랫폼-미디어-콘텐츠의 세상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5가지 모양을 한 캐릭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생긴 이후에는 더욱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다는 내부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박 총괄은 "세계관 속 등장인물로 활동할 때와 달리 솔로 아티스트로 데뷔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을 적용해도 나이비스로 보일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여러 스타일의 모습을 적용해 가면서 현재의 5가지 캐릭터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나이비스는 향후 게임, 브랜드 협업 상품 등으로 IP(지식재산)를 확장할 계획이다. 나이비스 IP를 활용한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시작으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에스파와의 합동 무대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나이비스와 에스파는 당분간 각자의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 총괄은 "나이비스가 현실 세계에 온 시점을 기준으로 나이비스만의 세계관과 서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며 "현실 세계의 에스파도, 디지털 세계의 아이-에스파(æ-aespa)도 바빠서 자주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가수가 아직 낯선 팬들에게도 탄탄한 세계관 콘텐츠와 다채로운 활동으로 다가갈 채비를 마쳤다. "플렉서블 캐릭터는 활동 영역의 한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더 다양한 모습으로 즐거움을 드릴 수 있죠. 앞으로 세계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전개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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