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 학생들까지 2차 가해

곽송자 | 기사입력 2018/09/13 [10:03]

스쿨 미투, 학생들까지 2차 가해

곽송자 | 입력 : 2018/09/13 [10:03]

 

같은 학교 또래들 대자보…“어설프게 따라하지 마라”

여성 비하 교사 수업 중 “어리니까 고소 안 할게”

폄하·조롱에 더 큰 상처

중·고등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교내에 붙이는 포스트잇 메모지로 성희롱·폭언 등 인권침해 경험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에 대해 교사나 동료 학생들이 2차 가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인 학생들은 신분이 밝혀져 손가락질받거나 따돌림을 당할까봐 불안해한다.

스쿨 미투가 진행 중인 한 고교의 ㄱ학생은 1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쿨 미투 공론화가 시작된 당일 첫 수업에서 선생님이 ‘이런 미투운동을 일으키는 사람은 심적으로 약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친구들이며, 사소한 행동을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시집 못 간다’고 발언했던 선생님의 경우 수업 중 ‘내가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냐. 그래 그렇게 좋은 말을 왜 미리 안 했나’라고 말하고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지만 어리니까 봐주는 거다’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스쿨 미투에 대한 폄하나 조롱은 교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나왔다. ㄱ학생은 “학교에서 스쿨 미투를 지지하는 말을 하면 ‘네가 글 올렸냐’라거나 ‘나도 너 미투할 거야’라는 식으로 조롱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 교사가 “강간당할 것 같으면 오줌을 싸라. 더러워서 안 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대구의 한 고교에선 학생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스쿨 미투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이 대자보에는 “미투운동은 너네가 싫어하는 선생님들이 했던 말을 왜곡하고 과장해서 하는 게 아니다” “어설프게 따라하지 말고 실명으로 의견을 밝혀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학교의 스쿨 미투 제보 SNS 계정을 운영하는 ㄴ학생은 “제보자들은 다른 학생들이 ‘선생님이 다 잘되라고 해준 말을 왜 그렇게 예민하게 듣냐’는 비판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며 “선생님들은 ‘나도 대자보 올라가는 것 아니냐’고 조롱하듯 발언한다”고 전했다. 또 “신분이 드러난 제보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 한 중학교의 스쿨 미투 트위터 계정 운영자에 따르면, 일부 남학생들이 ‘여자애들이 오버한다’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메갈들이다’라는 말을 하고, 교내에 붙은 포스트잇을 떼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한 교사가 여학생에게 “내 무릎 위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 줄게”라는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스쿨 미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관계자는 “공감과 지지를 나타내는 말도 많지만, 가해 교사가 직접 하는 인정과 사과, 반성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보자의 행실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퍼트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심판하려는 2차 가해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은 그 경험을 알리는 것 자체도 트라우마인데, 이를 두고 쏟아지는 비판이나 조롱은 더 큰 상처를 준다”며 “현실을 감추려 하지 말고,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교사들에 대한 성교육이 실효성 있게 이뤄지도록 하고 정확한 실태 조사를 해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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