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반도체 공장 잡자"… 지자체 5곳 러브콜

김웅진 | 기사입력 2019/02/12 [09:32]

"SK 반도체 공장 잡자"… 지자체 5곳 러브콜

김웅진 | 입력 : 2019/02/12 [09:32]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짓고 중소 협력업체 50여곳과 동반 입주해 일자리 수만 개가 창출될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놓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정부는 늦어도 올해 안에 입지를 결정하고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경기 용인,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 모두 5개 시가 축제를 열고 성명을 내는 등 유치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해당 시장과 도지사는 물론이고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는 지역 전체의 수준이 몇 단계 올라갈 기회다.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에만 향후 10년간 120조(兆)원이 투입된다. 건립 이후에는 연구원, 엔지니어 등 양질의 일자리가 최소 수만 개 확보된다. 지방법인세도 천문학적이다.

'황금알 낳는 반도체'… 전국 5개 市 유치 경쟁

경북 구미는 지난달 30일 구미 국가5 산업단지에서 시·도민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SK하이닉스 유치를 위한 '2019 대구·경북 시도민 상생경제 한마음 축제'를 열었다. 행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장세용 구미시장 등 주요 지자체 관계자와 지역구 의원들이 참석했다. 유치를 위한 결의문 낭독,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까지 했다. 구미시는 행사가 열린 국가5 산업단지 부지를 SK하이닉스에 무상으로 임대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조선비즈

 

 


충남 천안시는 젖소·돼지를 기르던 국립축산과학원이 전남 함평으로 이전하고 남은 419만㎡(약 127만평) 부지에 SK하이닉스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충청남도와 민주당 충남도당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지역은 천안·아산이 적격"이라며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는 이미 입주한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들어오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과 서울·수도권 지역과 가까워 인재 유치에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천은 이미 SK하이닉스의 본사와 D램 공장이 입주해 있는 데다, 인근에 협력사들이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SK하이닉스는 30여년 넘게 이천에 근거지를 두고 사업을 해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공장이 자리 잡고 있는 충북 청주시는 기존 160여개 협력업체와 시너지도 충분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잡으면 양질의 일자리, 막대한 세수 확보 가능

지자체들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는 것을 '대박'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선 일자리가 최소 수만 개 생긴다. SK하이닉스가 작년 10월 완공한 청주 M15 공장의 경우 2023년까지 21만8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71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보다 투자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경제 창출 효과도 훨씬 더 클 전망이다. 막대한 세수(稅收)도 창출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본사가 있는 이천에 지방법인세를 1900억원 납부했다. 이는 작년 이천시가 마련한 예산의 22%다. SK하이닉스가 2015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이천과 청주에 납부한 지방법인세는 각각 3500억원, 1800억원이었다. 그 외 협력업체들의 법인세, 새로 생기는 일자리에서 창출되는 세금까지 포함하면 세수 창출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선뜻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유치전에 나선 지역의 국회의원은 SK하이닉스의 대관(對官) 담당자를 불러 유치 가능성을 직접 묻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도체 업계는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을 우선해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상무는 "지역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지역 결정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