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미국을 배신했다고? 英 합리적 판단했을 뿐

노종관 | 기사입력 2019/02/19 [08:21]

영국이 미국을 배신했다고? 英 합리적 판단했을 뿐

노종관 | 입력 : 2019/02/19 [08:21]

 

뉴스1

화웨이 홈피 갈무리

 


 영국이 화웨이의 '리스크'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화웨이 장비 배제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자 전세계 통신업계가 들썩였다.

특히 한국 언론은 “영국이 미국은 배신했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뽑으며 이 소식을 긴급하게 전했다.

과연 영국이 미국을 배신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영국은 합리적 판단을 했을 뿐이다.

◇ 영국 정부 “화웨이 리스크 통제가능” : 17일(현지시간) 영국의 권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 영국 정부가 화웨이 제품의 보안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FT는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차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보안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영국은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안보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이 예방책을 채택해 중국 장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이 같은 입장은 동맹국에게 화웨이 장비 배제를 촉구하고 있는 미국의 노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스파이웨어를 심는 방법으로 해당국의 정보를 빼가고 있다며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독일 프랑스 영국 추종할 가능성 커 : 특히 영국은 이른 바 '파이브 아이스'의 일원이기 때문에 미국을 더욱 당황케 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영국이 화웨이의 장비를 계속 이용하면 이웃 나라인 독일과 프랑스도 이를 추종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의 반화웨이 캠페인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뉴스1

로버트 해닝언 - 구글 갈무리


◇ 전 英정보기관 수장 "화웨이 배제는 무식한 짓" : 영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전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의 수장이었던 로버트 해닝언이 지난 13일 FT에 한 기고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는 것은 5G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무식의 소치’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2017년까지 이 기관의 수장을 맡았다. GCHQ는 신호 정보를 담당하는 영국의 정보기관이다. 영국 정부와 군대의 정보 보증을 담당하는 보안 기관의 역할도 수행한다.

그는 기고에서 서방이 중국 기술을 쓰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영국 정보기관은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한 증거를 잡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의구심으로 화웨이를 공격하고 있지만 이 또한 순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논리대로라면 중국 기업은 모두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세계는 중국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서방은 중국을 '왕따' 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중국이 새로운 기술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코어 네트워크(정보의 이동을 통제하는 핵심 네트워크)’ 부분에서 영국의 장비를 쓰고 나머지 부분은 화웨이의 장비를 쓸 가능성이 크다. 영국이 코어 네트워크만 장악하면 정보 누출의 염려도 없고, 싼 가격에 화웨이의 장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극히 합리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영국이 미국의 뒤통수를 쳤다는 등의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당초 미국은 화웨이가 정보를 도둑질하고 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화웨이 캠페인을 밀어붙이다 최고의 동맹인 영국의 반발에 직면했다. 미국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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