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 한 봉지 들고 아내에게… 행복이 뭐 별건가

정연수 | 기사입력 2019/04/05 [10:03]

꽈배기 한 봉지 들고 아내에게… 행복이 뭐 별건가

정연수 | 입력 : 2019/04/05 [10:03]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8)

중앙일보

[일러스트 강인춘]

 



어렸을 적엔 ‘행복’이 무엇인 줄 몰랐다.

한창 젊었을 적엔 일에 치여 ‘행복’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인 줄 알았다.

회사를 정년퇴직하고도 ‘행복’은 보이질 않았다.

‘행복’이란 단어는 나이 70을 조금 지나니 그때야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 80이 내일모레로 닥치고서야 비로소 ‘행복’의 단어는

내 앞, 옆 여기저기에 널려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나마 행복을 늦게 서라도 찾았으니 나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겪고 보니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이른 아침잠을 깨어 창을 열고 온갖 식물이 꽃을 피운 베란다로 나왔다.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활짝 켰다. 행복했다.

이윽고 아내가 차려놓은 아침 식탁에 앉아 구수한 청국장을 한 수저 떠먹었다. 행복했다.

오늘 낮엔 이웃에 사는 딸과 사위의 점심 약속이 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아들 녀석도 처가 부모와 점심 약속이 있는 모양이다.

그럼, 그럼! 장인 장모한테도 잘해야지.

그게 모두 행복이란 것이거늘!

일흔아홉 해 넘어서야 찾은 나의 ‘행복’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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