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인디 개발자 “WHO 게임질병 분류 국내 도입 반대”

오준 | 기사입력 2019/05/29 [07:47]

대형·인디 개발자 “WHO 게임질병 분류 국내 도입 반대”

오준 | 입력 : 2019/05/29 [07:47]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게임 개발자 출신 인기 유튜버 G식백과 김성회 씨와 28일 오후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부여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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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협회장, 한국인디게임협회 최훈 협회장,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차상준 지회장,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전명진 회장, 게임 개발자 출신 유튜버 김성회 씨가 참여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협회장은 국내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 조사를 한 결과 게임 과몰입군이 별도의 조치 없이 시간이 지나며 일반군으로 돌아온 점을 언급했다. 또한 이 연구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의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닌 개인의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석희 협회장은 “(만약 게임 과몰입 환자가 있더라도)국내에 이미 여러 형태의 치유 센터가 존재한다”면서 “질병코드를 수용하지 않아도 해결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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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디게임협회 최훈 협회장은 이번 WHO의 질병코드 도입을 단순한 게임 콘텐츠에 대한 악영향이 아닌 전체 문화 콘텐츠에 대한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훈 협회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도 도입되면 순수하게 게임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인디게임 산업 또한 위축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개발자들의 입지가 질병을 만드는 사람들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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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은 “WHO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 직원들은 모두 병자인 셈이다”면서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으며 그동안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이어 “실제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해야 하는 것이라면 사실 사교육에서의 피해자가 가장 많다”면서 “많은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받고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수능과 사교육을 질병으로 몰아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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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은 “제대로 된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조차 만들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재미를 느낀다” 면서 “그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가치를 증명하기도 하고 재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차상준 지회장은 “게임 과몰입이 단순 게임만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질병화를 말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이며 답을 정해두고 인과관계를 찾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바르게 판단해 다수의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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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전명진 회장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게임이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전명진 회장은 “과거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는 방법이 운동이나 공부였지만 지금은 게임인 경우가 많다”면서 “게임이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이코노미스트의 외신 기사를 인용해 “청소년 게임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청소년의 정신 질병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있다”면서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직접적인 범죄 환경 노출이 줄었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를 본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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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식백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성회 씨는 “바둑 과몰입은 중독인지, 프로게이머는 중독인지, 프로게이머 준비생은 게임 중독인지 등 무엇을 게임 중독으로 봐야 하는 건지 기준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게임 과몰입을 중독으로 분류했다는 설명이다.

김성회 씨는 “새로 생기는 문화는 늘 기성세대에게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지만 너무 과도하면 그 문화가 죽을 수도 있다”면서 “게임이 그런 상황까지 가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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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선 게임 제작자 그룹은 "게임 제작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향후 대국민 인식 개선 사업 및 국민참여 운동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현재 보건복지부 주도가 아닌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민관 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게임제작자 대표 그룹은 게임 질병도입 반대 공동대책 위원회와 함께 연대하여 앞으로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끝까지 동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기자회견 공동 성명서 전문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을 치명적인 중독 물질로 규정한 WHO의 게임질병 코드 부여 결과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을 적극 반대한다.

국내 게임 산업이 태동한 후 지난 30여년간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은 아이들의 놀이’라고 치부해왔던 척박한 환경에서도 새로운 문화 산업의 신 개척자라는 사명감과 문화 콘텐츠 수출 분야에서도 1등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 및 제작해왔으며, 그 결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게임 제작 기술 보유 국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우리는 몇 해 전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포함시키고 그 가치를 폄하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막아내며 굳건히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의 지위를 지켜왔으나, 게임을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치명적인 중독 물질로 치부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기에 아래와 같이 선언을 발표하여 게임의 가치를 지켜 내고자 한다.

선언

하나. 게임은 대중과 함께 숨쉬는 콘텐츠이다.

게임은 전체 국민의 70%가 이용하고 있는 건전한 국민 대중 문화이자 국민 놀이 문화이다. 국민 다수가 즐기는 게임과 게임을 행할 자유를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하나. 게임은 창의적인 콘텐츠이다.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만나는 문제에 대한 해결 과정을 통해 창의력이 배양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콘텐츠이다.

하나. 게임은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콘텐츠이다.

사용자는 플레이 중 주도적 학습의 과정을 스스로 터득하고, 학습 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끼게 되며, 새로운 학습 체계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하나. 게임은 예술적 가치를 포함하는 콘텐츠이다.

게임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사실적, 초사실적, 은유적, 낭만적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 예술적 가치를 포함한다.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기술적 기반 위해 문학, 미술, 음악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융복합 콘텐츠이다.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조차 사회적 합의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언론 및 방송에서 게임 중독 대신 ‘게임 과몰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의 아이들이 원하는 세상의 놀이터는 어른들이 뛰어 놀았던 운동장과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 만이 아니며, 무한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이미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발전하면, 살아가는 환경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다만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과몰입되어 있다면, 그것은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과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 그래서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환경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있으면 안 되는 나쁜 게임이 아닌, 있어서는 안 되는 나쁜 환경을 해결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한다.

연합신보 사회부 국장으로 다소 활용과
파이낸셜신문 - e중앙뉴스 논설위원으로 많은 작품 기고 하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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