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 우려도 맛깔나네… 더 유쾌해지고 더 뭉클해진 애니 명작

이순표 | 기사입력 2019/06/20 [07:52]

네 번 우려도 맛깔나네… 더 유쾌해지고 더 뭉클해진 애니 명작

이순표 | 입력 : 2019/06/20 [07:52]

 

새로운 캐릭터 '포키' 등장… 존재의 성찰·여성상 변화 그려

어떤 시리즈는 완결을 잊고 진화한다. "잘 가, 파트너!" 전작 '토이 스토리3'에서 주인공 우디(톰 행크스)는 이렇게 작별 인사로 안녕을 고한 듯했지만,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감독 조시 쿨리)는 24년을 굴러온 시리즈가 어떻게 낡지 않고 생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의 쾌활한 입담에 웃음이 터지고 화려한 액션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건 기본. 장난감이 등장하는 만화영화라고 아이들 전유물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이번엔 버려진 장난감 이야기를 통해 존재론적 성찰까지 그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던 '토이 스토리'가 20년을 넘는 시간을 건너오면서 또 다른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진화를 거듭하는 '토이 스토리'

4편은 대학생이 된 앤디가 꼬마 보니에게 장난감 친구들을 물려주는 장면에서 다시 시작한다. 쓰레기로 만든 인형 포키라는 새 캐릭터가 그중 백미(白眉). 버려진 포크에 보니가 눈과 팔다리를 엉성하게 붙여 만든 포키는 자신을 장난감이 아닌 쓰레기라고 생각해 시도 때도 없이 휴지통으로 들어가려 하고, 우디와 다른 장난감들은 포키를 붙잡기 위해 좌충우돌한다. 귀여운 모험담 같지만 한 꺼풀 들춰보면 언젠가 버려질 장난감들의 운명을 곱씹는 진지한 성찰이자 이들의 존재론적 공포를 비튼 유쾌한 장면이다.

조선일보

시리즈의 주인공인 카우보이 우디(왼쪽)와 버려진 일회용 포크로 만들어진 포키(오른쪽 아래). 포키는 "나는 장난감이 되고 싶지 않다"며 쓰레기통으로 뛰어든다. 오른쪽 위는 이전 시리즈부터 등장한 우주 전사 버즈와 카우걸 제시.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토이 스토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화두를 던져왔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만드는 첨단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을 보여준 만화영화인 동시에, 우리가 찾아나서야 하는 새 가치가 무엇인지 웅변한다. 주인에게 선택되고 또 버려지는 장난감의 모습은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우리 삶을 천진하게 품는 우화이기도 하다.

달라진 시대상을 비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드레스를 입고 나왔던 도자기 인형 보핍이 이번 4편에선 저돌적인 해결사로 돌변한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야생에서 살아남은 이 인형은 아가씨 같던 모습을 버리고 난폭하게 스컹크 자동차를 모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몇몇 장난감이 직접 주인을 택하는 모습에선 이들도 성장하고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언제나 네 곁에 있겠다"던 우디가 택한 마지막 대안은 특히 뭉클하고 신선한 감동을 안긴다. 속편이 또다시 기대되는 이유다.

◇개봉 전부터 뜨거운 반응

해외 반응도 뜨겁다. "감동적이고 요란하게 웃기고 모험이 가득한 데다 심오하기까지 하다"(CNN) "더 깊어졌고 훨씬 예술적이다"(버라이어티) 같은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 MX관에서 진행된 시사회에선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제가 아닌 일반 영화관에선 보기 드문 광경. 개봉 전 반응도 심상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을 이틀 앞둔 18일 오후 9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은 27.5%로 이미 3위 '기생충'(9.4%)을 앞질렀고 1위 '알라딘'(37.7%)을 추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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