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외산 헬기 의존 탈피해야”국내 유일 항공기 제조사 KAI, 기술 끌어올렸다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20/07/27 [07:04]

…“정부·지자체, 외산 헬기 의존 탈피해야”국내 유일 항공기 제조사 KAI, 기술 끌어올렸다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20/07/2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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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18일.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등 항공기 제작 3사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김대중 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던 민간 항공업체들을 통합하라며 제안한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이 통합법인은 3사가 동일 지분을 출자해 설립해 만든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 방위사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KAI는 김대중 정부 당시 추진된 빅딜 중 몇 안되는 성공 사례다. LG반도체와 합병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는 통합 후 재무 위기를 맞았고 대우의 전자사업, 삼성의 자동차사업 교환은 결국 무산됐다. 반면 KAI는 국내 전투기와 다목적 헬기를 개발, 생산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KAI의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KT-1’과 다목적 헬기 ‘수리온’ 그리고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등은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15년 10만원을 넘봤던 주가는 현재 2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잘 나가던 KAI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KAI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인 2017년 7월 방산 비리의 타깃으로 지목되면서 쑥대밭이 됐다. 정부는 방산비리를 4대강, 자원외교와 묶어 '사자방'이라 부르며 적극적으로 논란을 키웠다. 방산업체 가운데 첫 타깃이 된 KAI에 대한 수사가 3개월가량 계속됐다. 분식회계 논란이 크게 불거졌고 당시 김인식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사원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결빙, 낙뢰보호 기능과 비행 안전성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장에게 "수리온의 결빙환경 운용능력이 보완될 때까지 전력화를 중단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감사가 검찰의 압수수색, 분식회계 의혹으로 번지면서 KAI의 글로벌 이미지도 덩달아 추락하기 시작했다. KAI는 당시 해외 수주, 내수 사업이 모두 중단되면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T-50 수입을 검토하던 아르헨티나, 태국은 수입을 재검토했고 미국, 페루, 보츠와나로의 수출길도 모두 막혔다.

그런데 KAI에 대한 감사원과 방위사업청의 조사는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2018년 수리온의 체계결빙 시험이 통과됨으로써 감사원의 제기한 기술적 의혹들도 해소됐다. 당시 방위사업청이 주관한 감항인증 심의위원회에서 수리온은 영하 30도의 결빙지역에서 운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헬기 중 결빙 운용능력이 가장 뛰어난 UH-60 블랙호크와 동급 수준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한번 훼손된 기업 이미지의 피해는 상당했다. 2017년 KAI는 영업손실 2088억원, 당기순손실 2351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 1463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18조원 규모의 미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에 실패하는 등 내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비리로 단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 집약체인 항공기 개발 특성 상, 한번의 실수를 비리로 낙인찍으면 누가 개발에 나서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도 책 ‘축적의 길’에서 "기술 선진국이 되려면 오랜 시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경험을 쌓고 축적하는 ‘스케일업(scale-up)’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국방 자립을 이루려면 기술이 미흡하더라도 정부가 집요하게 믿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항공기 부품업체 대표 또한 "미국 정부는 자국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27조원 규모의 전투기 조달 계약을 보잉과 체결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항공기 주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부양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는 외국산 헬기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 기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여전히 국산 헬기인 수리온을 도입하는 정부기관, 지자체도 드문 편이다. 정부기관부터가 해외 수입을 선호하다보니, KAI가 설 자리를 찾기도 힘들다. 현재까지 정부 기관이 구매 계약한 국산 헬기는 소방헬기 2대, 경찰헬기 8대, 산림헬기 1대, 해경헬기 3대로 총 14대뿐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민수사업이 무너지면서 군수물량이 없다면 생존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조선비즈

TA-50이 이륙을 하고 있다/KAI제공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KAI 제품 사용을 늘리거나, 해외와 절충 무역 방식을 내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항공기 도입을 고려하는 국가들은 해당 항공기를 개발한 국가의 자국 내 운용 실적을 기종의 우수성과 운용 효율성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조진수 항공우주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수리온과 해외 헬기를 비교하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기 때문에 도입 비용은 외국 헬기가 더 저렴할 수 있지만 개조·개량·수리 등 전체 비용을 따져보면 장기적으로 국산 도입이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수 없는 수출은 있을 수 없다"며 "고용이 유지돼 전문인력을 잃지 않을 수 있고, 방산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내수를 늘리며 기술을 축적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KAI는 지속해서 신뢰도를 높이고 국내외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KAI는 지난달 29일 방위사업청과 TA-50 전술입문용훈련기 2차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16개국 대사와 외교 관계자에게 참수리 경찰헬기를 탑승하고 성능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호평을 얻기도 했다.

안현호 KAI 사장은 "고객 국가의 눈높이에 맞춘 항공기 개발과 생산, 후속 지원으로 각국의 항공기 운영과 국방력 증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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