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질 때까지 침묵하는 '간', 최선의 치료법은 이식입니다"

오은서 | 기사입력 2020/08/10 [09:18]

"망가질 때까지 침묵하는 '간', 최선의 치료법은 이식입니다"

오은서 | 입력 : 2020/08/10 [09:18]

 '간질환 명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김범수 교수

간질환은 초기에 발견하면 내과적 치료나 간절제술 등이 우선적으로 이뤄진다. 간암의 경우에도 종양의 크기가 작다면 일부를 제거하기만 해도 완치를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간질환, 특히 간암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간이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병이 진행된 말기 간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은 간이식이다.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김범수 교수를 만나 간질환의 외과적 치료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김범수 교수가 간이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경희대병원 제공

Q. '간절제술' 만으로도 간암을 치료할 수 있나요?

A. 간질환의 대표적인 외과 치료로는 '간절제술'과 '간이식'이 있습니다. 간절제술은 종양이나 병변이 있는 곳을 잘라내는 수술로, 간경변증이 심하지 않거나 암세포가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을 때 시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간암의 초기 진단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간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간절제술은 이름 그대로 간을 일부 절제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간의 크기가 줄어들어 정상적인 간 기능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간이식이 필요한 간질환은 어떤 게 있나요?

A.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입니다. 말기 간질환은 B·C형 간염, 알콜성 간질환, 자가면역성 간질환, 간암 환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말기 간질환자의 경우, 여러 합병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내과적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간이식을 시행합니다. 손상된 간을 전부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이식하기 때문에 중증 간이식 환자에겐 완치를 노려볼 수 있는 최선의 치료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간이식 후에도 원인 질환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간염이나 간암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공여자와 수혜자는 어떤 조건이 맞아야 하나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액형과 간의 크기입니다. 우선 공여자의 경우, 간의 상태와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의학적 검사를 하게 됩니다. 보통은 우측 간과 좌측 간의 비율이 6:4 정도인데, 이때 우측 간을 기증하게 됩니다. 건강에 특별히 문제가 없는 젊은 성인은 간의 30% 정도만 있어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해부학적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간은 다른 장기에 비해 해부학적 변이가 많아서 이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혈장교환술이 발전하면서 혈액형 불일치 이식도 가능해졌습니다. 가족 중에 혈액형 일치자가 없다면 이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생체 간이식은 보통 공여자의 오른쪽 간을 절제해 수혜자에게 이식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Q. 간이식 수술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뇌사자 간이식은 우선, 수혜자의 병든 간 전체를 제거합니다. 이때 뇌사자의 간은 담관·간정맥·간동맥 등 혈관들을 포함해서 가져와 수혜자에게 연결하기 좋도록 미리 깔끔하게 준비작업을 한 후, 준비된 간을 수혜자의 몸속에 넣고 혈관을 이어줍니다. 생체 간이식은 보통 공여자의 오른쪽 간(전체의 60~65% 정도)을 절제해서 혈관을 연결합니다. 혈관을 연결하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간의 일부이기 때문에 크기가 더 작아지므로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술입니다.

Q. 뇌사자 간이식·생체 간이식을 받았을 때 예후는 동일한가요?

A. 보고에 따르면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의 수술 성적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뇌사자 간이식의 경우 공여자가 적어서 위독한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이식이 진행되는데요. 위독한 환자일수록 수술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뇌사자 간이식은 전체 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체 간이식보다 간의 크기가 커서 수술 자체의 난도는 낮지만,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을 때 진행하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출혈이 더 많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많습니다.

간이식 후에는 거부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Q. 간이식 후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게 있나요?

A. 간이식을 받은 직후에는 출혈, 감염 등을 의료진이 면밀히 관리합니다. 회복 후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작용을 주의해야 하는데요. 면역억제제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발병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존 질환의 재발이나 감염도 유의해야 합니다. 3개월 동안은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사람이 많은 장소는 조심합니다. 회 등 날음식을 먹거나, 간에 좋다는 약제를 의사 허락 없이 처방받아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백신도 의사와 간이식을 진행한 의사와 상의한 후 맞아야 합니다.

Q. 면역억제제는 평생 복용해야 하나요?

A.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줄이거나 먹지 않는 환자도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부반응이란 이식 받은 장기를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공격해 나타나는 반응을 말합니다. 면억억제제는 우리 몸이 스스로 이식받은 간을 공격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므로 이식을 받은 사람은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상당한 양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면 소량으로 줄어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관용'이라는 게 생기면서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정도로 줄일 수 있습니다.

Q. 간질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어렵게 이식받은 간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간을 오랫동안 잘 써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의사의 지시에 따른 면역억제제 복용, 식습관 조절, 금주 등을 잘 지키셔서 간을 소중히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술은 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데요. 만성적으로 지방간이 심한 상태에서 폭음을 반복하면 '알코올성 간염'이 빠르게 진행돼 단기간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 음주량이 많고, 검붉은 소변, 잦은 피로감, 황달 등 간질환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김범수 교수가 간이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경희대병원 제공

-김범수 교수는?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울산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지냈다. 현재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이자 외과중환자실 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 미네소타 메이요클리닉 교환교수이기도 하다. 간, 담도, 췌장 관련 질환 및 간이식을 전문분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 대한이식학회, 대한간학회,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 회원, 한국간담췌외과 편집위원, 대한간암학회,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에서 이사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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