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못 했을 것 팬데믹 속 캣츠 공연 한국이라 가능"

오은서 | 기사입력 2020/10/22 [07:14]

"미국선 못 했을 것 팬데믹 속 캣츠 공연 한국이라 가능"

오은서 | 입력 : 2020/10/22 [07:14]

 40주년 맞아 내한 공연 주연 3명 "관객 눈만 바라봐도 힘 솟아요"

올해 40주년을 맞은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팀의 모습. 왼쪽부터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에스앤코 제공


내한 뮤지컬 ‘캣츠’에서 올드 듀터러노미를 연기하는 미국 국적의 브래드 리틀이 20일 인터뷰를 시작하며 말했다. “미국이었다면 팬데믹 상황에서 이렇게 큰 공연은 못 했을 겁니다. 한국이라 가능했어요.” 나란히 앉은 조아나 암필(그리자벨라 역)과 댄 파트리지(럼 텀 터거 역)도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40주년을 맞아 내한한 뮤지컬 ‘캣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공연장이 셧다운 된 상황에서 K방역으로 신뢰를 얻은 한국이기에 성사된 공연이다. 암필은 “뮤지컬 산업이 지속할 수 있도록 끈을 놓지 않은 한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198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T.S.엘리엇의 시에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을 입히고, 질리언 린의 안무를 더한 작품이다.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에 모인 젤리캣들의 이야기로, 20여 곡에 이르는 넘버는 고양이 각자의 독특한 삶을 반영했다.

 

지난 7월 개막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팬데믹 상황은 나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름가량 앞둔 상황에서 거리두기는 2.5단계까지 격상했다. 핵심은 ‘캣츠’의 정체성이었다. 객석까지 극장 전체를 고양이 놀이터로 활용하는데, 자유분방한 고양이들을 무작정 풀어놓을 수는 없었다.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카드는 고양이 분장을 옮겨 놓은 ‘메이크업 마스크’다. 개막 일주일 전 긴박하게 나온 대책이다. 리틀은 “예술을 예술로 승화하면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미션 중에도 출몰하는 고양이들과 호흡하는 건 ‘캣츠’의 묘미다. 원래대로라면 관객과 포옹을 나누곤 하지만, 지금은 그루밍(고양이가 정서적 안정을 찾기 위해 하는 행동)을 하거나 ‘야옹’ 울어 대는 정도다.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리틀은 고개를 저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주한 관객이라 눈만 바라봐도 힘이 돼요.”

 

마스크를 쓰고, 방역 수칙을 지키는 고양이들이라니. 여러 제약을 이겨내려는 듯 무대는 역동적이다.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내려놓은 ‘캣츠’는 그 틈을 로이드 웨버의 음악과 윈드밀, 아크로바틱 등 모든 장르의 안무를 동원해 가득 채우는데, 올해는 군무가 한층 진화했다. 파트리지는 “몸의 한계를 느꼈다”며 웃었다

 

세트도 환상이다. 객석이 아닌 무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고양이들의 공간인 쓰레기 더미에 공을 들였다. 여기서 뛰노는 고양이들의 몸짓은 매혹적이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게 숙련된 배우들의 동작은 고양이 그 자체다. 파트리지는 “손목을 살짝 돌릴 때도 신경 써야 한다”며 “모든 고양이의 움직임이 다 다르다. 몸집이 큰 고양이는 굼뜨고, 새끼 고양이는 두려움이 없다. 나 같은 청년 고양이는 동작이 크고 공격적”이라고 말했다.

 

40주년과 팬데믹. 영광과 위기를 동시에 떠안은 ‘캣츠’의 가치를 묻자 암필은 “침체한 사회에서 공연이 갖는 힘이 있다”며 “큰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 6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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