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검찰 덮어, 어떤 결과 내놔도 공정 의심 받을 것"

김석순 | 기사입력 2020/10/23 [07:44]

"정치가 검찰 덮어, 어떤 결과 내놔도 공정 의심 받을 것"

김석순 | 입력 : 2020/10/23 [07:44]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2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라임 수사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이날 대검찰청 국정감사 개회 5분 전인 오전 9시55분쯤 검찰 내부 통신망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을 수사 중인 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 며칠 동안 고민하고 숙고하다 글을 올린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윤 총장이 라임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지휘하지 않았다는 법무부 발표에 대해 “검사 비리는 김봉현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를 하지 않았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경 전임 남부지검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면담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또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고, 8월31일 그간의 수사 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비판하며 윤 총장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그 사건의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정치권과 언론이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해 남부지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검사는 “지난 국감 때 야당 의원으로부터 모욕적 공격을 받고 친정권 검사로 언론에 분류되는 상황도 (향후 수사에서) 부담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윤 총장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을 언급하며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부도 규모에 비해서는 2011년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할 때에 비해 규모가 적긴 하지만 수사 내용은 풍부하고 남부지검 수사팀이 박순철 검사장 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수사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은 의정부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올 1월 윤 총장의 장모를 기소한 후 8월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이 때문에 박 지검장은 검찰 안팎에서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돼 왔다. 이런 박 지검장이 취임 72일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라임 수\사 및 수사지휘권 행사와 관련해 윤 총장 입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추 장관이 곤혹스럽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 장관은 “라임 관련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여야 할 중대한 시기에 상급기관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철저한 수사에 관한 책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금명간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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