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레퍼토리 정복하고 싶어요"'아이돌 피아니스트' 16세 임윤찬의 꿈

오은서 | 기사입력 2020/10/27 [09:55]

"모든 레퍼토리 정복하고 싶어요"'아이돌 피아니스트' 16세 임윤찬의 꿈

오은서 | 입력 : 2020/10/27 [09:55]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롤모델로 다닐 트리포노프를 꼽으며 “바로크부터 현대 곡까지 거의 모든 레퍼토리를 점령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그런 연주자가 되길 꿈꾼다는 당찬 포부도 덧붙였다.에스트로 스튜디오 제공

 

 

 

피아노 앞에선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카리스마를 내뿜는 연주자였지만 대기실에서 만난 임윤찬은 열여섯이라는 나이보다도 훨씬 앳돼 보였다. 수줍은 듯 차분한 말투를 이어 가다가도 음악과 피아노 이야기엔 유독 힘이 들어갔다.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만났다. 1년 사이 뭐가 달라졌을까 물었더니 “공연이 조금 많아졌을 뿐”이라고만 했다. 어떤 무대에 서든 하루 여섯 시간 이상 꾸준히 연습하고 작품을 즐기는 자신은 그대로라면서다. “콩쿠르도 콩쿠르라고 의식하지 않고 곡에 빠져들어 무아지경으로 연주를 하도록 연습한다”고 했다.

 

일곱 살에 처음 만진 피아노에 매료된 소년은 재능과 노력에 흥미까지 모두 갖추며 빠르게 성장했다. 열한 살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하고 국내 유수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임윤찬은 피아니스트 김대진으로부터 ‘리틀 라두 루푸(루마니아 피아니스트)’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의 연주는 화려하기보단 정갈한 느낌이 들 만큼 곡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매력으로 꼽힌다.

 

“곡마다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소리를 내고 싶다”며 “악보에 적힌 모든 것을 다 지켜 가면서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한 연주를 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마치 게임 속 주어진 미션을 달성하듯 한 음 한 음을 따라가며 곡을 쓴 음악가와 소통하는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감정만 넣어서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머리를 쓰고 설계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곡이 작곡된 배경이나 당시 작곡가의 상태를 아주 중요하게 연구하죠.”

지난 1월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금호영재오프닝콘서트에서 임윤찬이 바흐 신포니아를 연주하고 있다.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무엇보다 악보 속 미션들을 ‘정말 좋아서’ 깨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 보였다. 피아노를 치는 게 무엇보다 좋고, 쉬는 시간에도 음악을 들을 정도로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당찬 10대 연주자의 목표는 이 세상 모든 레퍼토리를 정복하는 것이다. 롤모델로는 러시아의 다닐 트리포노프를 꼽았다. “바로크부터 현대 곡까지 거의 모든 레퍼토리를 점령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전설적인 레코딩을 들으면 저도 그렇게 치고 싶고 그 정도 레벨로 치면 어떤 느낌이 들지 굉장히 궁금하다”며 피아노에 빠져든 이유를 말할 때도 의지가 묻어난다. 그런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선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는 데도 일찌감치 수긍했다.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포기할 것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 또래가 하는 걸 제가 못한다고 해서 제가 불쌍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피아노를 위해선 포기하는 게 당연하죠.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주변에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도 않고요.”

 

임윤찬은 오는 29일 콩쿠르에서 함께 받은 박성용영재특별상 수상 기념 독주회에서 베토벤 소나타 13번 ‘환상곡풍의 소나타’와 14번 ‘월광’, 리스트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순례의 해 2년 ‘이탈리아’ 전곡을 연주한다. 올해 상반기 이탈리아가 코로나19로 극심한 고통에 빠졌을 때 이 곡을 치기로 결정했다는데, 보통은 ‘단테 소나타’ 한 곡이 자주 연주되지만 이례적으로 전곡을 모두 선보인다. “전체 그림을 다 그려보고 싶어서”라며 8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전곡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다른 위대한 예술가들은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곡을 올리기 때문에 제가 준비한 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멋쩍어하기도 했다.

 

베토벤이 청각을 잃어가던 시기 쓴 피아노 소나타 13번과 14번으로 관객들에게 위로를 선물하고도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월광’(14번)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2분의 2박자에서 셋잇단음표를 균일하게 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월광’이란 제목은 베토벤 사후에 붙은 탓에 그 이미지를 지우고 베토벤의 생각만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에게 베토벤을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물었다. “‘월광’ 악보에 보면 1악장 전체를 페달을 떼지 않고 밟으라고 하는데 지금 피아노로 그렇게 연주하면 굉장히 지저분하거든요. 혹시 바꿀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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