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안녕 기원하는 내용 …왕후 글씨로 두 번째 보물 지정

오은서 | 기사입력 2020/11/19 [08:28]

가문의 안녕 기원하는 내용 …왕후 글씨로 두 번째 보물 지정

오은서 | 입력 : 2020/11/19 [08:28]

 

효의왕후 글씨가 담긴 책 표지와 오동나무함

 

효의왕후 발문.

 

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선원제전집도서 목판.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

 

가문의 안녕 기원하는 내용 …왕후 글씨로 두 번째 보물 지정

문화채정, 대형불화·사찰 목판 등 4건도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

정조 비 효의왕후(孝懿王后·1753∼1821)의 한글 글씨가 보물이 된다. 2010년 ‘인목왕후 어필 칠언시’가 보물(제1627호)로 지정된 후 왕후 글씨로는 두 번째 사례다.

문화재청은 효의왕후 김 씨의 한글 글씨를 비롯해 대형불화, 사찰 목판 등 5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효의왕후 어필(御筆) 및 함(函)-만석군전·곽자의전(萬石君傳·郭子儀傳)’은 가문의 평안과 융성함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효의왕후가 한글로 쓴 ‘만석군전’과 ‘곽자의전’ 본문, 효의왕후의 발문과 왕후의 사촌오빠 김기후의 발문이 담긴 ‘곤전어필(坤殿御筆)’이란 제목의 책과 이를 보관한 오동나무 함으로 구성된다. 함에는 ‘전가보장’(傳家寶藏·가문에 전해 소중하게 간직함), ‘자손기영보장’(子孫其永寶藏·자손들이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함)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어 가문 대대로 전래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효의왕후 김 씨는 좌참찬 김시묵(金時默)의 딸로, 1762년(영조 38) 세손빈으로 책봉되었다. 시어머니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를 지성으로 모셨으며, 일생을 검소하게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자녀를 두지 못한 채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효의왕후는 조카 김종선에게 중국 역사서인 한서(漢書)의 ‘만석군석분’과 당나라 역사책인 신당서(新唐書)의 ‘곽자의열전’을 한글로 번역하게 한 후 그 내용을 1794년 필사했다.

‘만석군전’은 한나라 때 석분이란 인물이 벼슬을 하면서도 사람들을 공경하고 예의를 지켰고, 자식을 잘 교육해 아들 넷이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녹봉이 만석에 이를 정도로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내용이다. ‘곽자의전’은 안녹산의 난을 진압하고 토번(吐蕃·티베트)을 치는 데 공을 세운 당나라 장군 곽자의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곽자의는 노년에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의 상징이다.

 

효의왕후는 이 두 자료를 필사한 이유에 대해 ‘충성스럽고 질박하며 도타움(忠樸質厚)은 만석군을 배우고, 근신하고 물러나며 사양함(謹愼退讓)은 곽자의와 같으니, 우리 가문에 대대손손 귀감으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발문에서 밝혔다.

문화재청은 “왕족과 사대부 사이에서 한글 필사가 유행하던 18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이자 정제되고 수준 높은 글씨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왕후가 역사서의 내용을 필사하고 발문을 남긴 사례가 극히 드물고, 당시 왕실 한글 서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국문학, 서예사, 역사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이번에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한 경남 ‘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固城 玉泉寺 靈山會 掛佛圖) 및 함(函)’은 1808년 화승 18명이 참여해 제작한 것으로, 높이 10m 이상의 대형불화다. 석가여래삼존과 석가의 제자인 아난존자와 가섭존자, 부처 6존이 그려져 있다. 화기(畵記)에 ‘대영산회’(大靈山會)가 적혀 있어 그림이 영산회 장면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또 옻칠한 괘불함은 다양한 모양의 장석과 철물 장식이 잘 보존돼 있다.

문화재청은 “전반적으로 18세기 화풍을 계승하고 있는 가운데 색감, 비례, 인물 표현 등은 19세기 전반기 화풍이어서 불교회화사 연구에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 예고 대상에는 경남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3건도 포함됐다. 문화재청이 비지정 사찰 문화재의 가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관리를 위해 시행하는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를 통해 찾아낸 유물이다.

우선 ‘선원제전집도서 목판(禪源諸詮集都序 木板)’은 지리산 신흥사 판본(1579)과 순천 송광사 판본을 바탕으로 1603년 승려 약 115명이 참여해 총 22판으로 제작됐다. 문화재청은 “현존하는 동종 목판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르고 희소성, 역사·학술·인쇄사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圓頓成佛論·看話決疑論 合刻 木板)’은 고려 승려 지눌(1158∼1210)이 지은 불경인 ‘원돈성불론’과 ‘간화결의론’을 1604년 지리산 능인암에서 판각해 쌍계사로 옮긴 목판으로 총 11판이 모두 갖춰져 있다. 병자호란(1636) 이전에 판각된 관련 경전으로는 유일하게 전해지는 목판이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大方廣圓覺修多羅了儀經 木板)’은 1455년에 주조한 금속활자인 을해자(乙亥字)로 간행한 판본을 바탕으로 1611년 능인암에서 판각돼 쌍계사로 옮겨진 불경 목판으로, 총 335판의 완질이 전래하고 있다. 역시 병자호란 이전에 조성된 경판으로서 희귀성이 높고 조성 당시의 판각 조직체계를 비롯해 인력, 불교사상적 경향, 능인암과 쌍계사의 관계 등 역사·문화적인 시대상을 조명할 수 있는 기록유산이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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