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밥집서 일하던 '난민 신청' 美 시인..서울서 일자리 잡았다

김석순 | 기사입력 2020/11/25 [08:43]

케밥집서 일하던 '난민 신청' 美 시인..서울서 일자리 잡았다

김석순 | 입력 : 2020/11/25 [08:43]

 

A(앞줄)씨는 한국에 들어온 뒤 자신이 겪은 일을 매일 개인 PC에 정리한다. 나중에 시로 풀어내기 위해서다. 홍주민 목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난민 신청까지 한 미국인이 마침내 일자리를 찾았다.

한국에 들어온 뒤 수개월째 노숙생활을 한 미국인 A는 최근 서울의 한 세차장에서 일하고 있다. 오전 7시 숙소가 있는 수원에서 출발한다. 서울 세차장에서 온종일 차를 닦다 오후 늦게 수원으로 돌아온다. 왕복 3시간이 넘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하지만 A는 "구직 40여일에 만에 얻은 일자리"라며 웃었다.

수원 난민 쉼터를 운영하는 홍주민 목사 등에 따르면 A는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고국인 미국이 흑인에게 안전하지 않고, 코로나 19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이라면 안전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난민 심사결과가 나오기 전 수중의 돈이 바닥났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거리의 삶을 고집했다. 갈 곳 없는 그에게 홍 목사가 손을 내밀었다.


미국에서 8년간 시인 활동

A씨가 미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낸 시집. 홍주민 목사 제공

 

수원으로 홍 목사를 따라간 A는 “차근차근 일자리를 구해보자”는 설득에 마음을 열었다. 미국에서 낸 시집을 홍 목사에게 건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8년간 작가로 활동한 그는 시를 쓰며 미국 생활이 자신과 안 맞는다는 생각이 굳어졌고 한국 행을 택했다고 한다.

일단 홍 목사가 운영하는 케밥 가게에서 일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기로 했다. 그러나 지원하는 곳마다 “흑인이다, 냄새가 난다, 한국말을 못한다” 등의 이유로 그를 거절했다. 서울의 한 세차장 사장이 A를 받아들이면서 극적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이 세차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5명이 일하고 있다. 그렇게 A는 세차장 수습직원으로 한국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뎠다.

최근 A는 일하는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홀로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홍 목사에게 추천받은 이로부터 1대1로 한국어를 배운다. 난민심사를 재신청한 그는 곧 면접을 앞두고 있다. 앞서 A는 인천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심사 결과를 전달받았다. 박해받을 사유나 공포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불인정 통보를 받은 다음 날 A는 바로 난민심사를 다시 신청했다. 재심사에서 다시 떨어지면 행정소송 등도 고려할 계획이다.

홍 목사는 “A가 기다리다 지치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일자리를 구해서 다행”이라며 “A가 나중에 시로 쓰겠다며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매일 개인 PC에 적어왔는데 요새 보질 못했다. 일에 익숙해지면 다시 기록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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