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노조 "근로자성 인정 고무적…공영방송이 기준 돼야"

김석순 | 기사입력 2022/01/14 [09:01]

방송작가노조 "근로자성 인정 고무적…공영방송이 기준 돼야"

김석순 | 입력 : 2022/01/14 [09:01]

김한별 지부장 "방송사들, 사장면담 요청에 무성의 대응…아직 갈 길 멀어"
"시스템 변화 필요…영국 BBC, 제작비 일정 비율 스태프 임금으로 책정"(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한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방송작가유니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jin90@yna.co.kr

 
김한별 방송작가지부장, 연합뉴스와 인터뷰

 김한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방송작가유니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150명이 넘는 방송작가가 한꺼번에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건 처음이니까요."
    김한별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상파 방송 3사 대상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보도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방송작가 중 363명을 대상으로 8개월간 근로감독을 실시한 뒤 그중 152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지부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방송작가유니온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많은 수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놀랐다"며 "근로감독을 시작하기까지 작가들이 다퉈온 일련의 사건들이 차곡차곡 모여 결실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지상파 3사 방송작가 중 일부만 감독 대상이 됐다는 점과 이들 중 약 60%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40%와 그렇지 못한 60%는 (근로 환경에 있어서) 차이가 거의 없다"면서 "노동청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판정한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한별 민주노총 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지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방송작가유니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jin90@yna.co.kr
인터뷰하는 김한별 방송작가지부장

  김한별 민주노총 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지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방송작가유니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j 

 

 2017년 11월 출범해 4년여간 방송국 내 프리랜서 작가들의 노동권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해 활동해온 방송작가유니온은 지난해부터 유례없는 결실을 얻고 있다.

    지난해 3월 MBC에서 해고된 두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최초로 법적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데 이어 같은 해 4월에는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를 대상으로 한 고용노동부의 동시 근로감독이 시작됐으며, 결국 대상자 중 40% 이상이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방송작가는 방송국과 프리랜서 위탁계약을 맺고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게 된다.

    김 지부장은 "노동청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작가들에게 문자를 보낸 뒤부터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며 "대부분이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노동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있지 않다 보니 노조를 통한 단체 협상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작가유니온에 따르면 KBS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판정 이후 작가들에게 무기계약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과 프리랜서 지위를 유지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지부장은 "작가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두 선택지에 따른 근로조건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당장 선택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방송사에서는 단 한 번도 작가들과 근로계약을 해본 적이 없어 모든 걸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한별 민주노총 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지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방송작가유니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jin90@yna.co.kr
김한별 방송작가지부장, 연합뉴스와 인터뷰

 김한별 민주노총 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지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방송작가유니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4  

    "최근 지상파 3사에 사장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KBS는 인사담당자와 이야기를 하자고 했지만 MBC는 거절 의사를 밝혔고, SBS는 답변이 없어요. 보도 및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뤄온 방송사들이 자신들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는 거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김 지부장은 "영향력이 가장 큰 공영방송이 기준과 기본이 되어야 한다"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지상파 3사의 근로감독 결과에 대한 대응이지만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지역방송사, 종편 및 케이블 방송사 문제도 순차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해요. 영국 BBC에서는 제작비의 일정 비율을 스태프 임금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죠. 현재 상황에서 방송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방송작가유니온은 올해 ▲임금 협상 ▲계약서 내용 구체화 ▲지역방송국 처우 개선 ▲방송작가 등 방송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기구 마련 등을 위한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방송작가노조는 모든 작가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아요. 일 한 만큼 돈을 받아야 한다는 거죠. 프리랜서는 자신이 맡은 업무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지금처럼 PD의 업무에 회사 행정업무까지 하는 것은 고정적인 임금과 고용 안정을 보장받으면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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