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패장인데...문재인은 미국 안가네?

연합신보 | 기사입력 2013/01/13 [18:05]

같은 패장인데...문재인은 미국 안가네?

연합신보 | 입력 : 2013/01/13 [18:05]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패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17대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배한 정동영 상임고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패자는 말이 없다.’ 승부에서 진 패자의 ‘깨끗한 승복’을 거론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정치권에서는 ‘자숙의 시간’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선거라는 승부에서 패한 역대 후보들은 ① 상대방에 대한 뒷말 없이 결과에 승복한 뒤 ② 자신이 맡았던 직책에서 군말 없이 물러나고 ③ 해외 체류 또는 잠적을 통해 향후 길을 모색한다는 ‘패자의 3단계론’을 충실히 따라왔다.

하지만 18대 대선을 치른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일종의 관례이자 순리와 같았던 ‘3단계론’의 행보가 아닌 직·간접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서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문 전 후보의 ‘역할론’까지 대두됐다.

역할이 기대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해당 인물을 높이 평가해 그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대선으로 치면 ‘대세론 후보’와 다름없다. 문 전 후보는 지난 9일 추대된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날 전화를 걸어 당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해외 체류 또는 잠적이 아닌 ‘정계 복귀’가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인 것이다.

아울러 문 위원장은 비대위가 꾸려진 뒤 전국을 순회하면서 대선패배에 대한 사과를 하는 ‘힐링버스’를 운행할 예정인데 여기에 문 전 후보도 탑승하길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대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 비대위에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인물은 배제한다는 원칙이 깨지게 된다.

사실 문 전 후보의 복귀는 대선 패배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돼왔다. 문 전 후보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트위터 때문이다. 문 전 후보는 트위터를 한진중공업 등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위로의 글을 남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당부의 글, 크리스마스새해인사, 자신이 읽은 도서 추천 등 근황까지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했다.

문 전 후보의 ‘트위터 정치’와 함께 그가 현직 의원 신분인 것도 빠른 정계 복귀설에 한몫을 하고 있다. 문 전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직(부산 사상구)을 내려놓지 않았다. 또 지난달 21일 시민캠프 해단식에서 “민주당을 보다 큰 국민정당으로 만드는 점은 나도 여지가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그의 ‘차별화 행보’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패장 후보들은? 대다수가 '패자의 길' 충실히 따라

반면 역대 ‘패장’ 대선 후보들은 대다수가 ‘패자의 길’을 충실히 따랐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대선 패배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때까지 세 차례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도 지난 2002년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겨뤄 두 번째 낙선의 고배를 마셨을 때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 교환교수 자격으로 출국했다.

이때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노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패한 뒤 대선일 직전 지지를 철회하면서 그 여파로 4개월간 미국에서 머문 전력이 있다.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에게 패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이듬해 영국으로 떠나 6개월간 머물렀다.

이번 대선에서 문 전 후보와 단일화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다 후보직을 내려놓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도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났다. 당 경선에서 패했던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도 오는 15일 독일로 출국해 6개월간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연구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10일에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관계자들과 신년회를 가졌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