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자매의 기적, 영화 '트윈스터즈'는 세상에이런일이 아니다

연합타임즈 | 기사입력 2016/03/02 [10:15]

입양자매의 기적, 영화 '트윈스터즈'는 세상에이런일이 아니다

연합타임즈 | 입력 : 2016/03/02 [10:15]
신진아 기자 =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에게 ‘입양’의 상처 따위는 없다. SNS로 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 자매를 찾은 한국인 입양아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의 두 주인공 사만다 푸너먼(29)과 아나이스 보르디에(29)가 그 증거다.

두 사람은 1987년 11월19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사만다는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미국 뉴저지 베로나로 입양됐고, 아나이스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 파리로 입양됐다. 입양 당시 서류에 쌍둥이로 돼 있지 않아 무려 25년간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다. 

2012년 12월, 배우인 사만다가 친구와 함께 찍은 동영상을 아나이스의 친구가 우연히 보고 “너랑 닮은 여자를 발견했다”고 전하면서 두 자매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시작됐다. 

사만다가 친구인 라이언 미야모토와 공동 연출한 ‘트윈스터즈’는 ‘2015 VS 필름페스트-로스앤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필름 페스티벌’ 다큐멘터리 작품상, ‘2015 SXSW 필름 페스티벌 다큐멘터리’ 부문 편집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사만다는 뉴욕공연예술학과를 거쳐 2009년 보스턴대학에서 인류학과 공연예술을 전공했다. 두 명의 오빠를 둔 긍정적인 막둥이로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를 사랑하는 ‘액티브 걸’이다. ‘게이샤의 추억’(2005) ‘21 앤드 오버’(2013) 등에 출연했고 입양아와 그 가족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킨드레드’를 2년 전 만들었다. 

프랑스에서 자란 아나이스는 외동딸로 런던의 센트럴세인트마틴 대학에서 패션디자인과 마케팅을 공부했다. 브랜드 ‘제라드 다렐’에서 가방과 구두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국내 개봉에 맞춰 내한한 두 사람은 피부색과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랐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만다가 좀 더 가무잡잡했다. 극중 성격 검사에서 사만다보다 내향적이고 창의성은 다소 높게 나온 아나이스는 언뜻 새침한 파리지앵처럼 보였다. 하지만 둘 다 사랑스런 눈웃음과 장난스런 웃음소리를 지녔다. 마치 음악처럼 경쾌한 웃음소리는 깜짝놀랄 정도로 똑같다. 

아나이스는 “친구들이 늘 내 웃음소리가 특이하다고 했다. 둘이 생긴 게 닮았어도 웃음소리를 다를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더 둘이 정말 똑같다고 했다”며 웃었다. 사만다도 “처음 화상통화를 할 때 둘이 동시에 웃음이 터졌는데 너무 똑같아 깜짝 놀랐다”고 인정했다. 


-‘트윈스터즈’는 입양아에 대한 편견을 깬다. 기존 다큐멘터리와 달리 감각적인 이미지와 트렌디한 음악도 새로운데 무엇보다 입양아 이야기인데도 눈물은 없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넘친다. 

사만다(이하 샘) “원래 우리 성격이 그렇다. 늘 웃는다. 영화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았다. 의도적 연출은 없다. 런던에서 둘이 처음 만날 때도 만난다는 것만 정해놓았다. 미리 준비한 것은 하나도 없다.”

-둘의 기적적 만남은 전적으로 SNS 덕분인가?

샘 “그렇다. SNS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 방문은 몇 번째인가?

샘 “5번째다. 22세에 입양기관에서 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내한했다. 한국에 자긍심을 느꼈다. 올 때마다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 모든 게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늘 새롭고 혁신적이어서 많은 영감을 받으며, 내 일에도 활용한다.”

아나이스 “4번째다. 만 7세에 처음 왔다. 부모가 원래 아시아문화를 사랑해서 내게 모국인 한국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20년이 지난 뒤 샘과 함께 다시 고국을 찾았다. 올 때마다 변화를 느낀다.” 


-영화를 보면 생모를 찾았지만 생모가 출산 자체를 부정해 만나지 못하고 있던데.

아나이스 “두 입양기관이 생모를 찾아 연락했지만 생모가 출산 자체를 부정했다.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홀트의 경우 생모에 대한 정보를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 못하게 돼 있다.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엄격하다.”

-생모를 만나게 되면 변화가 생길까?

샘 “물론이다. 가족의 확장이다.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본다. 내 삶은 아나이스를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생모도 만나게 되면 그 만큼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아나이스 “만나지 못해도 크게 속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엄마에게 새로운 가족이 있다면, 그런 부분도 배려해야 하니까. 다만 모든 인간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한다. 왜 입양했는지, 왜 따로 입양됐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할 뿐이다.” 

-입양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다. 나중에 가정을 꾸리면 입양할 의사가 있나?

샘 “물론이다. 내 아이도 낳고 입양도 하고 싶다. 해외입양보다는 미국 내에도 부모 없이 기관에서 성장하는 아이가 많으니까 일단은 국내 입양을 고려중이다.” 


아나이스 “아직 출산문제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낳을 수도 있고 입양할 수도 있다. 입양이란 본인이 준비가 돼있으면 좋은 일이다. 얼마 전 국내입양기관을 방문했는데 아이들을 보니까 다 집에 데리고 가고 싶더라.”

-샘이 만든 입양아를 위한 비영리단체는 어떤 일을 하나?

샘 “입양을 위한 킨드레드 재단이다. 킨드레드란 일가친척뿐 아니라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을 뜻한다. 내 인생에 받아들이기로 한 사람이 바로 가족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실현하려는 재단이다. 단순히 입양아 당사자뿐만 아니라 양부모, 배우자까지 확장된 입양 커뮤니티다. SNS로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으며, 현재 24시간 지원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대화상대가 필요한 사람부터 생모나 생부를 찾고 싶은 경우 해당 입양기관과 연결해주는 일을 지원한다.” 

-둘의 극적인 만남이 킨드레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나

샘 “그렇다. 우리의 이야기가 SNS에 알려지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줬다. 당시 한 열 살 남자애가 ‘나도 입양됐는데, 너무 반갑다’며 연락해왔다. 나도 어릴 때 주변에 나 말고 아는 입양아가 없어서 답답할 때가 있었다.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아나이스 “프랑스에 베트남인을 위한 입양단체가 있다. 왠지 우울하거나 치료 상담을 받는 분위기일 것 같아서 한 번도 안 갔다. 막상 SNS로 온 메시지를 봤더니 내가 상상한 것과 달리 유쾌했다. 입양아라도 정상적으로 인생을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특히 10대들과 공유할 필요성을 느꼈다.”

2014년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의 융 헤넨(51·전정식) 감독은 벨기에로 입양된 한국인이었다. 헤넌 감독만 해도 청소년기 입양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눈물을 흘린 경우다. 그 때문에 해외로의 입양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리면서 ‘더 이상 경제적 이유나 사회적 편견에 의한 해외입양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년도 채 안 돼 ‘트윈스터즈’가 입양에 대한 기존의 어두운 시각을 뒤집었다. 두 사람은 “입양의 좋은 사례”라는데 기꺼이 동의했고 “우리들의 긍정적 경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샘은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사회라 유럽보다 입양에 더 수용적”이라고 비교한 뒤 “외모가 다른 데서 오는 따돌림이 있다. 한국 내에서 국내 입양이 늘어나야 하나, 만약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더 많다면 해외입양도 열려 있어야 한다. 기관에서 성장하는 것보다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입양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나이스도 “둘 다 입양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영화가 밝고 유쾌한 것은 우리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거들었다. 두 사람은 한국에도 자주 오고 싶다고도 했다.

샘은 “최대한 많이 자주 오고 싶다”며 “지금껏 일 때문에 왔는데, 여행하러 오고 싶다”고 바랐다. 아나이스는 “어릴 적 양부모와 함께 와 경주 부산 서울을 여행했다”며 “다음에는 제주도에 가고 싶다. 유럽인들은 아무런 연고가 없어도 휴가 때면 같은 장소로 휴가를 떠난다. 난 고국으로 오고 싶다”고 했다. 

육개장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최근 한국 디자이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루이까또즈는 프랑스브랜드인줄 알았는데 한국브랜드더라. 영화 ‘장화, 홍련’을 좋아한다”고 했다. 

비행기에서 영화 ‘장수상회’를 봤다는 샘은 “웃기다 울리는 이야기 전개방식이 흥미로웠다. ‘명량’은 대작이더라”며 한국대중문화에 관심을 보였다. 배우로서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도 계속할 생각인 그녀는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연기와 연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극중 샘과 사만다의 부모는 두 쌍둥이 덕분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며 기뻐한다. 애초 혈연이 아닌 가슴으로 꾸려진 이들 가족은 가족 이상의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한다. 입양이 생모나 생부에게 버려진 아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 찾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족의 형성, 기존 가족의 확장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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