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들 "초강력 스테로이드 처방도 안 듣네!"

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6/03/11 [11:02]

세계 중앙은행들 "초강력 스테로이드 처방도 안 듣네!"

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6/03/11 [11:02]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CB는 정책금리를 모두 인하하고 채권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2016.03.11 16-03-11
박상주 기자 =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잇달아 고강도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시장은 무기력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초강력 스테로이드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약발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 정책들에 대한 내성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0일(현지시간) 기존의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처방을 내놓았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레피(Refi · Refinancing)' 금리를 0%로 인하하고, 예금금리(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하루 동안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금리)는 0.10%포인트 인하한 -0.40%로 내렸다.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200억 유로로 확대하는 대대적인 양적 완화((QE) 조치도 취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부양책이었다.

발표 직후 유럽과 미국의 증시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시간도 채 못돼 하락세로 반전하고 말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다.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오랜 경험을 통해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정책들이 일시적인 효과 밖에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강력한 스테로이드 처방조차 듣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1월, 수요 진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했다. 일본의 대표지수 닛케이 225는 즉각 가파른 상승세로 반응을 나타냈다.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6주를 채 버티지 못했다. 닛케이 225 지수는 하락세로 반전했고, 엔화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군드라흐는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시장은 활기를 띠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CB가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4년 6월 5일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범유럽 지수인 Stoxx 50 지수는 5% 떨어졌다. 독일의 DAX지수와 프랑스의 CAC 역시 하락했다. 시장에 돈을 푸는 가장 강력한 처방인 마이너스 금리조차도 경기를 자극하는데 그다지 효험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애용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당시 금리를 제로로 내렸다. 대규모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 정책도 펴기 시작했다. 연준의 이런 자극적인 경기부양책은 처음에는 엄청난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8년 11월~2010년 11월 사이 연준은 채권과 모기지 등을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풀었다. 그 결과 S&P 500 지수는 33%나 급등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약이라도 결국 내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후 연준은 두 차례 더 대대적인 양적 완화 조치를 취했으나 약발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것이다. 중앙은행처럼 ‘보이는 손’으로는 시장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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