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후보 지명]홀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 다녀… 22세때 최연소 판사로

연합신보 | 기사입력 2013/01/25 [11:37]

[김용준 총리후보 지명]홀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 다녀… 22세때 최연소 판사로

연합신보 | 입력 : 2013/01/25 [11:37]

[김용준 총리후보 지명]홀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 다녀… 22세때 최연소 판사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왼손에는 항상 지팡이가 들려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들어설 땐 비서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팡이를 오른손에 옮긴 뒤 왼손으로 난간을 짚어야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양복에도 운동화를 신는다. 24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그는 장애인들에게 '살아 있는 신화'다.

○ 50여 년 '법과 원칙' 법조계 원로






김 후보자는 22세이던 1960년 대구지법에서 최연소 판사로 법복을 입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 40년 동안 법관 생활을 한 원로 법조인이다.

그는 한화그룹의 전신인 조선총포화약주식회사 대표를 지낸 김봉수 씨의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6·25전쟁 당시 납북되는 바람에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학창 시절엔 어머니 등에 업혀 등하교를 했다. 하지만 '신동'이라는 소리가 따라다녔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경기고 진학이 좌절되기도 했으나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고, 대학 3학년 19세 때 고등고시(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김 후보자는 변호사 생활 12년을 포함해 50여 년 동안 법조인으로 지내면서 일상생활에서의 법치 확립을 강조했다. 2010년 인터뷰에선 "법을 안 지키면 손해를 보는 사회가 올바른 정의사회"라고 말했다.

청소년이나 장애인을 위한 활동도 활발히 했다. 서울가정법원장 시절 비행청소년과 사회지도자를 연결하는 소년 자원보호자 제도를 만들었고,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경기 양주시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서 비행청소년 선도 활동을 했다.

김 후보자는 24일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니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법률 이론에 해박한 '사법적극주의자'

김 후보자는 '사법적극주의자'로 통한다. 법률 조문에 나와 있는 자구(字句) 하나하나를 엄밀히 따지기보다 법률 해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살핀다는 뜻이다. 자칫 '정치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후배 법관들은 "대법관 시절 국민의 권리 보호를 강조하는 소수 의견을 많이 냈고 법률 이론에도 매우 해박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 후보자가 서울지법 판사로 일하던 1963년 송요찬 전 육군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한 일은 큰 화제가 됐다. 송 전 총장은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선거 출마를 반대하는 글을 동아일보에 써 구속됐는데 25세였던 3년차 법관이 서슬 퍼런 군부정권에 반기를 든 일대 '사건'이었다.

대법관(1988∼1994년)으로 일할 때도 김 후보자의 판결은 주목을 받았다. 1994년 생수판매업체가 보건사회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그는 "내국인에게 생수 판매를 제한한 고시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10년간의 법적 분쟁이 끝나고 국내에서도 생수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판결을 '가장 기억에 남는 판결'로 꼽았다.

국가보안법이나 노동법 관련 사건에선 다소 보수적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도 있다. 밀입북 혐의로 기소된 고 문익환 목사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확정했고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로맹)'을 반국가단체로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을 내렸다. 또 노동조합법의 제3자 개입금지 규정에서 제3자의 범위를 가장 폭넓게 인정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헌법재판소장 시절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결정들을 이끌어 냈다. 이 시기 △과외교습 금지 △제대군인 가산점 부여 △동성동본 금혼제 등이 모두 위헌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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