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씌었다며 400만원 작두굿까지 .. 퇴원해도 갈 곳 없는 조현병 환자들

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7/05/30 [09:49]

귀신 씌었다며 400만원 작두굿까지 .. 퇴원해도 갈 곳 없는 조현병 환자들

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7/05/30 [09:49]

귀신 씌었다며 400만원 작두굿까지 .. 퇴원해도 갈 곳 없는 조현병 환자들





강제입원 제한법 시행 됐지만 ..
가족 등 병 인정 안 해 시기 놓치고
복귀시설 현재의 3.5배 필요한데
정부 지원 늦어 시설 확충 어려워
정신보건 투자, 복지 예산의 0.2%
암 치료처럼 사회적 관리 강화를


20대 조현병 환자가사회복귀시설에서구직 활동을하고있다.
20대 조현병 환자가사회복귀시설에서구직 활동을하고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정신병원에는 6만9232명이 입원해 있다. 이 중 4만2684명(61.6%)이 본인의 뜻에 반해 강제로 입원했다. 2014년에는 강제입원율이 67%로 더 높았다. 독일(17%), 영국(13.5%)의 4~5배에 달한다.

30일 강제입원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다.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병원 밖에서 이들을 돌볼 인프라가 부족해 1만9000명이 갈 데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는 개정 법률 시행을 계기로 한국의 정신보건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가족 11명, 시설 운영자 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인식 부족으로 질병 더 키워

26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정현석(44)씨는 대학 1학년 때 조현병이 발병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귀신에 씌었다며 400만원짜리 작두 굿도 두 번 했다. 20대 후반의 여성 조현병 환자는 누군가 물건을 자꾸 바꿔놓는다는 망상이 생기자 집에 불을 질렀다. 어머니는 이게 병이라는 걸 몰랐다. 입원 치료까지 8년이나 걸렸다. 어머니는 “ 병이라는 걸 알았으면 빨리 치료를 시작해 애를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강제입원, 그리고 인권침해



지난 18일 국립정신건강센터(옛 국립서울병원)에서 만난 20대 남성 환자는 “군 제대 후 조현병 진단을 받고 개인병원에 입원했는데, 시설이 열악해 창문 없는 감옥 같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강제입원 조항을 재판관 전원 일치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모녀간에 재산 분쟁이 생긴 사건이 발단이었다. 딸이 어머니의 우울증 치료 전력을 내세워 두 차례 강제 입원시켰으나 노모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는 게 드러났다. 앞서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강제입원과 치료를 철폐하라고 권고했다.

퇴원 환자, 험난한 사회 복귀의 길

25일 오전 강원도의 한 지역축제 현장. 이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관리를 받는 정신질환자 19명이 야외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 센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의료 인력이 4명뿐이다. 예산도 13%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 센터 전문간호사 4명이 270명을 담당한다. 이 센터 팀장은 “연 예산 1억7000여만원으로 4명의 인건비와 프로그램 비용을 충당한다”고 말했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 241개 정신센터에서 평균적으로 직원 1명이 70명(적정 환자 30~40명)을 맡고 있다.

조현병 환자 박모(46)씨는 6년 전에 6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퇴원 후 정신질환자 주거시설에 입소해 문학팀에서 활동했다. 사람을 만나고 취미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사회성을 회복했다. 청약통장을 만들었고 임대주택에 당첨됐다. 현재는 장애인 인권강사 활동을 하면서 정신질환자를 위한 신문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퇴원 환자가 사회에 적응하려면 주간재활·단기보호·직업재활·공동생활가정·입소생활·종합시설 등의 복귀시설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301곳의 9000명 정원이 이미 꽉 차 있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은 30일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6084~7871명의 주거시설 추가 이용자가 생길 것으로 추정한다. 이해국(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부단장은 “추가 이용자를 수용하려면 사회복귀시설(주거시설)이 지금의 3.5배로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김주원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 김주원기자 zoom@joongang.co.kr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정신질환자 주거시설 ‘별자리’의 고광신 원장은 “주민 반대 때문에 정신질환자 시설을 열기 힘들고, 열더라도 최대 2년이 지나야 정부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이런 시설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신보건은 정부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꼴찌에 가까웠다. 정신보건 분야 지출은 영국·미국의 6분의 1에 불과하고, 올해 예산 1224억원은 복지부 예산(57조6628억원)의 0.2%밖에 안 된다. 암 치료에는 5조원의 건보 재정을 쓰지만 ‘마음의 암’인 정신질환엔 거의 관심도 두지 않는 것이다.

■◆조현병(정신분열증) 「망상·환청·환각 등의 증상과 함께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과 질환. 」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정종훈·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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