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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리포트]헌재소장 임기 논란
 
정책평가신문   기사입력  2017/09/13 [13:06]

[런치리포트]헌재소장 임기 논란

김태은 백지수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the300]종합

'1년짜리 헌재소장'?...김이수 부결 후 거세지는 임기논란









헌법재판소장 공백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최장 기간의 공백 사태다. 지난 11일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헌장 사상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헌재소장을 정쟁 수단으로 삼는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쏟아진다. 이와함께 헌재소장 관련 제도적 허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고무줄 임기’, 잦아진 권한대행 체제 등 전임 정부 때부터 헌재소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법에는 없는 헌재소장 임기…대통령에 휘둘릴 소지=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했을 때 야당이 반발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임기였다. 헌법재판관 임기(6년)를 고작 1년 남겨놓은 인사를 헌재소장으로 임명할 경우 1년 후 또다시 문 대통령이 헌재소장을 임명하게 된다는 점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재판관 임기를 대통령의 임기보다 긴 6년으로 함으로써 어떤 눈치도 보지 말고 헌법과 양심에 따르라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의 독립성 침해 소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앞으로 헌재소장 지명에 있어 대통령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중 임기 6년인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임명하도록 한 법 규정에 따르면 헌재소장 임기에 따른 독립성 침해 논란은 반복될 소지가 크다. 현재 김 후보자를 제외한 7명의 헌법재판관 중 4명이 김 후보자처럼 잔여 임기가 1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른 2명의 퇴임 시기도 1년 7개월 후인 2019년 4월로 문 대통령 임기 도중이다. 산술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헌재소장을 세번 이상 갈아치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헌재소장 임기가 임명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데 따른 제도적 허점인 셈이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6년이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도 6년이다. 헌법재판관중 헌재 소장을 뽑도록 돼 있는데 헌법재판관 재임 후 헌재소장 발탁됐을 때 임기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다. 그러다보니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헌법재판관 재직 중 헌재소장에 임명될 경우 헌재소장의 임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관 잔여 임기 동안만 헌재소장을 맡는 것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전임 헌재소장인 박한철 전 소장도 헌법재판관 임명 2년여만인 2013년 4월 헌재소장으로 지명되면서 3년 10개월 만에 헌재소장에서 물러났다. 당시에도 박 전 소장 임기를 놓고 정치적 논란이 한 차례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없이 올해 12월까지 임기를 마쳤다면 헌재소장을 또한번 임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헌재소장 임기가 정치적 논란 한가운데로=헌재소장의 임기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대통령 의지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보니 헌재가 민감한 정치 현안이 관련된 판결을 내릴 때마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논란 한가운데 서게 된다.

올 초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 박 전 소장의 임기 만료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정치권의 입장이 갈라지자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헌법재판관의 연임 규정에 의거해 박 전 소장이 계속 헌재소장을 맡을 수 있다는 주장이 대두한 것이다. 박 전 소장 스스로가 정치권 주장과 선을 그어 논란이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한 비슷한 문제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헌재소장의 ‘고무줄 임기’는 헌재 운영의 연속성 저하로도 이어진다.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 당시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헌법재판관 사퇴 후 헌법재판관 및 헌재소장 지명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효숙 후보자의 잔여 임기를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여서 6년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야당은 ‘코드인사’의 임기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국회 인준도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노 대통령은 전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 후 이강국 대법관을 새로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 후 동시에 헌재소장으로 지명해 논란을 피해갔다.

김 후보자 인준 실패 후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 역시 신임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기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 뿐더러 삼권분립에 의거한 헌법재판관 구성 요건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총 9명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관 중 대통령이 지명할 수 있는 한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새로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그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면 국회와의 마찰도 피하고 임기 논란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헌재소장 공석 반복…공은 헌법기관 무시하는 국회로?







국회에는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안들이 계류돼 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이 부결되는 사태는 헌정 사상 최초였지만 헌법재판관·소장 공백 자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국회에서는 헌법재판소법과 헌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18건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상태다. 이중 2건은 헌법재판소장, 4건은 헌법재판관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제112조 1항과 동일한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제7조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는 임기 관련 조항과 재판관 임명 기한과 관련된 조항을 손보는 내용이다.

20대 국회는 우선 헌재소장 임기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다. 현행법에는 헌법재판관 임기만 ‘6년’으로 명시돼 있다.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소법 12조에 따라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는데 이 때문에 재판관 임기가 끝나면 자연스레 헌재소장직도 내려놓아야 한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 논리 중에도 내년 9월에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김 후보자를 임명하면 헌재소장 임기가 너무 짧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 20대 국회 들어 가장 먼저 등장한 관련 개정안은 지난해 9월23일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이다. 개정안에는 헌재소장 임기를 ‘대통령 임명을 받은 날부터 6년’으로 명시하자는 조항을 포함했다. 또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면 재판관 임기는 자연 연임하는 것으로 본다는 단서도 뒀다. 이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 300)과 통화에서 “헌재소장 임기도 대법원장 임기처럼 명확히 법으로 규정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2월24일 발의했다. 원 의원안도 ‘재판관 임기와는 별도로’ 현행법에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자는 조항을 포함했다. 대신 헌법재판소장은 중임할 수 없도록 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원 의원은 통화에서 “당시 박 전 헌재소장 궐위 이후 후임 대행 논란이 많아 발의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재판관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안들은 대체로 별도의 인준이 없어도 후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전임자가 계속 자리를 지켜 공백을 줄이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원 의원은 ‘헌재소장 임기 6년’ 조항 외에도 이같은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2016년 12월12일 발의)과 소병훈 민주당 의원(2016년 12월21일 발의),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지난 3월17일 발의) 등의 개정안이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헌법재판관은 연임이 가능하긴 하지만 연임을 위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과 다른 부분이다. 사실상 만 29년 헌재 역사상 연임 사례는 김진우·김문희 전 헌법재판관 2명뿐이다. 가장 최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과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도 임기 종료일 이후 바로 퇴임했다. 200일 넘게 헌법재판관 정원 9명이 다 채워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이같은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쉽지 않다. 이춘석 의원안과 원유철 의원안의 경우 각각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구체적인 심사를 위해 법안심사1소위로 회부됐지만 이후 논의에 전혀 진전이 없다. 특히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이 의원안의 경우 “헌법 해석상 법률로 임기를 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에 부딪친 상태다.

이에 아예 개정 헌법에 헌재 관련 규정(헌법 111~113조)을 수정해 박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재소장의 임기와 재판관 임명·연임 규정 등을 헌법에 명시하는 방법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헌재소장 선출을 현재처럼 국회 인준과 대통령 임명이 아닌 재판관들의 호선으로 선출해 헌재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제안도 있다. 다만 이같은 주장에는 개헌 논의가 현재도 복잡한 가운데 헌재 관련 규정까지 손 볼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뒤따른다.



대통령 탄핵·수도 이전…역사 물줄기 바꾼 헌재 판결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은 헌법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2017.3.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은 헌법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2017.3.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헌법재판소는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하면서 그 위상과 의미가 크게 강화됐다. 그 성격 상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기구지만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정치적 사건마다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현재의 입지를 다져왔다.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탄생한 것은 지난 1987년 개헌을 통해서다. 이전에도 헌법재판소에 대한 규정은 이었으나 실제 구성되지는 못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국민이 기본권 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9차 개헌을 통해 헌법재판소를 설치했다.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 지금의 역할과 위상을 갖게된 것도 이때부터다.
헌재가 국민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게된 것은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따라 파면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막대한 정치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04년 이뤄진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대통령의 파면에 대한 근거 기준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국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한 것을 문제삼아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는 대통령의 정치 중립 의무에 대한 국회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에서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 위반 사항은 아니라며 탄핵소추안을 기각시켰다.
그러면서 대통령 파면에 이를 수 있는 중대한 위반 사항으로 '뇌물수수·공금횡령 등 부정부패, 명백히 국익을 해한 경우,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한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한 국민탄압, 국가조직을 이용한 부정선거' 등을 제시했다. 이는 12년 후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주요한 판단 근거로 적용됐다.
헌재의 두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은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이 됐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이권추구를 도운 점을 인정,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 남용을 주요 파면 근거로 삼았다.

더불어 헌재의 이 판결은 헌법수호 의지를 '대통령의 마땅한 의무'라고 판단, 박 대통령의 파면 결정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다는 측면에서다.

두번에 걸친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재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법기관인 동시에 국민의 판단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임 대통령들의 내란행위에 대한 헌재의 뒤바뀐 판단 역시 이 같은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지난 1995년 12.12 군사 쿠데타 피해자들과 5.18 광주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이 이들을 내란죄로 고소하지만 검찰은 이를 불기소 처분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서였다. 피해자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헌재에 제출했으나 헌재는 12.12 군사 쿠데타는 공소시효 만료 때문에 다룰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년 후 5.18 특별법에 대한 위헌성을 제기해 진행된 위헌법률심판에서 헌재는 합헌 판결을 내려 12.12 군사 쿠데타의 공소시효가 유지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비록 헌법소원과 위헌법률 심판이라는 각각 별개의 사건이었지만 12.12 군사 쿠데타라는 역사적 사건이자 정치적 사건에 대해 180도 뒤바뀐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헌법학자인 김욱 서남대 교수는 "헌법정신의 실현은 기계적으로 법리를 실현하는 과정이 아니라 해석을 둘러싼 끊임없는 투쟁 과정"이라며 "이 해석투쟁이야말로 바로 대한민국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정부 정책 추진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난 2004년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결정이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헌재는 수도 이전이 정책 사항이 아닌 개헌 사항으로 규정했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임은 600년간 이어져온 '관습헌법'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문헌법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특별법은 헌법 제130조(개헌절차를 명시)를 위반한 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의 이 판결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수도의 기준으로 제시한 '국회'와 '청와대'는 정식 개헌 절차 없이는 옮길 수 없는 기관이 되었고, 당초 계획하고는 많이 달라진 지금의 '세종시'가 만들어지게 된다. '세종시 수도이전'은 내년 개헌을 앞두고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태은 백지수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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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13 [13:06]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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