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영장기각…'法 기준 자의적?' vs '檢 설익은 수사?'

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7/09/14 [14:06]

잇단 영장기각…'法 기준 자의적?' vs '檢 설익은 수사?'

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7/09/14 [14:06]
잇단 영장기각…'法 기준 자의적?' vs '檢 설익은 수사?'





KAI 현직 임원 영장 또 기각…법리 다툼까지

KAI, 개인비리 중점…국정원, 자료 넘겨받아 수사 한계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특수수사 1번지' 서울중앙지검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국가정보원의 민간인을 동원한 여론 조작 의혹 등 수사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강제 수사에 돌입한 이후 KAI 비리와 관련해 전·현직 임원, 협력업체 대표 등에 대해 총 5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이 발부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를 통해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국내 최대 업체의 방산비리를 규명하려던 수사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뉴스1

(뉴스1 DB)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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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을 통한 댓글공작과 관련, 혐의가 가장 무겁다고 판단되는 외곽팀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범죄혐의는 소명되나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이 국민여론과 너무 동떨어지고 자의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과 동시에 검찰 수사가 설익은 채 진행되면서 이를 자초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영장 발부 여부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에 따라 갈린다.

KAI 수사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속된 전·현직 임원은 단 1명이다. 처음 영장이 발부된 것도 KAI '협력업체' 대표 황모씨였다. KAI 비리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임원과 달리 황씨는 허위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에서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황씨가 KAI 협력업체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영장을 청구했다. KAI 본류 수사와는 큰 연관성은 없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짤막한 사유만을 밝히며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KAI 임원에 대한 영장청구 결과는 사뭇 달랐다. 법원은 14일 KAI 분식회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증거를 파쇄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KAI 실장 박모씨에 대해 법리적으로 증거인멸교사 자체가 성립될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검찰은 "법원의 기각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에 대한 법리적 이의를 제기했다.

법원은 앞서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대 달하는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유력인사로부터 청탁을 받고 KAI 부정채용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 뇌물공여)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본부장 윤모씨와 현 본부장인 이모씨의 영장도 기각했다.


뉴스1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고정익개발사업관리실장 박모씨가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7.9.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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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소재를 밝히지 않은 채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는 등 구속 사유로 꼽히는 '도주우려'도 있었음에도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에 검찰은 입장문을 통해 기각 사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최근 잇단 영장기각과 관련해 검찰과 법원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검찰의 깊이 있는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KAI 수사의 경우 수사 착수 2달여가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본질인 방산비리 규명보다는 채용비리,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교사 등의 개인비리에 중점을 두다가 구속수사가 번번히 무산되면서 삐걱거리고 있다.

이 같은 수사가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의 경영진 비위를 정조준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주요 피의자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KAI 수사가 겉돌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를 넘어 이명박 정부까지 겨냥하고 있는 검찰의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수사도 비슷한 양상이다. 검찰은 자체 인지가 아닌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조사한 내용을 수사의뢰 받는 형식으로 현재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의 발표가 있기 전 국정원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사전 파악이 어려워 장기적인 수사계획을 그리기 어렵다.

또한 수사의뢰된 내용을 분석하며 외곽팀장 등에 대한 신원파악 등 기초적인 작업부터 시작해야 해서 속도감 있는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댓글 공작 활동이 벌어진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 당시 관련 문건을 확보하는 것도 난관이다.

관계자들의 진술을 받아내려면 증거가 필요한 데 증거확보가 원활하지 않기에 향후 관련자 수사에도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도 방송사 등에서 관련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에 대한 내용을 문건으로 남겼겠냐"며 "(댓글활동이) 벌어진 지 오래되고 국정원 내부 문건만 있다. 관계자들도 쉽게 시인하지 않아 수사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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