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3배로 늘어난 한국, 도대체 무슨 일 있었나?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7/09/19 [10:16]

자살률 3배로 늘어난 한국, 도대체 무슨 일 있었나?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7/09/19 [10:16]

 자살률 3배로 늘어난 한국, 도대체 무슨 일 있었나?

 

폭력적인 한국 사회가 한국인의 몸에 미친 영향들

CBS 시사자키 제작팀

- 김승섭 교수, 사회역학으로 한국의 사회적 요인과 질병의 관계 설명
- 세계 보건학계 "한국에선 지난 30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 쌍용차 파업, 세월호 참사 등이 당사자, 생존자 등에 미친 영향은?
- "쌍용차 해고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걸프전 포로보다 심했다"
- 정의로운 건강…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몸에 대해 지는 책임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9월 18일 (월)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과학대)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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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차별과 억압, 고용 불안 이런 사회적 원인이 한 개인의 건강에 또 질병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이런 걸 조사하는 게 사회역학이랍니다. 아직 좀 생소하죠.

우리 한국에는 이런 사회역학자가 몇 분 없다고 하는데 그 중 한 분인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 김승섭 교수가 이번에 책을 냈어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 또 세월호 생존자 가족, 성소수자의 건강조사 이런 걸 하면서 질병의 사회적 원인과 책임을 담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런 제목의 책인데요. 아주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고려대학교 김승섭 교수, 어서 오십시오.

◆ 김승섭> 반갑습니다.

◇ 정관용>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이 있군요?

◆ 김승섭> 네.

◇ 정관용> 우리가 역학조사라는 단어를 메르스 사태 이럴 때 많이 들었거든요. 원래 역학조사라는 게 메르스가 어디서 들어와서 어떻게 퍼졌는지 이런 거 조사하는 거죠?

◆ 김승섭> 그렇죠. 역학이라고 하는 게 인구집단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예를 들어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걸 밝혀낼 때 사용되는 도구인데요. 제가 아는 사회역학 같은 경우는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고용불안이나 차별이나 이러한 사회적 요인들이 인간의 몸을 해칠 수 있다는 그런 가설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 정관용> 흡연과 폐암이 아니라. 어찌 보면 그냥 상식적으로 아, 그렇겠지라고 생각되는 대목이기도 하네요.

◆ 김승섭> 그 부분이 되게 중요한 건데. 막상 듣고 나면 실은 그렇게 놀라운 얘기들이 아니에요. 차별이 몸에 좋겠어? 혹은 고용불안이 몸에 좋겠어? 이렇게 물어볼 수 있는데 실은 그런 것들을 연구 같은 걸 실제로 체크하고 차별 경험이 있고 없고에 따라 고용불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이런 질병들이 몇 배가 증가하고 얼마만큼 어떻게 증가하는지 이런 학술적인 근거가 있을 때 어디에 개입해서 어떻게 바꿀지를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상식적으로 보이는 결론일지언정 데이터가 필요하고 연구가 필요한 거죠.

◇ 정관용> 가장 유명한 연구라고 그럴까 하나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어떤 게 있습니까?

◆ 김승섭> 가장 유명한 연구는 영국에서 진행된 거예요. 영국에서 진행된 화이트 홀(White Hall)이라고 하는 연구가 있는데 화이트 홀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로 같은. 영국에 있는 어떤 공무원집단을 수십 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예요.

그런데 영국이라는 나라는 의료보험이 국민의료보험이 있다 보니까 의료보험에 대한 접근성은 다 비슷하고 직업안정성도 비슷하고 이런 조건들이 비슷한 상황에서도 이들 사이에 건강상에 차이가 나타났던 거죠.

◇ 정관용> 공무원들 가운데도? 어떻게 차이가 있어요?

◆ 김승섭> 직위에 따라 어떤 당뇨병이나 신장병 발생이 달라지는 것들. 아주 오래전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더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실은 질병 발생도도 높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데이터를 검토해 보니까 그것과 다르게 나왔던 거죠.

그리고 그 부분을 설명하는 중요한 내용은 어떤 거냐면 직급이 높건 낮건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직급이 높을수록 그 스트레스에 대해서 스스로의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들을 더 많이 갖고 있잖아요,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들에서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데이터로 나오게 되면서 중요한 랜드마크 연구들이 됐던 거죠.

◇ 정관용> 그래요. 우리 김 교수께서는 이번 이 책에 한국 사회에서도 그런 똑같은 경험적 접근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하셨잖아요. 사례로 든 게 예를 들면 쌍용차 해고 노동자, 연구했더니 어떤 결과가 나왔어요?

◆ 김승섭>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같은 경우는 2015년에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지부장님의 부탁을 받아서 연구를 진행했던 건데 실은 당시에는 워낙 많은 분들이 세상을 뜨고 있었고 마음 아픈 일들이 있다 보니까 연구가 필요했던 거였는데 이 연구를 할 때 연구자로서 고민은 또 따로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정리해고라고 하는 게 98년도에 처음 법제화됐고 이렇게 계속 행해지고 있고 숫자가 늘어났다 줄어났다 하고 있는데 이 정리해고가 실제로 인간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별로 없어요.

그 부분을 해 보고 싶었던 게 하나 있었고요. 또 하나는 그런 거였어요. 해고 노동자에게 국가는 무엇인가.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스터클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나라에서는 해고의 증가가, 실업률의 증가가 자살률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거예요.

◇ 정관용> 그건 사회 보장이 잘돼 있거나 재취업이 쉽거나 이런 거겠죠?

노컷뉴스

◆ 김승섭> 그런 거죠. 실은 그 부분이 되게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할 때 해고는 살인이다 혹은 해고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모든 사회에서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어떤 사회에서만 해고가 자살로 이어지고 그렇다고 하면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을 때 자살과 해고와의 연관성을 끊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었던 거고 이런 질문들에 대해 부족하더라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데이터를 이용해서 답해 보고 싶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연구를 해 보셨더니 정리해고는 진짜 사람을 아프게 하던가요?

◆ 김승섭> 해고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데이터로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인터뷰 하는 경우에는 그런 거죠. 해고가 된 다음에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거예요. 같은 지역에서 취업이 됐을 경우에 쌍용차 해고 노동자라고 하는 게 밝혀질 경우에 일을 그만두게 되는.

혹은 그런 거라든가 옥쇄파업 기간으로 인해 생겨났던 잘못된 낙인들,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라는 낙인까지. 실은 자기 잘못이 아닌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한 건데도 그런 것들이 계속 멍에처럼 이분들을 외롭고 힘들게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들이 데이터 비교 결과 드러났었습니다.

◇ 정관용> 얼마나 아프시던가요, 보니까?

◆ 김승섭> 그러니까 이게 비교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사실 그런 거거든요. 이분들이 2009년 정리해고 이전의 건강상태와 해고를 당한 이후의 건강상태를 비교하면 제일 좋아요.

그런데 제가 데이터를 얻게 된 것들이 한참 그 이후이기 때문에 그 이전 상태를 재구성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가장 유사한 집단을 찾았던 게 2009년에 동시에 해고됐는데 해고됐던 사람들 중에 일부가 2013년도에 복직을 해요. 복직된 노동자와 해고된 상태로 남아 있는 노동자의 건강을 비교하는 거죠.

그랬을 경우에 거의 모든 질병에서 2배 이상 건강 상태가 나쁘게. 특히나 우울증이나 근골계 질환 이런 면들에서 되게 안 좋게 나왔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정리해고 당하고 투쟁하셨던 분 100명 가운데 몇 명이나 아프던가요, 몇 퍼센트 정도가.

◆ 김승섭> 그 숫자가 되게 놀라웠어요. 실은 거의 다 아프셨어요. 다 아픈데 다 다른 이유로 다른 질병들로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서 몇 명이 딱 아팠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어떤 같은 나이 또래, 같은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많이 아팠다, 이런 말들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자료를 제가 보니까 전쟁 포로랑 비교를 하셨다고. 그건 뭡니까?

◆ 김승섭> 이거는 제가 비교했던 것은 아니고 2009년에 옥쇄파업이 지난 이후에 민주노총이랑 연구기관들이 모여서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을 설문을 했어요. 그래서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설문지로 측정을 했는데 50% 가까이가 나온 거예요.

그런데 같은 설문지로 걸프전 참전했던 군인들을 측정을 했는데 걸프전에 참전했다가 적군에게 다 포로로 잡혔던 사람이 50%가 안 되는 거예요.

◇ 정관용> 그래요?

◆ 김승섭> 그래서 이게 뭔가.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숫자를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뭐가 잘못된 거 아닌가. 왜냐하면 숫자가 과하게 높은 거죠. 그런데 그 이후에 해고 노동자들이 자살로 죽어가고. 가족들이 여러 가지 질병으로 죽어가는 걸 보면서 그 숫자가 과장된 것만은 아니었겠구나.

◇ 정관용> 정말 충격적이네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 분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이 걸프전 전쟁 포로보다 높았다.

◆ 김승섭> 2009년 해고 직후에는 그렇게 나왔었습니다.

◇ 정관용> 또 세월호 생존 학생들도 조사하셨다고요?

◆ 김승섭> 세월호 특조위에 세월호 생존 학생 실태조사를 책임연구원으로 맡았는데 사실 연구하기 전에 많이 망설였어요. 지금은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그때만 해도 세월호 연구라고 하는 게 정말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시기였기도 했고요.

그런데 기존에 한국의 참사 연구들을 봤을 때 예를 들어 삼풍백화점, 대구 지하철 참사를 봤을 때 기록이 없는 거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기록이 없어요.

예를 들어 재난 지원을 수행했던 기관들이 스스로 평가한 기록들만 있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록이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했던 생각이 우리가 이렇게 기록하지 못해서 이렇게 이 아까운 생명들을 또 이렇게 잃은 건가? 물론 기록한다고 문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하지 않고 문제 해결방안을 찾을 수는 없으니까요.

◇ 정관용> 당연하죠. 아마 삼풍이나 대구지하철 그 시점만 해도 살아남은 분들, 생존자 분들의 정신건강 이런 데는 신경조차 못 썼을 거예요, 우리 국가가.

◆ 김승섭> 맞습니다. 그래서 연구를 하기로 결심을 했고요. 세월호 특조위의 용역연구로 2016년 1월부터 7월까지 생존 학생 20명을 만나고 생존 학생의 부모님 스물한 분을 만나서 그분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리고 국가의 지원은 어떠했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이런 것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정관용> 그 결과는요?

◆ 김승섭> 결과라고 하는 게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 첫 번째는 그런 거예요. 아, 한국 사회가 이들에게 참 폭력적이었구나, 여러 면에서. 예를 들어 특히나 언론. 듣다 보면 그런 게 있어요. 이렇게 가라앉는 배에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는데 물속에 잠겨서 핸드폰이 고장났어요. 어떤 기자분이 고쳐주겠다고 가지고 간 다음에 동영상을 재생을 하고 본인이 찍어서 방송에 내보내버리는.

◇ 정관용> 허락도 안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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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교수(사진=시사자키)


◆ 김승섭> 네, 허락 안 받고. 그런 일도 있었고. 이런 일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연구를 시작할 때 만나보면 이 학생들 입장에서 공공에 대한 언론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기 되게 어려운 그런 면들이 있었고요.

세월호 연구를 하면서 배웠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 선의만으로 충분치 않구나.

예를 들어서 얘기를 드리면 그런 게 있어요. 세월호 특별법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질병들은 치료비를 의료 지원을 해 주도록 되어 있거든요. 되게 법으로 보면 좋은 법이죠, 바람직한 법이고.

그런데 막상 다쳐서 병원에 갔을 때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생존했던 친구 중에 한 명이 자살시도를 해서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실에서 묻는 거예요. 이게 세월호 참사로 인한 건지 증명이 돼야 입원시킬 수 있다라고. 그런데 이때 되게 조심해야 하는 건 병원을 탓하거나 누구를 함부로 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것들이 법은 그렇게 잘 만들어졌고요. 병원은 그게 확인이 돼야 그 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거죠.

어떤 느낌인가 하면 어떤 좋은 마음만으로 안 되고 행정에 있어서 법안에 있어서 현실과 어떤 법안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매우 섬세하고도 지리하고도 그런 접근들이 없으면 선의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도울 수 없구나. 그리고 이런 부분이 곳곳에 숨어있거든요.

그리고 이런 것들은 예전에 해경의 무능 혹은 전 정권의 무능이라는 단어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들이에요. 이런 부분들은 함께 구체적으로 좌절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는. 그런 면들을 되게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 학생들과 부모들을 만난 게 세월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잖아요.

◆ 김승섭> 그렇죠.

◇ 정관용> 몇 년 세월이 흘렀으니까 조금 좀 나아지고 있던가요, 어떤가요?

◆ 김승섭> 그 부분이 말이 되게 조심스러운 게 저 역시 가까이.

◇ 정관용>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 김승섭>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저의 한계가 분명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얘기는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왜 2년이 지났는데도 이들은 계속 아팠을까.

저는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이게 두 가지가 참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이들 생존 학생을 괴롭혔던 건 일단 이들이 갑자기 피해자였다가 가해자나 기득권이 됐던 지점들이 있어요. 그거는 대학 특별전형과 보상금 얘기가 나오면서부터였죠.

그런데 이런 것들을 보고는 참 마음이 아팠는데 어느날 일본에서 쓰나미 피해 지역을 연구하던 교수님을 한번 만나뵀더니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왜 한국 언론들은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주는 지원 금액들을 자꾸 입에 올리느냐.

일본 같은 경우는 재난이 터졌을 경우에는 거기에 수많은 돈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금액들을 입에 올리는 것들을 최대한 조심한다. 그리고 본인이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국가장학금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지원금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논문 발표를 당신에게 자유는 있지만 미뤄주면 좋겠다라고 권유를 받았다. 혹시라도 당신의 연구로 인해서 피해받은 지역들의 공동체 재건에 장애가 될까 봐 걱정된다. 이 정도의 섬세함들이 있는 건데.

◇ 정관용> 있어야 되는데. 그러니까 시간이 흘러가는 그 과정에 우리 행정과 언론과 우리 국민들이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조금씩 좋아지게 만드는 일을 못했고 오히려 그 아픔을 더 심화시키는 일들을 해오지 않았나 이런 자책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이 책의 부제가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인데, 정의로운 건강이라는 단어가 있나요?

◆ 김승섭> 문장으로만 보면 비문일 수도 있죠. 그런데 그런 고민을.

◇ 정관용> 무슨 뜻입니까, 이게?

◆ 김승섭> 예를 들어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잖아요. 결핵균이 결핵을 일으킨다. 그런데 실은 우리는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알고 있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금연하지 못하고 흡연하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비위생적이고 영양이 부족한 환경에서 결핵균에 노출되는가.

◇ 정관용> 가난한 사람들.

◆ 김승섭>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질병의 ‘원인의 원인’들.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어떤 가까이 있는 개인적인 원인들만 바꾼다고 해서 질병이 낫기는 되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정관용> 그래서 정의로운 건강.

◆ 김승섭> 왜냐하면 원인의 원인을 찾는 순간부터는 공동체를 말할 수밖에 없고 국가와 사회를 말할 수밖에 없고요. 국가와 사회가 개개인들의 몸에 대한 갖고 있는 책임들 그리고 질병 예방의 의무들 이런 것들을 생각했을 경우에는 정의라는 말과 건강이라는 단어는 되게 잘 어울리는 말일 수 있겠다.

◇ 정관용> 한마디로 정의롭지 못한 사회는 더 많이 아프고. 정의로운 사회는 덜 아프고.

◆ 김승섭> 그러니까 인간 개개인이 겪는 고통 중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도 있고 피할 수 있는 고통도 있을 텐데 사회가 정의로우면 피할 수 있는 고통을 더 많이 줄일 수 있겠죠.

◇ 정관용> 이런 사회역학에서 국가 간 비교도 많이 하죠?

◆ 김승섭>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상식적으로 북유럽의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그런 나라들이 가장 질병률 이런 게 낮습니까?

◆ 김승섭> 이렇게 연령이나 여러 가지를 통제하고 볼 경우에는 북유럽 쪽 건강지수들이 굉장히 좋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봐야 합니까?

◆ 김승섭> 그런데 그게 질병마다 다르기는 하고요. 쉽게 말하기는 어려운데 한국 사회의 국가적인 비교를 했을 때 질병을 얘기할 때 꼭 언급되는 것은 자살이거든요. 한국 사회가 자살률이 높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거기서 한걸음 더 보태서 얘기하는 것은 이런 거예요. 원래 우리가 그런 사회가 아니었어요.

◇ 정관용> 맞아요. 갑자기 그렇게 됐어요.

◆ 김승섭> 지난 20년간 자살률이 3배 가까이 증가한 나라다 보니까 원래 우리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증가했지. 전 세계적으로 보건학계에서 한국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얘기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한국에는 지난 30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뭐가 있었길래 자살로 죽는 사람들이 늘어났지 이런 질문들이 있고 좀 그 부분은 조금 더 적극적인 연구와 고민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 정관용> 사회과학을 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답이 이미 나와요. 양극화의 극심화가 그런 세계가 깜짝 놀랄 자살률의 급증을 가져온 게 아닌가. 우리 김승섭 교수께서는 앞으로 그런 걸 사회역학적으로 입증해 주시기를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 김승섭> 감사합니다.

◇ 정관용> 오늘 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승섭> 감사합니다.

◇ 정관용>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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