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금지법 3년… 되레 빨라진 선행학습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7/10/10 [08:38]

선행학습금지법 3년… 되레 빨라진 선행학습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7/10/10 [08:38]

 선행학습금지법 3년… 되레 빨라진 선행학습

 

 

"자유학기는 선행 적기" "대입 논술은 중3부터"

“중학교 자유학기 때 고교 진도”

“대입 논술 준비 빠를수록 좋아”

수능 개편 등 불확실성 커져

학부모들 막연한 불안감에

공교육 무시한 채 범위 확대

중학생까지 학종 대비 컨설팅 등

무분별 사교육 규제 장치 전무

한국일보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국내 초중고교 학생들의 선행학습의 시기는 더 빨라졌다는 지적이 높다.

 


#1. 이번 2학기부터 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시행된 중1 한모(13)양의 하루는 전보다 바빠졌다.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주3회짜리 수학 과외를 시작해서다. 기존에 다니던 수학 학원까지 더하면 주5일 사교육을 받는다. 한양의 어머니 이모(41)씨는 9일 “자유학기 때 고교 수학 진도를 빼는 건 요즘 상식”이라며 “엄마들 사이에선 진짜 자유를 즐기다간 우리 애만 바보 된다는 말이 오간다. 지금이 선행(학습)하기 딱 좋을 때”라고 말했다.

#2. 경기 지역 예비 고1 조모(16)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는 매주 월요일마다 서울 강남의 한 논술전문학원에 간다. 집과 학원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 무려 2시간. 그럼에도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이 학원 ‘대입 논술전형 예비반’에 등록한 건 “벼락치기가 불가능한 논술은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 때문이다. 조군은 “학원에서 정해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수준이지만 미리 대입을 준비하는 느낌이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2014년 9월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방과 후 과정 등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해 교육은 초중고교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법이지만, 그 사이 선행학습의 시기는 더 빨라지고 그 범위는 더 넓어졌다는 게 교육현장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초등 때 중등 완성, 중등 때 고등 완성’은 더 이상 교육열이 높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특히 최근 2015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수능 개편, 자유학기제 확대(자유학년제) 등 교육체계 변화가 예고되면서 선행학습 의존도는 더 높아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새 교육과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다 자유학년제 실시가 학생간 격차를 더 키울 거라는 불안감 탓에 “남들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하는 탓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학들의 수시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비교과 영역 등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것도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학원가에선 전공설정과 자기소개서 작성 등의 ‘‘학종 대비 컨설팅’ 수업이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을 대상으로도 진행 중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이렇게 사실상 무력화된 데에는 법 자체의 허술함과 더불어 정부, 학교, 학원, 학생 등 총체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학교에만 적용되는 법인 탓에 사교육 업체의 무분별한 선행학습을 규제할 방안이 전무하다. 업체들의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금지하는 조항(제8조)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 처벌 규정이 없어 적발돼도 행정지도 수준에 그친다. 최근 연세대 등이 대학별 고사에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해 적발되는 등 공교육 과정을 무시하는 일부 대학의 행태도 선행학습의 주범 중 하나다. 한 논술 전문과외 강사는 “상위권 대학들이 요구하는 답안은 학교 수업에서 절대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수능 절대평가 확대, 논술전형 축소 등 새 정부가 약속한 교육 공약을 명확히 하지 않아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측면도 다분하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교육과정에서 일단 뒤처지면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불필요한 선행학습을 부추긴다”며 “과도한 선행학습 마케팅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동시에 대입 전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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