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종(種)의 종말 ① : 청와대에 침투한 공포의 존재..그의 이름 '꽃매미'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7/10/30 [19:29]

[마부작침] 종(種)의 종말 ① : 청와대에 침투한 공포의 존재..그의 이름 '꽃매미'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7/10/30 [19:29]

 [마부작침] 종(種)의 종말 ① : 청와대에 침투한 공포의 존재..그의 이름 '꽃매미'

 

 

 

# 2017년 7월 19일, 대한민국 청와대 상춘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 청와대가 침입자에 뚫렸다. 침입자는 소리도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최고의 무술 실력을 가진 경호원들조차 이 침입자를 막아내지 못했다. 아니 인식조차 못했다. 침입자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침입자가 임 실장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에까지 달라붙은 순간, 임 실장이 침입자의 접근을 가까스로(?) 차단했다. 당시 상춘재에선 북핵 문제 같은 외교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4당 대표 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죽여도 되나요?"
 
# 생사의 기로에 놓인 침입자의 국적은 중국, 이름은 반의(斑衣)다. '얼룩무늬 옷'을 즐겨 입기에 '반의'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세계적으론 'Lycorma delicatula'로 불리고 있다. 청와대를 소리 없는 공포(정확하게는 인식하지도 못한 공포)로 몰아놓은 침입자는 바로 '꽃매미'라는 곤충이었다. 대륙에서 한반도로 건너온 외래생물인데, 우리나라에선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돼 발견하면 즉살(卽殺)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날 '꽃매미'의 담대한 청와대 침투는 다행히(?) 무위에 그쳤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2010년, '21세기 지구의 가장 주요한 환경문제' 가운데 하나로 '침입외래종 문제'를 꼽았다. 침입외래종은 세계 GDP의 10%를 감소시키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위협적 존재라는 것이다.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등이 식용이나 모피 같은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특정 지역에 유입되면서 그 지역 고유 생태계가 망가졌다.

한 나라의 고유 생태계가 훼손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론 '종(種)의 축소', 더 나아가 '종(種)의 종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구에 켜진 '경고등' 속에서 각 국가는 침입외래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한국의 외래생물 현황, 대응책 등을 4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먼저 청와대를 침입한 꽃매미와 같은 외래종 중 가장 위해한 '생태계교란생물'의 실태와 현황을 파악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바로가기☞)]
http://mabu.newscloud.sbs.co.kr/20171030news/
한국 외래생물 현황, 서식 모니터링 지도 등 더욱 상세한 내용은 인터랙티브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꽃처럼 예쁘지도, 매미처럼 정겹지도 않은 '꽃매미'…최근 급부상

우리나라 정부는 2,200여종이 넘는 외래생물종 가운데 가장 위험한 생물 20종을 선정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법에 따라 수입도, 반입도, 재배도 금지되는 생태계교란종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알레르기 등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외래종들이다.

 

생태계교란종에 의한 치명적인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정확한 개체 수나 서식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외래생물을 조사하는 국립생태원은 생태계교란종의 개체 수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일부 특정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관찰 조사(모니터링)하는 데 그치고 있다.
 
관찰 조사(모니터링) 역시 매년 또는 격년 실시 종으로 나뉜다. 생태계교란생물 5종에 대해선 매년, 나머지 13종은 2년에 한번 꼴로 진행한다(지난해 지정된 2종 갯줄풀, 영국갯끈풀은 아직 모니터링 자료가 없음) <마부작침>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치 '모니터링 보고서(2007~2013 국립환경과학원 주관, 2014~ 생태원 주관)'를 단독으로 입수해 실태를 파악했다.

먼저 생태계 파괴를 넘어 청와대 행사까지 방해한 소리 없는 침입자 '꽃매미'는 대표적인 생태계교란생물이다. 꽃처럼 향기도 없고, 매미처럼 정겹지도 않은데 '꽃매미'라는 이름을 가졌다. 의아해 할 수도 있을 대목인데, 사실 해외에선 관상용 곤충으로 기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빠르게 고유 생태계를 점령하며 망가뜨리고 있어 '골칫거리'인 침략종임에 분명하다.

꽃매미는 지난 2012년 12월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다. 다른 교란종에 비해 지정된 시점이 얼마 안됐지만, 확장 속도는 상당히 더 빠른 편으로 환경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서울, 경기, 충복, 경남, 강원을 비롯해 내장산 치악산 등 각종 국립공원과 과수원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5년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한 끈끈이 트랩에 천 마리 이상의 꽃매미 약충이 붙을 정도로 개체 수가 급증했다고 밝히고 있다.

 

생태원은 16개 지역을 관찰 지역으로 설정해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는데, 통상 한 나무에 몇 마리가 사는 지를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가죽나무 한 그루에 약충 50마리 이상, 강원 고성군 죽왕면에서는 성충 30마리 이상이 발견되는 등 개체 수는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평균 크기가 20.4㎜에 불과하다고 꽃매미를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 꽃매미가 습격하면 나무가 고사하고 농작물의 잎과 과실은 시들고 말라 죽는다. 하지만, 방제를 하려 해도 퇴치가 어렵다. 그런 꽃매미가 서식지를 확장해 이젠 청와대에서까지 발견됐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꽃매미의 서식 실태에 대한 기초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다.
 
꽃매미가 정확히 언제 한국으로 침투했는지도 모르고 있다. 단지 중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국립생태원은 꽃매미가 지난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목격됐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료는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최초로 발견된 시기를 70년 가까이 더 이르게 보고 있다. 1932년부터 한국에 꽃매미가 서식했다고 일본인 곤충학자 도이에 의해 보고 됐다고 밝히고 있는 것. 이처럼 유입 시기와 유입 경로를 두고 이론이 있는데, 한국의 기후변화로 더운 지방을 선호하는 꽃매미의 분포가 확장됐다는 건 공통된 의견이다.
 
● 지난해 5천 마리나 포획된 '괴물쥐 뉴트리아'…"북진과 남진을 막아라"

매년 관찰 대상으로 선정되는 뉴트리아는 최악질 외래종으로 꼽힌다. 얼핏 보면 수달과 닮아 귀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말 그대로 '괴물쥐'다. 인간을 공격하진 않지만, 과일, 물고기, 곡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폭식가다. 주식은 습지식물로, 원시 자연의 생태 보고라는 우포늪 등 중요 생태계를 파괴한다. 이는 습지 감소로 이어져 물의 자정 능력을 떨어뜨린다. 제방에 굴을 뚫고 사는 습성 때문에 장마철에 제방 붕괴를 야기해 홍수 위험까지 높이고 있다.

 

때문에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0년 기준 11개 지역에 그쳤던 관찰 대상 지역을 2014년부턴 16개 지역으로 확대해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다. 관찰지는 부산, 경남 일대 주로 낙동강 하류에 포진하고 있다. 2010년 모니터링 지역에서 113마리가 발견된 이후, 2015년엔 195마리로 집계됐다. 이를 강가 또는 하천변 100미터 당 개채수로 환산하면, 2010년 3.89마리에서 지난해 1.03마리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뉴트리아의 쓸개가 곰 쓸개보다 좋다는 연구 결과와 포상금 지급. 이 두 가지의 강력한 유인책은 시민들의 포획 작업을 활발하게 했다. 지난 2014년 7,869마리, 2015년 6,786마리, 지난해 낙동강 하류에서만 4,620마리가 포획되는 등 포획 작업 덕분에 개체 수는 일단 줄어든 것으로 환경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 추정 개체 수는 4년 전 8,700마리에서 지난해는 5,400마리로 그 수가 줄었다.
 

 

국립생태원은 뉴트리아 주서식지를 낙동강 하류로 보고 있는데, 이에 따라 관찰 지역도 부산 경남 일대 16개 지역으로 잡고 있다. 혹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감안해 충북 충주의 남한강 일대도 관찰 지역에 포함했지만, 발견된 개체 수는 '0마리'라고 보고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관찰 지역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일 뿐이다.
 
'뉴트리아'를 주요 타깃으로 서식 실태를 조사한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뉴트리아의 배설물, 발자국, 굴, 섭식 자국 등 흔적이 경남 일대에서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경산·고령·성주를 비롯해 충북 충주·청주·괴산, 심지어 제주 일대에서도 서식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즉, 낙동강 일대에 한정한 뉴트리아 관찰 지역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 미연에 싹을 자르지 않으면 전국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뉴트리아가 낙동강 이북으로 북진하거나, 남진을 본격화하면, 그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 춘천호 장악한 배스 "내가 이 지역 왕"…교란종의 큰 형님 '황소개구리'

뉴트리아의 개체 수는 웅담 발견이라는 호재, 포상금 지급 등 매력적인 유인 작용으로 다행히 그 수가 줄거나 적어도 늘지 않고 있다지만, 다른 생태계교란종인 큰입배스, 파랑볼우럭(블루길) 등은 한국의 강 생태계에서 오히려 장악력을 넓혀가고 있다.

두 어종 모두 매년 관찰 대상에 오른 교란종인데, 큰입배스는 2014년 모니터링 지역 12곳에서 7.2%의 상대풍부도(포획된 개체 중 해당 종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였지만, 지난해엔 13.5%를 보여, 2배 가까이 그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춘천호 지역에선 2013년 7% 정도였는데, 지난해 33.5%로 급증했다. 춘천호에서 물고기 10마리를 잡으면 3마리 이상이 큰입배스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배스에게 호수 생태계가 장악당했다는 뜻이다.

 

파랑볼우럭도 2010년 31%에서 2012년 16%로 감소하긴 했지만, 지난해엔 22.8%로 분석됐다. 이런 탓일까. 팔당호, 제주도에선 생태계교란어종의 비율이 50% 이상으로 조사될 만큼, 고유 생태계가 붕괴된 상황이다. 두 어종 모두 뉴트리아처럼 '현상금'이 걸려있긴 하지만, 포상금이라는 유인책만으로 제대로 제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교란종의 큰형님격인 황소개구리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큰입배스, 파랑볼우럭과 함께 지난 1998년에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됐는데, 아직도 제대로 제거를 하지 못해서 생태원에서 격년으로 관찰 조사를 하고 있다. 황소개구리는 2007년 4개 지역에서 관찰을 시작해 지나 2012년 18개 지역으로 조사 지역이 확대됐다.

 

2012년 881마리에서 지난해 1,409마리로 관찰 지역 개체수가 늘어났는데, 18개 지역 중 유독 전남 신의도와 부산 기장군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황소개구리는 생존력과 번식력이 좋아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서식하고 있다. 뱀까지 잡아먹을 만큼 강력한 포식자로 통하지만, 천적이 없는 건 아니다. 황소개구리를 요리로 먹는 인간, 그리고 백로, 너구리 등이 황소개구리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온 땅은 내 차지" 가시박, 올망졸망 외모에 속으면 큰 일 '미국 쑥부쟁이'

고유종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한 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마찬가지다. 하천변을 찾아가면 땅을 가득 덮어 마치 초록 이불 같은 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주변 땅을 뒤덮어 햇볕을 가려 고유종을 말살시키는 교란식물 '가시박'이 그 지역을 장악한 것이다.

 

'가시박'은 최근 한강까지 침투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줄기 하나에 씨앗이 2,500개가 넘을 만큼, 강력한 번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자라나 다른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는 위험성 때문에 생태원은 '가시박'에 대한 관찰 조사를 해마다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모두 236,900㎡의 군락지가 파악됐지만, 지난해 299,100㎡로 그 규모가 6만㎡ 이상 넓어졌다. 이 역시 한정된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실제 분포 지역은 더욱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올망졸망한 것이 화원에서 본 듯한 착각을 주는 식물도 있다. 출퇴근길 도로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한번 눈길을 주고 순간 설레 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대륙에서 물 건너온 외래종이자, 생태계교란종인 '미국 쑥부쟁이'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토종 식물을 몰아내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0년 15개 관찰지에서 66,550㎡ 크기의 군락지를 형성됐는데, 2014년 262,100㎡로 증가했다. 지난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교란종 중 하나이다. 이 외 단풍잎돼지풀, 양미역취 ,갯줄풀, 영국갯끈풀도 대표적 생태계교란식물로 고유종을 없애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해부, 덫, 바이러스까지…완전 퇴치 불가능?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침입외래생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제거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생태계에 뿌리 내린 외래생물을 퇴치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경로로 유입됐고, 어떤 곳에 서식하는지 기초적인 정보를 파악하는데도 상당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치를 위해 외래종만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고, 퇴치 과정에서 고유 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과학적 접근도 필요하다. 생태계 관리에 엄격한 호주의 경우 외래생물인 '유럽종 잉어'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강의 90%가 잉어에 잠식될 만큼 생태계가 파괴되자 잉어에게만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를 개발해 퇴치에 나서기도 했다. 이 외에도 천적을 이용한 퇴치법, 직접 포획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침입외래종 제거에 나서고 있다.

완전 퇴치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영국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뉴트리아로 생태계 훼손이 심해지자 대대적인 퇴치 작업을 벌였다. 영국도 모피용으로 1920년대 뉴트리아를 수입했는데, 걷잡을 수 없이 개체 수가 늘어나자 1962년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1981년에 완전 박멸을 목표로 2차 캠페인을 벌였다. 이를 위한 '전략그룹'을 설립했고, 뉴트리아의 생식특성, 생애주기, 생체구조 등을 파악하기 위해 3만 마리 이상을 해부했다. 뉴트리아가 선호하는 먹이, 장소에 덫을 설치해 퇴치 작업을 진행했고, 마침내 1989년에 완전 퇴치에 성공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4년 '뉴트리아 퇴치프로그램 실천계획'을 마련해 2023년까지 완전 퇴치를 이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생태계교란생물 20종 중 뉴트리아로 인한 피해가 나날이 커지면서, 10년 간 예산 107억 원을 들여 완전 퇴치를 선언했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안혜민 분석가 (hyeminan@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인턴: 홍명한          

권지윤 기자legend816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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