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증류소주 `제왕` VS `화요`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7/11/04 [05:55]

뺏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증류소주 `제왕` VS `화요`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7/11/04 [05:55]

 뺏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증류소주 `제왕` VS `화요`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31] 챔피언이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다. 고급 증류 소주 시장의 최강자는 화요다. 광주요에서 만든 화요는 지난해 전체 매출 109억원으로 증류 소주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화요는 알코올 도수 19도, 25도, 41도, 53도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알코올 도수 25도짜리 '화요25'의 판매량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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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주가 만든 증류소주 제왕25. 고구마 증류원액을 섞어 개성있는 맛을 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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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의 성공을 본 여러 주류 회사들이 증류 소주를 내놨다. 그중 금복주에서 내놓은 '제왕25'는 고구마 증류원액을 섞어 눈에 띈다. 보통 일반 증류 소주들은 쌀로만 빚는다. 이름부터 제왕이다. 호기롭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알코올 도수가 25도로 화요와 같다. 제왕도 알코올 도수 25도짜리 제품 외에 16.9도와 21도짜리 제품을 생산한다. 제왕16.9와 제왕21에는 고구마 증류원액이 들어있지 않다.

고구마 증류원액을 섞어서인지 제왕25의 향과 맛은 쌀로만 빚은 증류 소주들과 미묘하게 다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식감이다. 목 넘김이 너무나 부드럽다. 걸리는 것이 없다. 술을 털어 넣으면 마치 물처럼 넘어간다. 부드러워서 자꾸만 마시고 싶어진다. 과음을 부르는 위험한 술이다. 이름만 보고 독할 거라 생각했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향이 난다. 술을 머금고 혀로 굴리면 단맛과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과하지는 않다. 일본식 고구마 소주와는 또 다르다. 성분표를 확인했다. 쌀 증류원액과 고구마 증류원액 순으로 표기돼 있다. 각각 몇 %를 넣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보통 함량이 높은 순서대로 성분명을 적는다. 쌀 증류원액이 고구마 증류원액보다는 많이 들어갔다는 얘기다. 정확히 몇 대 몇으로 섞였는지 적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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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요의 화요25. 화요는 증류소주 중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한다. 화요25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제왕에 비하면 화요는 저돌적이다. 냄새부터 다르다. 잔에 담긴 화요에서는 강렬한 소주 향이 찌르듯 올라온다. 맛도 단도직입적이다. 화요가 혀에 닿으면 소주의 화기(火氣)부터 전해진다. 그다음에 백미의 단백한 단맛이 다가온다. 끝 맛이 날카롭다. 제왕에 비해 목 넘김이 거칠다. 희석식 소주만 먹다가 화요를 처음 마셨을 때 그 부드러움에 감탄했던 적이 있었다. 그게 얼마나 됐다고 화요가 독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가격은 비슷하다. 제왕 375㎖는 한 병에 약 1만원, 같은 용량의 화요25는 1만1000원이다. 둘 다 향이 아주 세지 않아 여러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회나 한식은 말할 것도 없고 삼겹살, 치킨 등 기름진 음식에 겯들여도 좋다.

나는 화요로 증류소주에 입문했다. '첫정'인 셈이다. 사석에서도,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에서도 화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잘 만든 술이었기에 화요를 추천하는 데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좀 달라졌다. 미안하지만, 25도에서는 제왕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나의 25도 증류소주 부문 챔피언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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