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주로 노란색-붉은색-갈색... 나뭇잎속 성분따라 색깔 달라져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7/11/04 [05:57]

단풍은 주로 노란색-붉은색-갈색... 나뭇잎속 성분따라 색깔 달라져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7/11/04 [05:57]

단풍은 주로 노란색-붉은색-갈색... 나뭇잎속 성분따라 색깔 달라져

 

 

단풍을 이야기하는 계절입니다. 남한에서는 설악산이 단풍의 시작점입니다. 설악산부터 시작해서 두륜산까지 내려가는 데 한 달이 걸립니다. 한 달 동안의 단풍 여정 중 어느 지점에 동참해 볼까 고민하는 것은 대한민국 땅에서 사는 사람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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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한계령 길의 단풍

 


얼마전 설악산의 오색 단풍을 만끽하겠답시고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탔습니다. 오랜만의 등산인 데다 전날의 장 트러블로 인해 몸의 기력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오르다 보니 산행 시작 한 시간 만에 저도 모르게 그만 구구단을 외고 말았습니다.

2×9=? 4×7=?... 원래 신던 것보다 큰 신발 사이즈를 탓해 보기도 했습니다. 또 10㎏이 넘는 카메라 가방 무게를 탓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힘들어 하는 이유를 체력문제라고 말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창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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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중청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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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축구공처럼 생긴 중청의 기상대 구조물이 멀리 보일 때면 언제 저기까지 간단 말인가 하고 절망에 빠집니다. 그래도 잠시 숨을 고르면서 뒤돌아보면 그때까지 걸어온 길이 까마득히 멀어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건강을 위해 질주하는 몇 무리의 사람들을 보내주고, 가을 속의 자신을 사진에 담느라 여념 없는 사람들을 지나쳐 가다 보면 어느덧 정상이 코앞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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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에 맞아 불에 탄 주목



여러 번 올랐다 해도 설악산은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번개에 맞아 숯처럼 타버린 몸으로 푸른 잎을 내민 주목 앞에 서면 삶의 본능에 대한 경이를 느낍니다. 독야청청 곧게 선 잣나무도 있지만 바람의 방향대로 머리를 빗긴 잣나무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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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모두 한 쪽으로 휜 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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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에 다다를 즈음부터는 아예 바닥에 누워 자라는 눈잣나무 군락을 만납니다. 스크럼을 짠 눈잣나무는 군락이라기보다 군단 같은 느낌입니다. 빨갛게 익은 마가목 열매 앞에서는 망원렌즈를 짊어지고 온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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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누워 무리 지어 자라는 눈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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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인 분비나무가 훨씬 더 잘 보이는 계절이 가을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기도 합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침엽수들의 세상이라 단풍 같은 건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가을이 서둘러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침엽수들의 짙푸른 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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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더욱 돋보이는 분비나무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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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가린 대청봉



대청봉은 구름에 가렸기에 등정 즉시 하산에 돌입했습니다. 제대로 하지 못한 단풍 구경에 찜찜해하며 가던 중 설악폭포에 이르러서야 단풍다운 단풍을 만났습니다. 아마도 폭포가 제공하는 습도 때문일 것입니다. 습도가 낮은 지역의 단풍은 곱게 물들기 전에 타버리기 일쑤라 아름답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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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폭포 쪽의 단풍



한계령에서 올라갈 때는 초반 1시간이 마의 구간이라면 오색약수 쪽으로의 하산은 막바지 1시간이 마의 구간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포의 돌계단 코스를 내려가야 하는데 기운이 달리다 보면 욕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서두르는 건 사고의 위험이 있어 좋지 않지만 단풍철에는 오후 6시 전까지 하산을 마쳐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컴컴한 밤에 내려와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산행을 마치고 한계령휴게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제대로 된 단풍을 보았습니다. 설악산은 역시 밖에서 봐야 단풍이 아름답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또 온다고 했던가요? 바로 다음 날 다시 또 한계령을 찾았습니다. 하루 만에 좋아진 날씨 덕에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경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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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길의 단풍

 


멀리서 단풍색만 보고도 설악산에 무슨 나무가 자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단풍색은 크게 노란색, 갈색, 붉은색으로 나눕니다. 이중 노란색 단풍은 원래 있던 색이 그제야 나타나 보이는 것입니다.

가을이 되어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녹색을 띠는 색소인 클로로필이 분해되면서 엽록소가 파괴됩니다. 그러면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노란색 계열의 색소인 카로틴과 크산토필이 우리 눈에 노란 단풍으로 보입니다. 생강나무나 비목나무 같은 녹나무과의 나무에서 노란색 단풍이 잘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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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 단풍

 



갈색 단풍은 대개 오리나무나 참나무 종류에서 보입니다. 도토리를 여는 참나무 종류들은 열매의 색과 같이 칙칙한 갈색으로 물드는 편입니다. 그건 자기 몸에 지니고 있는 타닌 성분 때문입니다. 도토리를 날것으로 씹었을 때 느껴지는 떫은맛, 그것이 바로 타닌입니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를 끼고 흐르는 도솔천은 가을이면 물이 갈색으로 변하는데, 그것도 다 주변 참나무에서 떨어진 잎의 타닌 성분 때문입니다. 설악산에서는 신갈나무가 갈색 단풍을 담당합니다.

이와 달리 붉은색 단풍은 원래 없던 색소가 합성되어 나타납니다. 낙엽수들은 겨울나기를 위해 잎을 떨어뜨리려고 잎자루 부분에 ‘떨켜’라는 특수한 세포층 만듭니다. 일종의 분리 조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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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의 단풍


떨켜가 형성되면 잎에서 만들어진 탄수화물이나 아미노산 등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차단되어 남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당 성분으로 축적돼 안토시안이 합성됩니다. 그것이 곧 붉은색 단풍으로 발현됩니다.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화살나무, 담쟁이덩굴, 그리고 옻나무과 나무들이 화려한 붉은색으로 물듭니다. 설악산에는 당단풍나무가 많은 듯합니다.

단풍이라고 해서 매번 같은 색으로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온도, 햇빛, 그리고 수분의 정도에 따라 해마다 약간씩 다른 색으로 만들어집니다. 일교차가 크면 밤에는 떨켜의 형성이 촉진되고 낮에는 축적되는 당이 많아져서 타는 듯한 붉은 단풍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내장산이나 설악산의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젠 남부 지방으로 내려간 단풍 잡으러 어서들 떠나시기 바랍니다. 거기엔 아마 진짜 단풍나무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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