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붕괴보다 더 무서운 비(非)구조물 낙하…지진 관련 규정 전무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7/11/17 [09:11]

건물 붕괴보다 더 무서운 비(非)구조물 낙하…지진 관련 규정 전무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7/11/17 [09:11]

 건물 붕괴보다 더 무서운 비(非)구조물 낙하…지진 관련 규정 전무

 

경북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건축물의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직접적인 인명피해를 불러오는 비(非)구조물과 관련한 안전 규정은 찾아볼 수 없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의 건축구조 기준에 따르면 비구조물은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재가 아닌 장식물, 유리, 외벽, 마감재, 광고판 등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내진 설계 관련 규정을 도입해 점차 강화해 왔지만 비구조재와 관련한 법규나 안전 규정을 마련하는 데엔 소홀하다. 지진재해대책법에도 비구조재와 관련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

포항의 한 아파트 외벽이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모습


지난해 5월 국민안전처가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비구조물 내진 설계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심지어 작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기왓장이나 외벽 추락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비구조재 관련 안전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후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개선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도 건축물 붕괴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외벽이 떨어져 나가면서 인명ㆍ재산 피해를 낳았다. 희림종합건축 관계자는 “내진 설계에만 관심을 쏟는데 건물이 무너져 발생하는 피해 못지 않게 낙하물에 따른 2차 피해 역시 큰 위해가 된다”며 “벽돌이나 창문이 떨어지면 길가는 사람은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경주 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218개 초ㆍ중ㆍ고교 가운데 102개 학교에서 비구조물이 떨어지거나 파손돼 피해가 발생했다. 구조물의 내진 설계만 강화한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고층 건물일수록 진동에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강한 충격이 오면 유리가 깨지거나 마감재가 떨어져 내릴 위험이 크다. 현재 대규모 민간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만큼 고층 건물이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안전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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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외벽이 무너진 포항의 한동대 건물
상황이 이렇지만 현재로선 건설사들의 자체 노력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구조물 시공과 관련해 건설사 자체적으로 내부 기준을 마련해 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기준은 지진보다는 풍하중, 즉 비바람에 잘 견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행처럼 번진 커튼월 마감의 경우 제작업체가 풍하중과 지진하중 등을 고려해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얼마나 지진에 튼튼한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 단계에서는 과도하다 싶을 만큼 내진 성능을 강화해 내놓지만 공사기간에 쫓기고 비용이 늘어나면 현장에서 이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일이 그 많은 비구조물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시공과 감리감독까지 당사자가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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