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만에 '경찰 시대'… 검찰 지휘 안 받고, 간첩수사 도맡는다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8/01/15 [10:35]

64년만에 '경찰 시대'… 검찰 지휘 안 받고, 간첩수사 도맡는다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8/01/15 [10:35]

 64년만에 '경찰 시대'… 검찰 지휘 안 받고, 간첩수사 도맡는다

 

 

[권력기관 개편안] 靑 개편안 현실화 땐 막강 권력

대공수사 맡는 경찰청 보안국, 규모 키워 안보수사처로 승격

'일반 경찰, 수사 경찰' 조직 분리… 새로 생기는 국수본이 수사 지휘

자치경찰제, 전국 시·도로 확대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안이 발표되자 경찰 내부에선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하며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게 되면서 잃은 '최고 권력기관'의 위상을 64년 만에 되찾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안이 현실화하면 고위 공직자와 금융·경제 범죄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를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게 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가져 온다. '공룡 경찰'이 탄생하는 것이다.

◇1차 수사 전담… 커지는 경찰

현재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검찰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는다. 수사 과정을 검찰에 보고해야 하고, 검찰의 구체적인 지시를 따라야 한다. '피의자 진술은 영상으로 촬영하라' 같은 지시까지 받는다. 검찰이 요구하면 사건 자체를 검찰에 넘기고 손을 털어야 했다. "고생은 우리가 하고, 공(功)은 검찰이 가져간다"는 불만이 경찰에 쌓여 있다.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권 독립'이라는 숙원을 어느 정도 풀 수 있게 됐다.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하면서 기소권과 수사지휘권을 검찰에 줬다. 일제와 이승만 정권에서 경찰이 과도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1961년에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경찰도 갖고 있던 영장청구권을 검찰만 행사하도록 했다.

이번 개혁안에선 경찰이 전반적인 수사를 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면, 검찰은 2차 수사만 지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검찰이 법원에 사건을 넘기는 공소(公訴) 제기 단계에서만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지시할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완벽한 지휘권 폐지는 아니지만 과거 모든 사건에 검찰이 손을 댈 수 있던 데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대공 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처가 생긴다. 경찰은 대공 수사를 해오던 경찰청 내 보안국을 안보수사처로 승격시키고 국정원 인력도 흡수할 예정이다. 현재는 대공 사건의 70%를 경찰에서 처리하지만, 핵심 중요 사건은 국정원에서 해왔다. 이를 모두 안보수사처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 인력이 넘어오고, 자치 경찰제가 시행되면 경찰 인원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경찰 조직은 약 14만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옮기게 될지는 향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 경찰 도입… 쪼개지는 경찰

비대해진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조직을 쪼개기로 했다. 경찰 내에서도 '수사권 독립'을 위해 인사와 경비·정보 등의 업무를 맡는 조직(일반 경찰)을 수사 조직(수사 경찰)과 분리한다. 현재는 인사권을 쥔 경찰 지도부가 수사를 보고받고 이를 지휘한다. 수사 경찰들이 경찰 지도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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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경찰은 '국가수사본부'(가칭)라는 별도 조직으로 만든다. 경북·전남 등 지방경찰청 수준의 단위에는 국가수사본부 '○○지부'를 둔다. 일선 경찰서 수준에서는 형사수사과를 떼어내 국가수사본부의 지휘를 받게 한다. 수사 이외 업무를 하는 조직은 경찰서에 지금처럼 두고 '일반 경찰'의 지시를 받게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경찰서 관할에서 살인이 발생했다면 현재는 형사과-서장-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의 계통을 밟는다. 앞으로는 강남경찰서 형사과를 국가수사본부 서울지부(현 서울경찰청 수사과)가 직접 지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수사본부는 미국 FBI(연방수사국)와는 기능 면에서 다르다. FBI의 경우 일부 중요 사건만 다루는 데 비해, 국가수사본부는 중요도에 관계없이 국내 모든 사건을 다룬다.

지방마다 자치경찰도 새로 만든다. 경찰청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한다는 것이다. 국가 경찰과는 별도로 시·도지사 아래 둔다. 시·도지사는 추천을 받아 자치경찰본부장을 임명하고, 본부장이 자치경찰을 지휘한다. 자치경찰은 비교적 경미한 사건 수사와 지역 치안, 경비 등을 담당하게 된다.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교통사고는 자치 경찰도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 경찰은 올해 법안이 제정되면 2019년 서울·세종·제주를 비롯해 5곳에서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자치 경찰과 국가수사본부가 일부 업무는 함께 수행한다. 가령 112에서 살인사건을 접수하면, 자치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중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장에 출동한다. 살인사건인 것이 확인되면 국가수사본부 소속인 일선 경찰서 형사과가 사건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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