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의하세요

서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8/02/15 [10:23]

부모님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의하세요

서정태 기자 | 입력 : 2018/02/15 [10:23]

 부모님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의하세요

 

 

 

설날에 부모님과 해야 할 일

존엄사 위한 필수 장치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 때 서울 중구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한 부부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서 등록한 뒤 접수증을 확인하고 잇다.

이번 설날에 고향의 부모님과 삶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의논해 보시면 어떨까요.

마침 이달 4일 연명의료 중단(일명 존엄사)이라는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임종단계에서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네 가지 연명의료 행위를 하지 않도록 연명의료결정법이라는 법률이 시행됐습니다. 연명의료는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죽음의 연장이라고들 합니다.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아서 죽는 시기를 늦추는 것이지요. 이렇게 연명하는 게 의미가 없고 오히려 고통만 늘린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을 합법화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본인이 생전에 분명하게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해두는 게 좋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 Directives)가 존엄사의 핵심 장치입니다. 네 가지 연명의료 행위 중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만 표시할 수 있고, 넷 다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할 때 이 문서를 미리 작성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도 연명의료를 하지 않고 편안하게 임종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양식


이걸 작성해서 정부의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면 됩니다. 임종 상황이 닥치면 의료기관에서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조회해서 환자의 뜻대로 실행합니다. 인공호흡기를 아예 달지 않거나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의료진이 사전의향서를 확인만 하면 끝입니다. 다른 절차가 필요 없지요.

만약 이 문서가 없는 상태에서 임종 상황이 닥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말기나 임종 단계에서 연명의료계획서라는 문서를 작성(환자가 작성)하든지 ▶가족 2명이 "우리 아버지가 평소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일관성 있게 진술하든지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존엄사를 택할 수 있습니다. 절차가 복잡한 데다 가족관계증명서, 손자·손녀의 서명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품위 있는 마무리를 못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서류를 떼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사전의향서는 반드시 본인이 작성해야 합니다. 부모님도 중환자실에서 힘들게 숨진 사례를 많이 봤을 것이기 때문에 존엄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겁니다. 저녁 식사 후 자연스럽게 "이번에 연명의료 중단이란 게 시행됐다더라"고 넌지시 얘기를 꺼내면 어떨까요. 아마 부모님이 "나는 인공호흡기 같은 거 안 달란다"고 말씀하실 테고, 그러면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도록 권하면 됩니다.

이 문서를 작성하려면 전국 178개 건강보험공단 지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가야 합니다. 등록기관은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등 48곳이 있습니다.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https://lst.go.kr)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거기 가서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의사 결정을 하면 됩니다.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꾸거나 취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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