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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KBS 기자들, 사내 성폭력 고발 ‘미투’ 영상 제작 “저희부터 자백”
 
권오성   기사입력  2018/02/17 [13:36]

 현직 KBS 기자들, 사내 성폭력 고발 ‘미투’ 영상 제작 “저희부터 자백”

 

 

 

기자로서의 평가보다 앞선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언론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과연 진정성 있는 보도를 할 수 있을까”라며 “언론계부터 바뀌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말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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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KBS 기자들이 사내 성폭력 문화를 스스로 고발하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했다.
14일 오후 KBS는 ‘인터넷 뉴스’ 란에 ‘KBS MeToo:KBS 기자들이 말한다’라는 제목의 영상 2개를 게시했다. 각각 약 8분, 6분 정도 길이의 영상에는 박에스더, 이지윤, 신방실, 박대기, 최은진 기자가 직접 출연해 자신이 경험한 KBS 내 성폭력 문화를 고발했다.

입사 20년차인 박에스더 기자는 “여기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단란주점에 가서 도우미를 부르고 몸을 더듬는 일들이 많았다”라며 “여자는 언제든지 성적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의 인식을 숨기고 싶어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공론화해서 문제삼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페미니즘 얘기하는 애’로 찍히면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됐다”라고 전했다. 박 기자는 인터뷰 도중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지윤 기자는 “남자 선배가 ‘노래방에서 도우미 안 넣어줘 섭섭했냐’는 얘기를 여자 후배들 앞에서 버젓이 했다. 취재가 어려울 때는 ‘미인계로 설득해 봐라’ 등의 말을 들었다. 여기자들에겐 외모 평가가 항상 신방실 기상전문기자는 “회식에서 간부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라는 강요는 거의 애교 수준이었고 선배가 옆구리에 손을 넣어 만지는 일도 있었다”라며 “이게 정말 현실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불시에 추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신 기자는 “조직사회에서 튀지 않고 무난하게 묻어가는 게 낫다는 주입을 받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대기 기자는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문제제기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많았다. 저만 정색을 하면 뭔가 분위기를 깨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사실 기자가 잘못된 현장을 보면 질문하고 고발하길 기대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냥 침묵하면서 공범이 돼 왔다”라고 말했다.

최은진 기자는 “조직의 분위기에 눌려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데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후배들이 똑같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신방실 기자는 “제가 겪은 일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대기 기자는 “저희부터 잘못된 회사 문화에 대해 고백을 하고, 고발을 하고, 자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 ‘MeToo:KBS 기자들이 말한다’ 전문

박에스더=제가 회사에 입사한 게 1997년인데 그때는 20년 전이니까 분위기가 지금과 진짜 많이 달랐어요. 여기자가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도 단란주점에 가서 도우미들을 부르고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로 많았어요. 그날 술을 좀 많이 마셨는데 제가 있는데도 선배가 도우미의 상체 주요부위를 더듬고 주물렀어요. 제가 보는데. 그런데 정말 수치심을 제가 느껴요. 왜냐면 내가 있는 데서도 그런다는 건, 그분들이 ‘여자는 언제든지 성적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의 인식을 제 앞에서도 숨기고 싶어하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노래방에 가면 저는 노래를 그렇게 불렀어요. 노래를 안 부르고 있으면 뭔가 다른 일이 벌어져요. 블루스를 추자고. 더 이상한 것은 저를 막 양보해요. 너랑 추라고 막 그러고. “아이, 부장님이 추셔야죠” 이래요. 제가… 제가 뭔데요? 그러면 이제… 나는 뭘까? 저 사람들에게? 어떤 선배가 노래를 부르다가 이 쪽에서 저한테 제 볼에 뽀뽀를… 좀 충격을 받았죠. 그때까지 항상 저의 자세는… 나는 벌써… 약간 좀 감정이… 죄송해요. 이런 거예요. 나는 내가 항상 자세가 정말 훌륭한 기자로서 일을 해야겠다 이런 자세인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기자가 아니라 여자로 먼저 볼 수도 있겠구나.

이지윤=저는 KBS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는 4년차 기자, 이지윤입니다. 제가 회식 자리 갔을 때 한 남자 선배가 저보다 훨씬 연차 높고,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인데, 저한테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오빠가 술 한잔 줄게.” 오빠가, 오빠가, 이런 얘길 하는데… 회식 중간에 이런 얘기 들은 적도 있었어요. 어떤 남자 선배가 다른 남자 선배한테 “너 그때 노래방 갔을 때 섭섭했냐? 도우미 안 넣어줘서?” 이런 얘기를 여자 후배들 앞에서 버젓이 하기도 하고. 회식이 다 끝나고 나면 “어어, 너희들 들어가. 이제 남자들끼리 야한 데 갈 거야.” 이런 얘길 한다든지. “다른 기수에는 누구누구 예쁜 기자가 있는데, 너네는 뭐냐. 너네는 실력파인가보다. 실력으로 들어왔어? 너네는 예쁜 애들이 없네?” 취재하기가 좀 어렵거나 인터뷰가 어려울 때는 “야, 가서 미인계로 설득 좀 해 봐라. 네가 미인계로 접근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자가 외모가 별로면 “누구는 뭐 어떻잖아” 이러면서, 예쁘면 예쁜 대로, 또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대로, 그런 평가가 항상 기자로서의 평가보다 좀 앞선던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박에스더=그때 내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내가 이걸 공론화를 해서 문제를 삼아야 돼’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 하고 ‘아, 나는 앞으로 언제든지 이런 걸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준비를 해야 돼. 안 당하도록!’ 만약 얘기를 하면 “쟤는 페미니즘 얘기하는 애야. 쟤는 뭐 조금만 무슨 일 일어나도 자기가 여자라서 그렇다고 얘기하는 애야.” 이런 식으로 찍히면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는 게 불가능하고 내가 무슨 하고 싶은 것을 얘기할 수도 없고 그런 분위기가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성추행을 당하고 희롱을 당하고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다른 차별만을 감당하기에도 너무 벅찼어요. 거기에다가 이런 문제까지 제기하면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냥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스무드’하게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인데도 힘든데, 내가 이런 문제까지 얘기를 해요? 그럼 제가 이 조직에서 어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이지윤=그런 얘기를 제가 할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일단 저는 아직 회사 생활해야 될 날이 많이 남아있는 데다가, 그런 사람들하고도 계속 같이 일을 해야 하고, 그런 얘기를 했을 때… 혹시 내가 그런 얘기를 용기를 갖고 솔직하게 얘기를 하면 “근데 네가 좀 그런 일을 당할 만하지 않았니?” 회사에서도 “지윤이 무섭지. 지윤이 앞에서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그런 얘기를 제가 여러 번 듣거든요. 그래서 이거(미투)를 또 할 때도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지윤이가 미투 발언을 했대” 이러면 “아, 역시 지윤이는 무서워. 말조심 해야지” 막 이러면서 그런 얘기가 분명히 나오겠죠.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고. 저는 더 세고 더 무서운 여기자가 되겠죠.

박에스더=또 레이블이 하나 추가되는 거예요. 나는 시끄럽고 무섭고 사람들이랑 잘 융화도 못 하는데 심지어 이런 문제까지 대놓고 얘기하는 그런 여기자가 될 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얘기해야죠.

이지윤=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뭐 엄청 대단한 그런 사건, 성폭행이나 이런 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여기자들이 일하기에 너무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고, 그런 대우가 많이 있고, 그런 평가가 많이 있다는 것을 꼭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거를 제가 말하지 않으면 저도 그냥 무뎌지고, 이런 것들에 되게 익숙해질 것 같거든요. 언론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과연 진정성 있는 보도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있었고. 그래서 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 언론계부터 바뀌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그래서 말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박에스더=내가 보도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찾아야 하는 기자인데, 내가 나의 생존을 위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눈감고 있다는 것 자체가 괴롭죠. 이런 문제가 결코 시끄러운 여자들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만드는 아주 근본적인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모두가 공유해야 되겠죠. 계속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방실=성희롱성 발언? 특히 치마 입고 가거나 이랬을 때 그런 발언은 정말 많거든요. 뒷모습이 너무 섹시해서 자기가 따라왔다, 이런 얘기도 들은 적 있고. 회사에서. 회식 자리나 이런 데에서 간부나 부장 옆자리에 앉아라, 술을 따라라, 이런 식의 강요는 거의 애교였고요. 갑자기 옆자리에 앉은 남자 선배가 옆구리에 손을 넣어서 감고 만진다든지. 이게 정말 현실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불시에 그런 식의 추행을 당하는 경우가 크고 작게… 습관적으로 그 선배 옆자리에 앉으면 손을 제 허벅지에 늘 올리고 계세요. (다른)남자 선배에게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다고, 이거 굉장히 위험한 행동 아닌가요? 이렇게 물어봤더니 ‘아니야, ○○는 저게 습관이야. 늘 술 취하면 옆에 남자가 앉건 여자가 앉건 허벅지를 만져.’

최은진=(남자 선배가)자기가 누구랑 밥을 먹기로 했는데 거기에 같이 가자 이러시는 거예요. ‘여기에 아저씨들만 가면 되게 그렇잖아. 너 같은 애가 옆에서 화사하게 있어줘야지.’ 그때도 기분이 너무 나빠서 화장실 가서 입술을 다 빡빡 지우고서는 진짜 고개를 처박고 밥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성희롱적인 발언들이나 외모 품평, 여자 후배, 여자 직원은 좀 화사하게 있어줘야 된다.

신방실=기상캐스터들이랑 같은 방에 있거든요. 실제 부장들이 심하게 기상캐스터들에게 술자리에 오라든지 이런 얘기도 있어서 그게 문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최은진=“걔 있잖아. 치마 짧게 입고 다니는 애.” (계약직 여직원에게)막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걔는 회사 오는 데 다리를 다 내놓고 다니더라.” 그래서 그 여직원이 저한테 일단 얘기를 했어요. 얘기를 했고. 자기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성피해 상담 고충을 넣어보자 했더니, 그 계약직 여직원이 ‘이거 계약직도 쓸 수 있는 거예요? 이러시는 거예요. 그때 또 말문이 턱 막혀서.

박대기=하루는 회사 사장님께서 신입 직원들을 격려해 준다고 연수원에 왔습니다. (식사 자리에서)사장이 가운데 않고 사장을 둘러싸듯이 사장 주변에 여자 아나운서들의 좌석을 배치해 놨더라고요. 여러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신입 여직원들을 높은 간부 주변에 좌석을 배치하거나 이런 일들을 많이 겪어서 그게 계속 반복이 되니까 좀 많이 불쾌했다. 혹은 불편했다. 이렇게 저한테 얘기하더라고요. (당사자가 없을 때) 제 동료 여직원들을 향해서 누구는 키가 큰 애, 누구는 키가 작은 애, 누구는 안 예쁜 애, 이런 식으로 외모적 특성을 가지고 부르더라고요. 남성 동료에 대해서는 주로 이름을 부르죠.

최은진=우리는 쉽게 말을 할 수 없는 처지잖아요. 조직에서 그 선배는 위에 있고, 한참 위에 있고. 나를 평가하는 대상이고. 그 계약직 여직원들도 다른 회사로 옮긴다거나 아니면 계약을 연장할 때 그 선배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조직의 이런 분위기에 눌려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게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신방실=이 조직사회에서 튀지 않고 무난하게 그냥 묻어가는 게 오히려 낫고. 이런 식의 주입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받아왔던 것 같아요. 제가 더 보수적으로 나가게 되고. 만약 그런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과 술자리는 좀 피하고, 가급적. 그 옆자리는 앉지 않는다. 아니면 다른 여자들과 같이 뭉쳐서 않는다. 이런 식의 나만의 생존전략 같은 것들을 세우게 된 것 같아요.

박대기=듣는 순간 ‘아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제대로 못하고 넘어갔던 그런 순간들이 엄청 많고요. 저만 정색을 하고 아니죠, 이렇게 하면 뭔가 분위기를 깨는 것 같고. 이상한 사람 되는 것 같고. 사실은 사람들이 기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현장을 보면 손을 들고 질문하고, 가서 고발하고 이런 걸 바라는 일인데 제대로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잡고 그러지 못하고 그냥 침묵하면서 공범이 돼 왔구나.

최은진=후배들이 똑같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애매한 것들, 내가 이거 피해 입은 거 맞아? 라고 갸우뚱하는 것들. 그런 정도의 피해를 입었을 때 이 친구들이 ‘선배, 저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불쾌합니다.’ 그런 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신방실=여자 기자들 역시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저도 제가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을 고백하고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 싶어서…

박대기=저희부터 그동안 잘못된 회사 안의 문화에 대해서 고백을 하고, 고발을 하고, 저희부터 자백을 하는 거예요. 이 영상을 보시고 비슷한 경험을 하셨거나 문제를 보셨으면 KBS 기자들에게 제보를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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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17 [13:36]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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