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신상털기’…피해자엔 2차 상처

권오성 | 기사입력 2018/02/22 [11:12]

도 넘은 ‘신상털기’…피해자엔 2차 상처

권오성 | 입력 : 2018/02/22 [11:12]

 도 넘은 ‘신상털기’…피해자엔 2차 상처

 

악플ㆍ신상털기로 두번씩 상처받아
-‘미투’ 가해자 가족 SNS 등도 2차 피해
-일부 언론ㆍ누리꾼 ‘도넘은 행태’ 우려
 

배우 겸 전 대학교수 조민기(52) 씨의 성추행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미투(MeTooㆍ나도 피해자다)’를 외쳤던 피해자들이 실명을 밝히며 동참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성범죄에 관한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는 지난 2013년 1월 폐지됐기에 피해자들의 고소가 없이도 경찰은 진상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의 지나친 행태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경제

조민기 사진. [제공=OSEN]


조 씨 가족 SNS 계정에 ‘악플’을 다는 누리꾼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추행 피해 학생들 ‘신상털기’도 늘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 씨 사건이 발생하고, 조씨의 딸 인스타그램 계정에 상당수 누리꾼들이 사건과 관련한 게시글을 올렸다. 이 SNS에 누리꾼들이 조 양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피해자 걱정부터 하세요”, “아빠가 그런 거 알고 있었어요?” 등 내용을 남긴 사실이 공개됐다. 조 씨의 아내 김 모씨의 계정에도 “남편분 의혹 사실인가요?”, “어린 피해자를 생각해보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22일 현재 두 사람의 계정에서 이같은 댓글은 삭제된 상황이다.

성범죄 의혹과 관련된 가해자 주위 사람들의 피해는 항상 문제의 대상이 돼 왔다. 아프리카 유명 BJ A씨는 최근 아버지의 성범죄 전력 사실이 공개되며 큰 고초를 치뤘다. 누리꾼들이 ‘신상털기’를 통해 A씨의 가족관계를 조사하던 중 아버지의 성범죄 전력을 확인했고, 아프리카 방송과 방송 게시판에 A씨에 대한 비난을 가득 채운 것이다. A씨는 “아버지가 잠시 멀리 나가 있는 줄로만 알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18세인 A씨는 ”무섭다“는 이유로 등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대한 언론ㆍ누리꾼의 대응도 문제가 됐다. 일부 언론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하며 실명을 언급하는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았다. 누리꾼들은 ‘신상털기’로 확보한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날랐다.

급기야 미투를 선언했던 신인 배우는 SNS를 통해 “많은 언론사에서 저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해왔다”면서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더 자극적인 증언만을 이끌어내려는 태도가 저를 더욱 힘들게 했다”는 게시글을 올리는 상황이 이르렀다.

신상털기, 악플과 관련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문제를 겪지만 한국이 유독 이같은 문제로 큰 홍역을 앓곤 해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법학자 다니엘 J. 슬로브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평판의 미래’ 서문에서, 악플이나 신상털기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을 언급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다른 나라도 이같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회의 상황은 과도하고 심하다”면서 “신상털기 등은 사회적 정의감에서 시작하지만, 상당 부분은 지나치다. 이성적으로 꼼꼼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씨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조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투 선언들과 다른 증거들을 통해 혐의가 명확해 보이긴 하지만, 경찰에서 해당 사실들의 진위 여부가 더욱 정확히 가려진 뒤에 비판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조 씨는 현재 피해자들과의 신체적 접촉이 있었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부분이 성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소속사 입장 발표를 통해 “한 가족의 가장에게, 한 가정에 상처를 입힌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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