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신용대출 12조↑…악화된 '가계부채의 질'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2/23 [08:25]

석달간 신용대출 12조↑…악화된 '가계부채의 질'

김웅진 | 입력 : 2018/02/23 [08:25]

 석달간 신용대출 12조↑…악화된 '가계부채의 질'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1450조 돌파

증가율 8.1%…文 정책에 증가폭 감소

반대로 신용대출은 급증세 '풍선효과'

금리 상승기, 가계부채 위험 더 커져

이데일리


 가계부채가 어느덧 145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신용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문재인정부의 가계부채 조이기 정책에 그 증가 폭이 줄기는 했다. 다만 주택대출을 옥죄자 반대로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질(質)은 더 나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국내외 금리가 연초부터 급등하면서 우려는 작지 않다.

◇가계부채 1450兆 시대

2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가계신용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은 1450조9000억원으로 전기 말(1419조3000억원) 대비 31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 달에 10조원 꼴이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부채 통계의 대표 격이다. 예금은행을 비롯해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우체국예금,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카드사, 할부사, 증권사, 대부사업자 등 국내 모든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을 망라한 것이다.

4분기 중 증가 폭은 지난해 1분기(16조6000억원), 2분기(28조8000억원), 3분기(31조4000억원)보다 컸다. 통상 연말인 4분기는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보다는 15조원 가까이 적었다. 지난해 4분기 당시 가계신용 증가율은 8.1%(전년 동기 대비)로 2015년 1월(7.4%) 이후 거의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분기별 증가율은 2015년 3분기부터 8분기동안, 즉 2년간 두자릿수를 넘었다. 박근혜정부가 대출 규제를 대폭 풀었을 때다.

문재인정부의 정책 방향은 달랐다. 가계부채 ‘몸통’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강하게 억제하자, 실제 관련 대출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예금은행 주담대 증가액은 6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원) 대비 2조원 이상 감소했다. 제2금융권인 비(非)은행예금취급기관의 증가액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원)와 비교해 4분의1 토막이 났다.

주담대 급증세가 한풀 꺾이자, 지난해 연중 가계신용 증가 규모(108조4000억원)도 3년 만에 가장 작았다. 2014년(66조2000억원) 이후 최저다.

한은 관계자는 “2016년까지 최근 4년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5% 정도”라며 “몇 년간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수준보다 과하게 부채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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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급증 ‘풍선효과’

문제는 주담대를 조이자 ‘더 위험한’ 신용대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예금은행 기타대출은 8조4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4조5000억원)와 비교해 거의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들어 분기별로 4000억원→5조7000억원→7조원→8조4000억원으로 증가 폭도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제2금융권 기타대출도 3조3000억원 늘었다. 석달새 은행과 제2금융권만 합쳐 12조원 가까이 는 것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상가·오피스텔 등), 예·적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을 말한다. 대부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이라고 보면 된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늘고 있는 것은 주택 거래의 부대비용 용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대출이 간소한 신용대출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전반의 질은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신용대출은 담보가 필요없어 간편하지만, 금리가 높아 위험도는 크다. 이런 경향이 가상화폐 광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까지 있을 정도다.

최근 국내외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6.23bp(1bp=0.01%포인트) 급등한 2.9500%에 마감했다. 지난 2014년 1월 이후 4년여 만의 최고치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0.2bp 오른 2.803%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이후 다시 2.8%대로 올라섰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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