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 '기적' 일군 작은 비엔날레

배수현 | 기사입력 2018/02/23 [08:39]

10만 명 '기적' 일군 작은 비엔날레

배수현 | 입력 : 2018/02/23 [08:39]

 10만 명 '기적' 일군 작은 비엔날레

 

 

올해 첫 개막한 강원국제비엔날레

평창올림픽 효과에 강릉이 북적

"뜻밖의 수확이었어요. 미술 문외한인데도 재밌게 본 작품이 너무 많아요."

대학생 권아름(23)씨는 지난 19일 평창올림픽 스키점프 경기를 보러 갔다가 인스타그램에서 강원국제비엔날레에 전시된 '개미 떼' 사진에 이끌려 강릉으로 향했다. 그가 본 개미 떼는 콜롬비아 작가 라파엘 고메스 바로스의 'House Taken(점령당한 집)'. 인간의 두개골을 맞붙여 만든 개미 조각상 400여 개를 벽에 붙인 작품으로 작가는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개미로 난민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콜롬비아 작가 라파엘 고메스 바로스의‘House Taken’. 인간의 두개골을 붙여 만든 개미 조각상 400여개를 벽에 붙여 만들었다. 곳곳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난민을 표현했다. /강원국제비엔날레


올해 처음 개막한 강원비엔날레는 국내외 유명 작가와 공모를 통해 참가한 23개국 58명(팀)의 비디오, 조각, 설치, 회화, 퍼포먼스 작품 총 11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 규모나 예산 면에서 광주·부산비엔날레와 비할 수 없이 작지만 작품 수준이나 관객 수에서 결코 만만하게 넘길 수 없는 흥행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 날인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누적 관객 수가 10만6800명. 설 연휴에만 2만명이 찾았다. 2016년 10회를 맞아 흥행한 부산국제비엔날레가 89일 동안 32만여 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화려한 기록이다. 예산도 광주비엔날레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2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내실 있게 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이란 주제가 한창 축제 분위기인 올림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인간이 자행한 악을 들여다보고 극복하면서 휴머니즘이 완성된다. 휴머니즘은 올림픽 정신이기도 하다"는 비엔날레 측 설명을 들으면 수긍이 간다. 인권, 환경, 빈부 격차 등 현실 문제가 잘 드러나는 작품들도 흥행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지역 미술인 안배 차원에서 의미 없이 치러왔던 특별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홍경한 총감독의 의도가 통했다.

강릉에 대규모 전시장이 없어 비엔날레는 전시 공간을 위해 녹색도시체험센터를 임대했고, 6억원을 들여 컨테이너박스로 임시 건물을 하나 더 만들었다. 컨테이너 건물은 최근 서울 성수동이나 홍대·건대 등 대학 앞에서 유행하는 카페나 쇼핑몰 외관을 연상케 한다. 쉽고 생동감 넘치는 설치미술, 사진, 행위 예술 작품이 모여 있어 관람객들 사랑을 받는다. 이예슬(36)씨는 가장 흥미롭게 본 작품으로 블라디미르 셀레즈뇨프의 '메트로폴리스'를 꼽았다. 조명이 꺼졌을 땐 반짝반짝 빛나는 서울의 야경이지만 조명이 켜지면 빈 병과 과자 상자, 라면 봉지 등 생활 쓰레기가 널브러진 모습이 드러나면서 도시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광부이자 사진작가인 전제현이 흑백사진으로 기록한 광부의 삶도 눈길을 붙든다. 사진이 걸린 컨테이너 안에 갱도를 재현한 공간이 있어 '광부' 체험도 할 수 있다. 작가 심승욱이 구호 단체에서 수집한 이야기를 최수진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가 몸짓으로 표현한 '안정화된 불안―8개의 이야기'와 스피커로 만들어진 바벨탑을 통해 소통의 문제를 표현한 김승영의 '바벨타워'도 소셜미디어에서 추천이 많은 인기작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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