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찬반공방..."안정성 확보 안돼" vs "블록체인 성장시킬 신규자산"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2/23 [08:50]

가상화폐 찬반공방..."안정성 확보 안돼" vs "블록체인 성장시킬 신규자산"

김웅진 | 입력 : 2018/02/23 [08:50]

 가상화폐 찬반공방..."안정성 확보 안돼" vs "블록체인 성장시킬 신규자산"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은 점차 상승해 1만1000달러 수준에 가까워졌다. 이는 이달 최저치 대비 약 80% 상승한 수준이다. 이에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개인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가격 폭락세를 견딜 의지가 이미 충분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만 가상화폐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아직까지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신규자산에 대해 걱정하는 몇몇 인사들은 “전통적인 자산을 추구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투기행위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반면 일부 자산관리자들은 가상화폐로 인해 투자 형태가 다각화될 수 있는 것이 향후 금융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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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 가격 추이. 2월부터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 코인데스크 제공



미국 통화 당국자, 투자 전문가, 금융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금융계 전문가들의 상반되는 가상화폐 발언을 살펴보자.

◆ “가상화폐 투자자들, 아직도 코인 기능 잘 몰라”...올해도 투기 우려 솔솔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시장에 출범한 지 9년이 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수 백개의 가상화폐들이 줄줄이 출시됐지만 각 코인들의 기능을 제대로 파악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보기 드물다. 제 3세대 코인으로도 불리는 카르다노(ADA)를 개발한 찰스 호스킨슨은 “사람들은 가상화폐 투기로 너무 쉽게 돈을 벌고 있다”며 가격이 급등하면서 차익 실현을 위해 금세 매도 물결이 일어나는 시장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싱가포르통화청(MAS) 핀테크부문 최고책임자인 소프넨두 모한티 역시 “사람들이 돈을 버는데만 급급해 가상화폐의 진면모는 보지 못하고 있다”며 호스킨슨 개발자의 발언에 동조했다.이같은 투기행위가 향후 가상화폐를 활용한 기술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관련 규제는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리플(XRP) CTO인 스테판 토마스는 “가상화폐 규제는 필수적”이라며 “주가조작과 같은 방식으로 가상화폐 가치를 대폭 올리는 암시장 활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감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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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조이스 사이버 담당책임자 / CNBC 캡처



하지만 규제가 하루 빨리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미미하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미국 정부조차도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학습에 급급해하며 “당분간은 시장 규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사이버 담당책임자인 롭 조이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각)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를 가하기에 미국 정부의 가상화폐 이해도는 부족한 상태”라며 “더욱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만 규제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가상화폐는 아직 안정성 확보 안된 신규 자산...손실 견딜 수 있을 정도의 투자는 OK”

규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보다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액수만큼만 투자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폐 자체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신규 자산이라 투자시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안하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미성숙도를 비판하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더리움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해왔던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가상화폐의 가치는 언제든 0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직 가상화폐는 자산으로 거듭난 지 얼마 안된 ‘휘발적 신규 자산’일 뿐 아니라 시장 자체도 미성숙해 개인투자자들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부테린 창시자와 같이 일각에서는 가상화폐보다는 가장 전통적인 기존 자산을 선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상화폐가 아직은 달러를 대체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가상화폐가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를 넘보지는 못할 것”이라며 “수 많은 가상화폐가 채굴되고 있는데 그 모든 알트코인이 뒤죽박죽 엉키게 되면 어떤 코인을 신뢰해야할 지 알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훗날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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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는 찰스 호스킨슨 카르다노 개발자/ 인풋 아웃풋 유튜브 캡처



호스킨슨 카르다노 개발자에 의하면 현재 가상화폐 시장이 직면한 문제점은 확장성(scalability), 안정성(sustainability) 그리고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문제점은 바로 안정성이다. 현존하는 가상화폐들에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 투자정보사이트 모틀리풀(The Motely Fool)은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점, 투기 세력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는 점, 가상화폐를 악용한 심각한 해킹 사태 등을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다.

◆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성장시킬 혁신적 신규자산”

가상화폐를 반대하는 세력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미래 기술의 혁신”이라고 칭하며 “이 때문이라도 가상화폐 산업을 안정적으로 키워나갈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블록체인 기술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해서는 안된다”며 “블록체인 육성을 위해서는 가상화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인터넷에 접속된 수 많은 컴퓨터에 동시 저장하는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기술중 하나로 거듭날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세계 금융기관들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있다. 지난 1월 말 네이버(KRX: 03420)가 대주주로 있는 일본 라인(TYO: 3938)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금융사업을 확장하며 “후진국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휴대전화를 통한 수도요금 결제 기능 등의 서비스 제공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금융권 내 블록체인 네트워크 활용은 특히 아시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일본의 주요 상업 은행인 SBI 홀딩스(TYO: 8473), 한국의 신한은행 그리고 우리은행 등은 리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 송금 처리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는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가상화폐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유명인사들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비트코인이 붕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자체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관심이 가상화폐 거래를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면에서만 봤을 때 비트코인은 꽤나 흥미로운 실험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칭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NYSE: JPM) 최고경영자(CEO) 역시 주장을 번복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칭했던 과거 발언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다이먼 CEO는 비트코인에 끼인 거품은 곧 꺼질 것이라며 비트코인에 내가 투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최근 JP모건 측은 “블록체인 기술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혁신 기술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가상화폐의 개념이 완전히 없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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