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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인 5명 중 3명이 성폭력 경험”
 
선지연   기사입력  2018/03/13 [10:17]

 “여성 영화인 5명 중 3명이 성폭력 경험”

 

 

영진위ㆍ여성영화인모임 2017년 영화계 성폭력ㆍ성희롱 실태 조사

한국일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소개 및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든든'의 공동 센터장인 심재명(왼쪽) 명필름 대표가 임순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을 하고 있다.

 


영화계 여성 종사자 5명 중 3명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인의 성폭력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경험은 5명 중 4명이나 됐다. 영화계에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유성엽 의원과 영화진흥위원회, 여성영화인모임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감독ㆍ배우ㆍ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폭력ㆍ성희롱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성폭력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46.1%였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신체 접촉을 한 경우는 물론, 사적 만남 강요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및 음담패설 등 물리적ㆍ언어적 성폭력을 모두 포함한 결과다. 그 중에서도 여성 응답자 중 61.5%가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해 남성(17.2%)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여성 5명 중 3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성폭력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었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80.9%였다. 성별 비율에서도 여성 응답자가 84.8%, 남성 응답자가 73.8%로, 남녀 모두에게서 성폭력 인지 경험이 높게 나타났다. 성폭력이 일상화돼 있는 영화계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성폭력 피해 유형별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평가, 음담패설’이 전체 28.2%로 가장 높았고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또는 원치 않는 술자리 강요’가 23.4%로 두 번째였다.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쳐다봄’이 20.7%,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가 18.8%,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도록 강요’가 15.8%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선 남녀간 인식 차이도 컸다. 앞의 문항에 대해 여성 응답자는 각각 40.0%, 33.4%, 28.9%, 27.6%, 22.3%로 나타난 반면, 남성 응답자는 7~2%까지 한 자릿수 비율에 불과했다.

또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한 경우가 전체 7.9%나 됐다. ‘성적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 평가 등에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6.3%, ‘고용, 평가 등에서 이익을 조건으로 성적 요구’를 한 경우도 5.7%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피해 고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로 느꼈지만 참았거나(44.1%) 모른 척 하면서 살짝 피했다(30.7%)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피해를 알리거나 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는 ‘넘어가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해서’라는 답변이 34.1%였고, ‘업계 내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31.0%)과 ‘캐스팅이나 업무 수행에서 배제될까 봐’(25.9%) 등 업무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큰 비율을 차지했다. ‘대처 방법이나 도움 받을 곳을 몰라서’라는 답변도 26.7%나 됐다. 성폭력 예방과 대처에 미흡했던 현실을 보여준다. 때문에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성폭력) 해결 절차에 대한 체계적 규정’(89.4%)과 ‘전문성을 갖춘 전담 기구 및 상담자’(88.7%)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은 2016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전개된 ‘문화계 내 성폭력’ 공론화 운동을 통해 여성 영화인 대상 성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인 실태 조사와 대책 기구 준비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도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든든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임순례 감독은 “여성 영화인들이 성폭력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살필 것”이라며 “일부에서 ‘#미투(Me Too)’ 운동을 두고 공작설을 제기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공동대표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도 “든든은 성폭력 예방뿐 아니라 교육과 홍보, 피해자 보호와 지원, 나아가 한국영화 성평등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 입안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며 “성평등한 한국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진 토론회에서 배우 문소리는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방관자였거나 암묵적 동조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고 성폭력을 근절하는 일에 책임감을 갖고 동료 여성 영화인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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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3 [10:17]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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