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대량감원 하면서 감세특혜도 요구…정부, 깊어진 고민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3/22 [09:52]

GM, 대량감원 하면서 감세특혜도 요구…정부, 깊어진 고민

김웅진 | 입력 : 2018/03/22 [09:52]

 GM, 대량감원 하면서 감세특혜도 요구…정부, 깊어진 고민

 

 

외투지역 신청서에 드러난 사업축소계획
5년 동안 6천명 줄일 예정이면
3500명 추가 감축 가능성
‘1조원 투자’도 신설 아닌 시설교체 
외투지역 요건 부합하는지 아리송 
신차 생산도 이미 예정됐던 것
외투지역 땐 5년간 100억여원 감면


 한국지엠(GM)이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서에서 대규모의 인력 감축 계획을 포함한 사업 축소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 등 지원과 정부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이 적절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한국지엠은 앞으로 5년간 고용인원을 1만7천명에서 1만1천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마감된 희망퇴직 신청자 수 2500명을 뺀 3500명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겨레


한국지엠 관계자는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 인원이 상당해 인위적인 정리해고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봉 2~3년치의 위로금이 지급되는 희망퇴직 신청자에는 정년퇴직을 앞둔 노동자 상당수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앞으로 4~5년간 발생할 자연감소 인력 규모를 알려달라고 회사에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 접수 뒤에도 현장에선 해고 대란설이 식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지엠의 1조원 규모 시설투자 계획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건에 미흡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은 제조업의 경우 3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공장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경우’를 지정 요건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지엠의 주된 투자가 기존 시설 교체라는 점이다. 부평공장에 4천여억원을 들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신차 생산을 위한 시설 교체를 하고 연구개발센터 안에 충돌테스트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창원공장에는 5천여억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이 중 일부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신차 생산을 위한 도장공장 신축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70% 이상이 새 시설로 교체되는 것이라며 ‘신설’이라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설 교체는 신증설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식이면 마힌드라도 쌍용차 생산 차를 바꿀 때 평택공장에 대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평에서 생산될 소형 스포츠실용차를 ‘신차’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한국지엠은 신청서에서 부평공장에서 시에스에스(CSS)엔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엔진은 트랙스 후속 모델인 프로젝트명 ‘9BUX’에 장착될 엔진이다. 사실상 지엠이 ‘9BUX’ 배정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러나 2016년 9월 한국지엠 노사 대표가 서명한 ‘미래발전전망’ 합의문을 보면, ‘부평에서 9BUX 생산을 위한 모든 프로그램 개발·생산 준비작업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정해철 노조 정책실장은 “신차를 무기로 협상을 시작해 놓고, 이미 생산 결정이 끝난 차를 신차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9BUX 한국 생산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한국지엠의 투자 계획을 승인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면, 한국지엠은 앞으로 5년간 국세 100억원과 지방세 3천만원을 감면받는다. 인력 감축을 예고한 투자 계획서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지자체가 심사를 마친 것이 아니며, 내용은 계속 바뀔 수 있다”고만 설명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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