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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마늘밭과 노랑 산수유꽃의 조화 … 눈부신 의성의 봄날
 
배수현   기사입력  2018/04/10 [07:40]

국가대표 배출한 컬링의 고향

화전리 산수유마을 꽃 만개

고운사 어귀도 봄 기운 물씬

중앙일보

‘산수유마을’로 불리는 경북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는 이맘때 가장 눈부시다. 산수유나무 10만 그루에 노란꽃 피고, 마늘밭이 초록으로 반짝인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도 산수유마을에서 촬영한 봄 풍경이 나온다.

 

“의성? 영미 고향?” 

마늘의 고장 정도로 알려졌던 경북 의성군의 수식어가 달라졌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여자 컬링 국가대표 덕분이다. 컬링 선수 4명의 고향으로 알려지면서 위상은 높아졌지만 5만3000명이 사는 농촌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일손이 바빠지고, 봄이 무르익으면 어김없이 산수유꽃이 만발한다. 

“마을엔 마땅한 식당이 없심더. 읍에서 뭐라도 잡수고 오이소.” 

지난달 29일 의성 산수유마을 노훈(58) 사무국장의 말을 듣고 의성공설시장부터 들렀다. 장날이 아니어서인지 시장은 한산했다. 소머리국밥 한 사발로 배를 채우고 산수유마을로 향했다. 읍내를 벗어나자마자 산수유의 고장을 증명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912번 지방도의 가로수가 죄 산수유나무였다. 20분 만에 사곡면 화전리, 즉 의성 산수유마을 어귀에 다다랐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봤던 장면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혜원(김태리)이 자전거 타고 좁은 농로를 달릴 때 길 왼편에는 초록 마늘밭이 싱그러웠고 오른편에 어른 키의 세 배는 족히 넘는 산수유나무가 샛노란 꽃을 틔웠다. 바로 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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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 활짝 핀 의성 산수유마을.

 

김태리 대신에 노훈 사무국장과 꽃길을 걸었다. 노 국장이 먼저 안내한 곳은 산수유 시목지(始木地)였다. 노거수 세 그루가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조선 선조 13년(1580) 마을 벼슬로 부임한 노덕래가 개울둑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심었다는 나무다. 화전 2, 3리에는 수령 300년이 넘는 산수유나무만 3만5000그루에 달한다. 비교적 최근에 심은 나무까지 더하면 10만 그루가 넘는다. 개울가, 논둑 뿐 아니라 동구길, 산등성이도 온통 노랗다. 

산수유꽃축제는 2003년 시작했다. 하나 지난해와 올해는 된서리를 맞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아예 취소됐고, 올해는 ‘축제’가 아닌 ‘꽃맞이행사’로 축소됐다. 군청 지원 없이 마을 주민들이 주도하는 행사여서 예년보다 초라해졌다. 그러나 주민들 말마따나 꽃은 다를 게 없다. 도리어 방문객이 적어 차분하게 꽃을 감상하기엔 더 좋다. 

비교적 넓은 평야가 있는 화전 3리와 달리 화전 2리는 산골짜기에 들어가 있어 아기자기했다. 사방이 산으로 둘려있고 다래넝쿨이 많아 예부터 ‘숲실’이라 불리던 마을이다. 마을 뒷산 전망대에 오르니 아늑한 마을 풍경이 고스란히 한눈에 들어왔다. 어느 방향을 둘러봐도 골짜기마다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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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화전 2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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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마늘밭과 노란 산수유꽃이 눈부신 산수유마을.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부녀회 회원들이 행사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가마솥에 두부를 찌고, 채소를 다듬는 손길이 바빳다. 길모퉁이에 좌판을 깔고 말린 산수유·서리태·땅콩 등을 파는 배영희(67) 할머니가 긴 한숨을 쉬었다. 

“우린 쉴 틈이 없어요. 6월에 마늘 수확하면 그 자리에 모내기를 해요. 10월에 추수하고 11월에 마늘 심고 나면 이듬해 1월까지 산수유 열매 따서 말려야 해요. 틈틈이 콩과 고추도 거둬야 하고.” 

산수유마을을 먹여 살리는 건 산수유만이 아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작물은 마늘이다. 화전리 주민 수입의 80%가 마늘이란다. 지난해 사곡면 마늘 수확량은 2085t으로, 의성에서 금성면(2820t) 다음으로 많았다. 행사 음식을 준비하던 임순자(71) 할머니가 마늘 자랑에 열을 올렸다. “의성 마늘 먹다가 다른 거 먹으면 영 심심허지. 컬링 선수들이 꿀에 절인 마늘 먹고 힘냈다잖소.”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의성 마늘의 주종은 ‘한지(寒地)형 마늘’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난지형보다 씨알이 작고 옹골차다. 매운맛과 단맛이 강하고 살균작용을 하는 ‘알리신’이 많다. 사화산(死火山)인 금성산(530m)에서 나온 화산 토질과 큰 일교차가 의성 마늘 맛의 비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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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운산 자락의 천년고찰 고운사에도 봄이 왔다. 절 곳곳에 목련이 꽃잎을 틔웠다.

 


산수유와 마늘 말고도 의성의 자랑거리는 많다. 의성을 전국에 알린 건 컬링이지만, 의성컬링센터는 일반인이 이용할 수 없었다(6월 일반인을 위한 컬링체험장이 개장한다). 대신 천년고찰 고운사를 들렀다. 고운사는 사촌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한 뒤, 그리고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템플스테이·사찰음식체험 같은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은데 봄에는 느긋하게 산책만 해도 좋다. 야생화가 지천이다. 가운루에서 내다본 산사의 풍경이 근사하고, 우화루 뒷마당에 앉으면 지붕들 위로 등운산(624m)의 고운 자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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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리 산수유마을

◆여행정보
3월 31일 시작한 의성 산수유마을 꽃맞이행사가 오는 8일까지 이어진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활짝 핀 산수유꽃을 볼 수 있다. 서울시청에서 산수유마을까지는 290㎞, 자동차로 약 3시간 걸린다. 마을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다. 군청 주변 모텔이나 산운마을·사촌마을에 있는 한옥을 이용하면 된다. 행사장에서 칼국수·비빔밥 등을 팔지만 맛집을 찾는다면 군청이 있는 의성읍으로 가야 한다. 소머리국밥(7000원)을 파는 들밥집(054-834-2557), 돼지 모둠숯불구이(1인분 8000원)가 맛있는 문소식육식당(054-834-2217)을 추천한다. 시장 한편에 연탄불에 닭발을 굽는 식당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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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읍 문소식육식당에서 먹은 마을양념모둠숯불구이.

 

배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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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10 [07:40]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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