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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그리고 섬…찬찬히 봐야 더 예쁘다
 
배수현   기사입력  2018/04/12 [10:40]

 

외나로도 진면목은 우주센터 에워싼 봉래산… 산중턱에 펼쳐진 푸른 삼나무·편백나무 군락/세모 모양의 수천그루 나무들, 겹겹이 포개져 마치 카운트다운 기다리는 우주선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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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봉래산 초입에서 20분 정도 오르막을 오르면 사방이 트인다. 북쪽으로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를 연결하는 연도교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에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산에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오래된 나무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덧붙여졌다. 여느 지역에 있는 특이한 나무처럼 승천하지 못한 용 얘기였다. 하지만 다른 지역 나무와 달리 이곳의 용이 변한 나무는 하늘로 올라갔다. 용이 승천한 자리엔 표식과 함께 죽은 나무가 놓여 있다. 이곳저곳에서 숱하게 들었을 만한 죽은 나무 한 그루에 담긴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보단 그저 씩 웃게 된다. 그래도 이곳에선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용이 승천해 향하는 곳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하늘 어딘가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곳에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미지의 공간으로 향하는 우주선이 발사된다. 용의 승천은 허구지만, 우주선 발사는 현실이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과 미지의 공간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 전혀 관련 없는 허구와 현실의 얘기를 한 공간에서 풀어내고 있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는 우리나라와 우주를 이어주는 공간인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우주선 발사 시설이니 이것이 전부인 양 여겨진다. 하지만 이 우주센터보다 외나로도의 진면목은 우주센터를 둘러싼 봉래산에 있다.

◆언제든 우주로 날아갈 듯한 수천대의 우주선

바다에서 보면 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다고 해 이름 붙은 나로도는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구분되는데 둘 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외나로도에 우주로 향하는 우주센터가 들어서기 전부터 자체에서 뿜어낸 매력이 철철 흘러넘쳤던 곳이다. 다만 남쪽 끝에 있는 곳이라 접근이 쉽지 않고, 1990년대 들어서야 다리가 놓였다. 지금도 심리적 거리는 매우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그래도 우주에 가는 것보다는 손쉽게 갈 수 있다. 미지의 세계는 가고 싶어도 못 가지만, 나로도의 매력은 마음만 먹으면 느낄 수 있다.

이 매력을 느끼려면 우주센터를 둘러싼 봉래산 산줄기를 올라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장쾌한 풍경을 마주하고, 이국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에 매료된다. 아마도 일거양득이란 표현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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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봉래산 중턱엔 삼나무, 편백나무 군락이 있다. 수천 그루의 나무가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길 원하는 우주선처럼 곧게 뻗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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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무선중계소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시작해 봉래산 정상을 찍은 뒤, 시름재로 내려와 삼나무 및 편백나무 숲을 둘러보는 코스로 3∼4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주위의 풍경에 푹 빠진다면 시간을 예상할 수 없다.

주차장에서 왼편으로 난 길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봉래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삼나무 및 편백나무 숲을 둘러보는 길로 나뉜다.

등반이 힘들다면 바로 숲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봉래산은 초보자들도 힘들이지 않고 탈 수 있는 산이다. 봉래산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는 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나무를 잘 보는 것이 좋은지, 숲을 보는 게 좋은지는 각자의 취향이다. 다만, 숲의 모습은 봉래산 정상으로 향해야 만날 수 있다. 숲으로 바로 내려가 울창한 나무만 보는 모습과 정상을 들른 후 숲으로 가는 길의 차이는 크다. 가능하면 능선을 타고 올라 풍광을 내려다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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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하산길에는 우거진 삼나무,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정상으로 방향을 잡는다. 바로 오르막길을 만난다. 경사가 제법 되지만, 구간이 길지 않다. 20분 정도 오르막을 오르면 된다. 주위는 나무들로 시야가 가려 다른 곳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 오르막을 오르면 사방이 트인다. 북쪽으로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를 연결하는 연도교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에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그 뒤편은 예내저수지다.

이제부터 정상까지는 능선길이다. 약간의 굴곡이 있지만,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하며 정상까지 길이 이어진다. 정상 가는 길 곳곳이 전망대다. 섬 산을 오를 때는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보는 맛에 매료된다. 중국 사신들이 이곳을 내왕하며 나로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반해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인 봉래산으로 이름 붙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중국 사신들이 봤던 당시 외나로도의 봉래산 풍경과 지금의 모습은 다르다. 산 중턱에 펼쳐진 삼나무, 편백나무 숲 때문이다. 예내저수지 뒤편부터 시작해 봉래산 칠부능선까지 군락이 펼쳐져 있다. 산의 다른 나무들은 이제 막 신록이 들고 있지만, 삼나무, 편백나무 군락은 온통 푸른 빛을 유지한 채 곧게 뻗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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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서 내려다보니 그리 안 커보이지만, 세모 형태의 나무 모습만은 뚜렷하다. 세모 형태의 나무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삼나무나 편백나무 숲은 전국 곳곳에 있지만, 이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만약 중국 사신들이 이 풍광을 봤다면 더 극찬했을 듯싶다.

진달래와 현호색 등의 봄꽃을 즐기며 정상 부근에 이르면 암봉을 만난다.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니다. 아찔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많이 위험하지는 않다. 일행들이 손을 잡아주면 거뜬히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정상은 봉수대가 있던 자리다. 바위들을 막 쌓은 엉성한 돌탑을 오르는 듯하다.

정상에서 시름재 방향으로 하산한다. 숲이 우거지고, 나무뿌리가 튀어나와 있는 등 길이 불편해 사람들이 다니기 싫어했다는 시름재에 이르기 전, 용이 변했다는 용송을 만난다. 나무 기둥부터 굽이쳐 자라 살아 있었으면 장관이었을 용송은 태풍 매미로 부러졌다. 이를 두고 지역에선 고흥 우주센터가 들어선 뒤 소명을 다한 용이 승천했다고 표현한다. 꽤 어울리는 해석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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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송은 사라졌지만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길 원하는 우주선처럼 쭉쭉 뻗은 수천 그루의 나무가 승천을 기다린다. 바로 삼나무, 편백나무 숲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조성됐다. 일본은 삼나무로 배를 만들었는데, 이 나무들도 배를 건조하기 위한 재료 조달을 위해 심어졌다. 편백과 삼나무 숲은 21.6㏊로 편백나무 7000그루, 삼나무 2000그루가 있다. 모두 수령 100년에 이르는 나무들로 대부분 기둥 두께가 두 아름은 능히 된다. 높이도 30m에 이르는 거목들이니 바로 아래서 나무를 위로 올려다보기 힘들 정도다. 나무숲 사이로 빛도 쉽게 통과 못하는 듯 한낮에도 제법 어둡다. 나무에서 뿜어내는 치톤피드를 한껏 마시며 등산을 마무리하면 된다. 숲길을 쭉 따라가면 출발했던 주차장 쪽으로 갈 수 있고, 숲길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가면 나로우주센터로 이어진다.

등산하지 않고 좀 더 편하게 고흥의 바다 풍경을 누리려면 미르마루길이 있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용바위까지 4㎞ 구간으로 용과 하늘의 우리말 미르와 마루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시작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바위, 사자바위 등을 지나고 다랑논, 몽돌해변, 에메랄드빛 바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다음달 12일에는 미르마루길 걷기축제가 열린다.

◆바다에서 자라는 나무… 우도의 갯벌

고흥엔 23개 유인도와 200여개 무인도가 딸려 있다. 상당수 섬이 연륙교 또는 연도교로 연결돼 있다. 이중 다리가 놓이지 않고, 배가 다니지 않지만 뭍과 연결된 섬이 있다. 바로 우도다. 소머리 모양의 바위가 있어 소섬 또는 쇠섬이라고 부르다가 우도로 바뀌었다. 또 다른 유래로는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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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우도는 물이 들어오면 12시간 동안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12시간 동안 육지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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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졌을 때 우도 전망대에 오르면 뻘밭 위 흙 둔덕에서 자라는 서너 그루 나무를 볼 수 있다.


우도는 하루에 두 번 간조 시에 물길이 열린다. 물이 들어오면 12시간 동안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12시간 동안 육지와 연결된다. 지금이야 물이 빠졌을 때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놓였지만, 과거엔 뭍에 나오려면 물 빠진 뻘밭을 걸어야 했다.

물이 빠졌을 땐 무인도인 각도와 보치섬이 우도와 연결된다. 또 상구렁섬, 중구렁섬, 소구렁섬도 나란히 형제처럼 떠 있다. 우도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이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물이 빠졌을 때 전망대에 오르면 뻘밭에 나무 서너 그루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흙 둔덕이 있고, 그 위에 서있는 나무들이다. 그 아래엔 초록 풀잎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다. 마치 ‘어린 왕자’에 나오는 행성에 뿌리내린 바오바브나무처럼 식물이 살기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우도에선 갯벌에서 바지락과 낙지 등을 잡는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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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지죽도를 둘러보면 크고 작은 주상절리가 계속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죽도는 우도에 비하면 대도시다. 연륙교인 지죽대교를 통해 고흥반도와 연결돼 있는데, 부속도서인 대염도, 죽도, 목도 등과 함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지명은 섬 안의 호숫가에서 자라는 지초라는 풀과 호수에서 글자를 따서 지호도라고 부르다가 지호도 옆에 있는 ‘죽도’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죽도가 됐다. 섬 남쪽에 암벽이 늘어서 절경을 이룬 금강죽봉이 있다. 배를 타고 봐야 그 웅장함을 볼 수 있다. 금강죽봉을 비롯해 섬 외관은 크고 작은 주상절리가 계속 이어져 있다. 아직 개발된 곳이 아니어서 다니기에 불편할 순 있지만, 훼손이 덜 된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 있다.

배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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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12 [10:40]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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