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재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韓경제 전반적 성장성도 저해"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4/20 [08:56]

KDI "재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韓경제 전반적 성장성도 저해"

김웅진 | 입력 : 2018/04/20 [08:56]

 

아시아경제

 


  재벌기업이 대주주의 이익 증진을 위해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등 대기업 집단 내 기업에만 자원이 몰리는 것이 우리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9일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한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효율성 하락'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한 자원배분 효율성의 하락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2011년 이후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내외의 낮은 수준을 지속, 성장률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어진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 역시 2011년 이후 연평균 1% 수준으로 하락해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이 이 원인을 찾기 위해 2006년에서 2015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 기업의 총생산성 증가율 둔화요인을 분석한 결과, 상호출자제한 대규모 기업집단 내 기업들의 자원배분 효율성이 2011년 이후 뚜렷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출자제한 대규모 기업집단은 현재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칭하는 말이지만, 조사가 진행된 2006년~2015년까지의 기준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이다. 이른바 '재벌 대기업'이다.

분석 결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유지한 집단의 자원배분 효율성 기여도는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2015년에는 총생산성 증가율을 노동생산성의 경우 2.4%포인트, 총요소생산성의 경우 3.6%포인트 가량 낮췄다. 반면 기업집단이 아닌 독립기업의 형태를 유지한 기업의 자원배분 효율성 기여도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며 뚜렷한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조 연구위원은 "기 업집단 소속 기업이 독립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자본을 점유,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업집단에서 목격되는 자원배분 효율성 하락은 기술수준 저하가 아니라 노동과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왜곡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처럼, 생산성이 높은 독립기업에 일감이 가지 않고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 계열사에 일감이 가면서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기업집단 내에서는 기업의 퇴출도 드물게 이루어지면서 우리 경제 역동성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연구위원은 "피라미드 형태의 소유지배구조를 갖는 기업은 모든 규모에서 독립기업에 비해 퇴출률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 생산성이 낮은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시장에 더 오래 머물면서 자원배분 효율성을 하락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집단 내의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 연구위원은 "인적분할을 통한 추가 자본 투입 없는 지배주주의 지배권 확대, 손자·자회사 지분요건 완화 등은 기업집단 소속 기업과 독립기업 간 자본조달 능력 격차를 확대해 자원배분 효율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배주주의 과도한 지배력 행사로 인해 기업집단 소속 기업 간 비효율적 자원배분이 이뤄질 경우 지배주주에게 실질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다양한 규율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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