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마크롱의 떡갈나무 선물이 사라진 이유는

김선경 | 기사입력 2018/04/30 [10:32]

백악관서 마크롱의 떡갈나무 선물이 사라진 이유는

김선경 | 입력 : 2018/04/30 [10:3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떡갈나무 묘목이 ‘증발’했다. 이 묘목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가 독일군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둔 프랑스 북부 벨로 숲 인근에서 가져온 것이다. 양국의 오랜 유대관계를 상징하는 묘목인 만큼 나흘만에 사라지면서 이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한 로이터 사진기자가 촬영해 송고한 사진을 보면 두 정상이 지난주 직접 삽을 들고 묘목을 심은 자리가 휑하다. 대신 노란 잔디만이 묘목의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조선일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떡갈나무 묘목이 사라졌다. / BBC 홈페이지 캡처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23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 묘목을 백악관 잔디밭에 심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100년 전, 미국의 군인들은 프랑스 벨로에서 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며 “이 떡갈나무는 백악관에 남아 우리의 유대관계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프랑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프랑스를 홀대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마크롱 대통령의 비듬을 털어주고 수시로 등·어깨·손을 잡으며 ‘브로맨스’를 과시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방미 마지막날인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등 작심발언을 하자 이에 복수했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선물을 핑계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 변화를 믿지않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무를 선물해 그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미 의회 연설에서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the Planet Great Again)”며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해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사라진 묘목의 행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백악관에 설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묘목이 검역을 위해 세관으로 옮겨졌다는 설이 가장 신빙성을 얻고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은 수입국의 식물 위생 증명서가 없는 식물의 반입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 프랑스판은 엘리제궁 소식통을 인용해 “묘목은 잘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식물학적 관점의 해석도 나온다. 프랑스 라디오 프로그램인 ‘프랑스인포’는 통상 떡갈나무를 심기에 알맞은 때가 가을이라는 점을 들어 이 묘목이 10월쯤 다시 백악관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프랑스인포는 “여름이 지난 후의 건조한 날씨에도 떡갈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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