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정의 원더풀 남태평양] 바다에 보석 뿌린 듯… 시간도 머물다

나순희 | 기사입력 2018/05/14 [09:28]

[박윤정의 원더풀 남태평양] 바다에 보석 뿌린 듯… 시간도 머물다

나순희 | 입력 : 2018/05/14 [09:28]

남태평양 섬들을 찾아

세계일보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동남아 휴양지에서의 휴식은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 인도양 몰디브나 북태평양 하와이로 여행도 그리 어려운 결심은 아니다. 대부분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곳으로, 피곤한 일상에 ‘쉼’을 꿈꾸며 떠날 채비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익숙한 여행지 말고, 조금 더 멀리 떠나보고자 한다. 지구 반대편을 돌아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섬들로 말이다. 남태평양 산호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섬들은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섬들이었다. 고갱이 말년을 보내며 원색 가득한 그림을 그렸던 아름다운 곳, 새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 펼쳐진 곳, 그곳이 바로 타히티다. 

세계일보

일본 도쿄에서 이륙해 파페에테로 향하는 비행기. 티아레꽃으로 장식한 승무원에게서 남태평양 향기가 느껴진다.

 

세계일보


일반적으로 타히티로 알려진 남태평양 일대의 정식 명칭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다. 남태평양 중부의 광대한 해역에 분포하는 프랑스 해외 영토인 이곳은 소시에테제도, 투부아이제도 등 130여개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장 큰 섬이 소시에테제도의 타히티섬이다. 타히티섬은 ‘타히티 누이’라고 불리는 큰 섬과 ‘타히티 이티’로 불리는 작은 섬이 지협으로 연결된 조롱박 모양을 하고 있으며, 북서해안에 위치한 파페에테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중심도시이다. 소시에테제도에는 타히티뿐 아니라 자매 섬인 모레아(Moorea), 후아히네(Huahine), 보라보라(Bora Bora) 등이 치명적인 남국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세계일보

타히티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남태평양의 여성들. 꽃으로 장식한 화려한 색상의 모습들이 마치 고갱의 원색 가득한 그림과 같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타히팀섬 주민들은 꽃으로 집을 장식한다.


폴리네시아는 ‘많은 섬들’이라는 뜻으로 남태평양 전역에 펼쳐져 있는 섬과 해역을 말한다. 서부엔 엘리스, 통가, 사모아, 토켈라우, 피닉스 제도가 있으며 중부엔 쿡제도, 북부는 하와이제도, 남쪽에는 이스트섬과 뉴질랜드가 있다. 작은 섬들은 대부분 산호초고 큰 섬들은 화산섬이다. 광대한 영역에 걸쳐 흩어져 있지만 폴리네시아인들은 명확한 단일인종을 형성하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뉴질랜드 마오리족 언어와 하와이 카나카족 언어가 소통될 만큼 동일한 문화와 언어를 유지해 온 것이 놀랍다. 그러나 서구 열강의 대항해시대를 거치면서, 하와이는 미국, 서부지역은 영국, 동부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지금도 그들의 영토이거나 연방에 속해 있다. 

타히티 지역 역시 1842년 보호령 조약을 강제로 체결했고, 1880년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다가 1957년 정식으로 프랑스 해외영토로 편입됐다. 

세계일보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섬의 풍경. 새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 펼쳐진 곳, 그곳이 바로 타히티다.

 

세계일보


현재는 프랑스가 이 지역을 현대적인 리조트 시설로 단장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언어를 말살하려는 강력한 식민통치 아픔을 겪었으며 현재도 독립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가 1965년부터 이곳에서 수소폭탄을 비롯해 210여 차례 해양 핵실험을 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핵실험은 타히티 폭동과 국제사회 비난 등으로 1996년 종료되었지만 지금도 핵실험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특급호텔이라는 크루즈를 타고 진행했다. 아름다운 섬의 리조트에서 휴양을 취하는 것보다 여러 섬들을 방문하고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기에는 크루즈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크루즈는 소시에테제도 주요 섬들과 함께 쿡제도의 섬들에 기항한다. 소시에테제도 서쪽에 위치한 쿡제도는 영연방 소속 자치국가로 1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남국 타하티섬의 휴양지를 사진에 담고 있는 사람들.


18세기 말엽, 이곳을 방문한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 이름을 땄다. 1888년에 영국 보호령이 되었으나, 1900년이 되기 전 뉴질랜드에 편입되었으며 1965년 군사 분야를 제외한 자치권을 얻었다. 이번 여행은 타히티와 함께 쿡제도의 라로통가(Rarotonga), 아이투타키(Aitutaki)를 함께 둘러보며 남태평양 바다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껴볼 것이다. 

크루즈 승선은 타히티 수도 파페에테에서 한다. 한국에서는 타히티까지 직항편이 없어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직항이 있는 일본 도쿄를 경유하는 방법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비행기를 두 번 이상 갈아타야 한다. 한 번만 환승해도 되는 도쿄를 경유하더라도 타히티까지 13시간을 비행해야 한다. 환승 시간까지 포함하면 20시간에 달하는 여정이다. 그나마 두 번을 경유하면 파페에테까지 24시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아직은 우리에게 먼 나라인 셈이다. 

세계일보

산호로 둘러싸인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문화를 바다 위를 떠다니는 특급호텔 크루즈를 타고 체험한다.

 

세계일보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가 오전 10시에 인천공항을 떠났다. 도쿄에서 환승하고 남태평양을 날아 파페에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다. 시차가 19시간이니 시차만큼 비행해 시간의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비행기는 보석을 뿌려놓은 듯 아름다운 남태평양 작은 섬들 위를 날아 타히티에 접근한다. 아침에 도착해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보석 같은 산호섬들의 풍경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비행기의 덜컹거림과 함께 인류의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타히티에 도착했다.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타히티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