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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모양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김향숙   기사입력  2018/05/16 [15:46]

 달팽이 모양의 유선형 미술관, 그 자체가 예술 작품
천장에서 내리쬐는 자연광, ‘하늘이 열린 듯’ 장엄함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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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 미술관의 전경/사진=고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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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를 마주한 하얀 유선형의 미술관은 미국 철강계의 거부이자 자선사업가인 솔로몬 구겐하임이 1937년 비구상회화미술관(Museum of Non-objective Painting)이란 이름으로 설립했고, 1959년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미술관 건축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구겐하임 미술관은 1943년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설계에 따라 착공을 했지만, 무려 16년 세월의 우여곡절을 거쳐 1959년에야 완성됐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 시간, 장소,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건축’의 디자인 개념을 만들었으며, 왕성한 활동으로 작품이 400여 점에 이른다. 대표작으로는 구겐하임 미술관과 시카고의 로비 하우스, 펜실베니아의 낙수장이 유명하다.

◇ 큰 달팽이 모양의 진보적인 구조… 예술계 반발로 16년 만에 완공

큰 달팽이 모양의 독특한 외관과 계단이 없는 나선형 램프로 이뤄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뉴욕 도시가 갖는 격자 구조와 대립하는 원형 형태다. 층의 구분이 없어 경사로를 따라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며, 중앙의 개방된 아트리움을 통해 몇 개 층을 같이 볼 수 있다. 이동하는 램프는 단순한 통로 기능만이 아닌 전시를 겸비한 공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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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 미술관의 채광창/사진=고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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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를 따라 6층에서부터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램프를 돌고 나니 어느새 입구 로비까지 이르렀다. 1층 로비의 정중앙에서 빛이 들어오는 천정을 바라볼 때의 감동은 쉽게 잊을 수 없다. 사방이 원통형의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내부 공간에 유일하게 유리로 처리한 천장에서 새어 들어오는 자연광이 로비 바닥까지 내리비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360도로 열린 하얀 나선형 램프와 그 길을 따라 움직이는 관람객의 모습들이 거대한 조형물처럼 버티고 있었고, 그 공간이 바로 예술 작품이었다.

천장 중앙의 대공간은 마치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형용하기 어려운 장엄함이 주는 미술관 천정은 나선형의 램프와 어우러져 건축미의 절정을 이루었다. 나는 로비 바닥에 누워 수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마지막 작품이자, 그의 가장 오래 걸린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시작 후 6년 되던 1949년에 솔로몬 구겐하임이 암으로 사망하자 재단 이사진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설계안을 수정 요구했고, 첫 설계안과 많이 달라지며 난관에 부딪혔다. 우여곡절 가운데 1956년 공사가 재개됐지만, 시작부터 또 다른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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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바라본 센트럴파크/사진=고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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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대 미술가로 명성 있던 윌렘 드 쿠닝, 프란츠 클라인, 로버트 마더웰 등은 경사진 벽에 작품을 거는 것이 작품 배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계안이라 하여 반대 성명을 냈다. 이에 반해 라이트는 “구겐하임이 수집한 비구상회화와 추상회화는 기존의 미술관 사각형 틀에서 벗어나 진보적인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설계안을 관철했다. 1959년에 미술관은 완성됐지만, 라이트는 미술관 건물의 준공을 6개월 앞두고 사망했다. 지금까지도 나선형의 전시 공간은 작품 전시가 까다로워 수많은 예술가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20세기 비구상과 추상 작품 소장… 칸딘스키 작품 최다 보유

2011년 6월에는 이곳에서 이우환의 회고전이 열렸다. 2000년 백남준의 회고전 이후 한국 작가로는 두 번째 개인전이었다. 뉴욕 구겐하임에서 이우환의 회고전은 세계시장에 한국 작가의 위상을 떨쳤고, 그를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서 자리를 확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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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레이(Man Ray)가 찍은 페기 구겐하임 초상

구겐하임 미술관의 소장품은 창립자 솔로몬 구겐하임의 의도에 따라 20세기 비구상과 추상 계열 작품이 대부분으로, 세잔·드가·고갱·마네·피사로·르누아르·로트렉·고흐 등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과 피카소의 초기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몬드리안·파울 클레·샤갈, 특히 칸딘스키의 작품들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컬렉션을 만들기까지는 초대 관장인 힐라 본 르베이의 영향이 컸다. 소장품 중에는 솔로몬 구겐하임의 상속자이며 조카인 페기 구겐하임이 수집한 영국 추상표현주의 거장 프란시스 베이컨과 다다와 초현실주의 대가 달리, 기리코, 막스 에른스트, 이브 탕기, 뒤샹, 피카비아 등의 작품도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각종 교육 프로그램 및 기획전을 개최하는 것 외에도 매년 구겐하임 상을 수여하는 국제미술전을 열어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뉴욕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스페인 빌바오에도 구겐하임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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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애는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사진작가다. 한국미술관과 토탈미술관 등에서 전시회를 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됐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은 그가 전 세계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60곳의 현대미술관을 소개하는 예술 기행서다.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모던,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등이 담겼다. 책에 게재된 60곳의 현대미술관 모두 건축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장소지만, 그 중 하이라이트 20곳을 엄선해 소개한다.

[고영애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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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6 [15:46]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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