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에 ‘항구적 핵포기’ 강요…로하니 “수용 못해”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5/23 [10:16]

미, 이란에 ‘항구적 핵포기’ 강요…로하니 “수용 못해”

김웅진 | 입력 : 2018/05/23 [10:16]

폼페이오, 12개 요구 제시 “안 받아들이면 최강 제재”

CNN “완벽한 환상” 비판…사실상 정권교체 요구한 셈

EU도 “대안 없다” 거부

경향신문

 

 

미국과 이란이 정면충돌로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데 이어 이란에 한층 강화된 12개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새로운 합의 체결을 요구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이 새 합의를 거부하면 역대 최강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란은 굴복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전략’에 대해 연설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12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핵합의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구사항에는 군사적 핵프로그램의 항구적이고 검증가능한 포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모든 핵 관련 시설 접근 허용, 탄도미사일 확산 중단과 핵탑재 미사일 개발 중단 등이 포함됐다. 모든 억류 미국 시민 석방, 예멘·레바논 반군 지원 중단, 시리아 철군, 이스라엘 위협 중단 등도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목록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길게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단지 이란의 거대한 악행 범위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핵합의를 체결하면 모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고 현대화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합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오직 실질적이고 입증가능하며 지속가능한 노선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기존 핵합의를 파기하고 내놓은 대안을 두고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전략이 아니라 지역 긴장만 고조시킬 희망적 사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CNN은 “완벽한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수전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서 “평양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테헤란에도 적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재와 압박만으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은 잘못이며, 압박 작전 실행을 위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의 협조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정신 나간 과도한 요구”라며 “이는 정권교체 요구인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수용을 바라고 내놓은 조건이 아니라 정권교체로 가겠다는 공언에 가깝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결국 이란 국민은 자신들의 리더십에 대해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대이란 압박을 통한 정권교체 문제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이란은 트럼프 정부의 제안을 곧바로 거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 직후 연설을 통해 “이란과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당신(폼페이오)은 도대체 어떤 자인가”라면서 “(12가지 조건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은 독립적인 만큼, 지금 세계는 미국이 세계를 위해 결정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두 발로 서서 우리의 갈 길을 거침없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 입장에서 트럼프 정부의 요구는 사실상 항복선언에 가깝다는 평가다. 

트럼프 정부에 기존 이란 핵합의 유지를 설득했던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이란 핵합의 탈퇴가 해당 지역을 어떻게 핵확산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만들지를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이란 핵합의의 대안은 없다”고 밝혔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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