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독주 멈춰 세운 ‘독한 자들’

김종분 | 기사입력 2018/05/31 [10:19]

마블 독주 멈춰 세운 ‘독한 자들’

김종분 | 입력 : 2018/05/31 [10:19]

 

국내영화 ‘독전’ 예상 밖 선전

동아일보

다양한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흥행 중인 영화 ‘독전’. 특정 캐릭터와 장면에 관한 질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해영 감독의 모습에서 꼼꼼한 설계로 만들어진 영화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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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전’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독주를 끝내더니 개봉 8일 만인 29일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로 최단기간이다. ‘독전’은 장르는 흔한 범죄물이지만 탄탄한 기본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형사 원호(조진웅)가 실체가 불분명한 마약 조직 우두머리 ‘이 선생’을 쫓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설계해 몰입감을 높였다.

‘독전’이 개봉하기 전에는 범죄 영화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해영 감독(45)이 연출을 맡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년)로 데뷔한 이 감독은 ‘페스티발’(2010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년)을 연출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지금까지는 오리지널 기획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써왔는데, 틀을 깨보고 싶었다”며 “정서경 작가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장르 영화의 기본인 몰입감에 충실하려 했지만, 사건 위주로만 영화가 흐르지 않도록 캐릭터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주인공 원호는 ‘마초’ 같지만 여리고 감정에 잘 흔들린다. 또 다른 핵심인물 락(류준열)은 버림받은 조직원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켜야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인물. 극을 이끄는 원호와 그를 지켜보는 락의 시선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원호가 락의 멱살을 잡고 ‘왜 도발했냐’고 추궁할 때, 락이 ‘방금 그거 꿈꾸신 거예요’라고 하는 장면은 이런 둘의 관계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말이 안 되는 대화지만, 속내는 락이 원호를 관찰하고 있고 그의 눈동자를 보며 괜찮다고 달래는 듯한 장면”이라며 “만약 영화를 2번 본다면 첫 번째는 원호의 입장에서, 두 번째는 락의 입장에서 지켜보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주혁(진하림 역)의 파격적 비주얼과 거친 캐릭터 연기는 여운이 짙다. 이 감독은 “불꽃같은 연기”라고 회상했다.

“저는 물론이고 다른 배우와 모든 스태프가 하림의 첫 등장부터 매순간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존재감에 짓눌려 숨 막힐 듯한 휘몰아침이 더할 나위가 없는 연기였습니다. 그게 관객에게 잘 전달됐길 바랄 뿐이에요.”

‘독전’은 원작인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마약전쟁’(2014년)과 달리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마치 오락영화로만 남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다. 감독은 결말을 이렇게 설명한다. “누가 누구를 응징하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독전’은 집착했던 신념의 부질없음을 직면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영어 제목도 ‘빌리버(Believer)’죠.”

이 밖에 화려한 비주얼과 미장센, 오연옥(김성령) 보령(진서연) 등 신선한 여성 캐릭터, 동영 주영 남매(김동영 이주영)의 ‘변사’를 연상케 하는 수화 통역 신 등 인상적인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 감독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가장 기뻤다”며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영화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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