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지표... 신성장 동력이 없다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6/01 [10:46]

엇갈리는 지표... 신성장 동력이 없다

김웅진 | 입력 : 2018/06/01 [10:46]

 반도체ㆍ자동차 수출 힘입어

제조업 체감경기 2개월째 상승

광공업ㆍ건설업 등 산업생산

17개월 만에 최고 폭 반등

설비투자ㆍ소비는 하락세 전환

경기선행지수도 부정적

“반도체 효과 빼면 고용 최악

성장 흐름에 속도는 둔화” 우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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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기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제조업 체감 경기가 상승하고, 산업 생산도 반등하면서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설비 투자와 소비는 하락세로 전환했고, 현재와 미래 경기 흐름을 각각 내다볼 수 있는 경기 지수는 뒷걸음치는 등 부정적 지표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일단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개선 흐름세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제조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8로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5~23일 전국 3,313개 법인기업을 대상(응답률 83.9%)으로 설문한 결과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토대로 산출하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긍정, 이하면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제조업 업황BSI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4월 상승 전환한 뒤 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업종별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영상통신장비(85→91)와 자동차(64→77)의 상승폭이 컸다.

4월 광공업과 건설업의 호조로 산업생산이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주목된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전(全)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5% 증가했다. 2016년 11월(1.6%) 이후 1년5개월만에 가장 큰 증가폭으로, 2월과 3월 각각 0.2%, 0.9% 감소한 후 석 달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이를 견인한 것은 광공업과 건설이었다. 4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4% 늘었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이 전월보다 4.4%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3월보다 2.2%포인트 높은 72.5%를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의 하락세는 우려를 낳고 있다. 4월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1.0% 감소했다. 1~3월 연속 증가하다 감소세로 전환됐다. 설비투자도 3.3% 줄었다. 3월 7.8% 감소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경기 흐름을 전망하는 경기지수가 하락세라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0.4포인트 하락한 100.0을 기록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8(1월)→100.6(2월)→100.4(3월)→100.0(4월)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100 미만이면 불황으로 보고 초과면 호황으로 판단한다. 통상 이 지수가 6개월 이상 하락할 경우, 경기 하강 국면으로 판단한다. 현재 경기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4월 0.1포인트 하락한 99.7을 기록했다. 올 들어 보합을 유지하다 처음으로 하락했다.

혼재된 지표 속에 기획재정부는 ▦세계경제 호조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추경 집행효과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그 속도는 둔화할 것으로 진단하며 반도체가 아닌 다른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경기 흐름은 반도체 효과와 추경 영향을 제거하고 봐야 한다”며 “경기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는 고용 지표가 최악이란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장도 “세계 경제가 호조세인에도 우리 경제는 오직 반도체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성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정부 전망(3.0%)보다 낮은 2.9%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용도 본격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2018년과 2019년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31만6,000명)보다 작은 20만명대 중반과 초반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5세 이상 인구 증가 폭의 빠른 둔화,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등이 그 이유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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