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최저임금 후폭풍에 임금인상률도 15년만에 최대.."인건비 부담에 고용 여력 줄어"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8/06/09 [12:07]

[뒷북경제]최저임금 후폭풍에 임금인상률도 15년만에 최대.."인건비 부담에 고용 여력 줄어"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8/06/09 [12:07]

 [뒷북경제]최저임금 후폭풍에 임금인상률도 15년만에 최대.."인건비 부담에 고용 여력 줄어"

 

올 4월까지 741개 업체 평균협약임금인상률 5.6%
임금교섭 안끝난 9,920곳까지 포함땐 인상률 더 상승 가능성
노동시장 밖에 있는 취준생들에게는 오히려 고용 장벽 높아져

 
[서울경제] 올 들어 노사 간 교섭으로 증가한 ‘협약임금인상률’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로자들에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주는 기업들 역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통계로 확인된 셈인데요. 청와대의 설명처럼 근로자의 근로 소득이 늘어난 효과는 분명 있지만, 문제는 불황 업종들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노동시장 밖에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오히려 고용 장벽이 높아졌다는 데 있습니다.

9일 고용노동부의 임금 결정 현황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노사 간 교섭으로 임금 인상률을 결정한 741개 1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협약임금인상률은 5.6%에 달합니다. 이는 2003년(6.4%)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3년간(2015~2017년) 같은 수치가 3%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민간부문의 인상률이 5.7%로 공공부문의 인상률(2.4%)을 압도했습니다.

협약임금인상률은 100인 이상 사업장이 노사 교섭을 통해서 임금을 인상한 비율을 의미합니다. 즉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영세 중소기업이 아니라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 온 규모가 꽤 큰 업체들이 조사 대상인 셈인데요. 노조가 ‘16.4%’라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지렛대 삼아 사측과의 교섭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임금 상승률이 높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 위에 있는 사업장들이 대부분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임금 상승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는 안좋은데...임금인상률, ‘호황기’ 2000년대 초반 육박= 고용노동부가 임금 결정 현황조사를 시작한 1998년 이후 협약임금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입니다. 2000년 7.6%였고, 2001~2003년에도 6% 이상을 유지했죠. 당시 임금을 끌어올렸던 요인은 시장이었습니다. 경기가 호황이었습니다. 외환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중국 특수로 끌어올렸고 수출 사정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경제성장률(GDP)도 2000년에는 8.9%에 육박했습니다. 물론 2002년에는 역대 최대 최저임금 인상률(16.8%)을 기록했지만 경기 호황에 부작용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고용률이 60%로 전년에 비해 1%포인트 오르기까지 했죠.

문제는 지금 경기 사정이 달라졌다는 데도 정부가 일방통행식 임금 정책으로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데 있습니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은 1.0%에 불과합니다.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2.9~3.0% 성장이 예상됩니다. 물가상승률 1.5%를 감안 해도 최저임금 인상률 16.4%가 부담스럽게 작용하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올 1~4월 노사 교섭을 마친 714개 사업장의 협약임금인상률은 경기 호황 때와 맞먹는 5.6%입니다. 아직 교섭이 끝나지 않은 9,920곳의 임금 협상이 완료되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직 올해 임금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곳이 9,920곳에 달합니다. 더군다나 노조는 최저임금 인상과 산입범위 조정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사측을 압박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립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된 영향으로 협약 임금인상률은 연말까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기업 현장에서는 ‘악’소리...취준생 ‘고용장벽’은 더 높아져=기업 현장에서는 ‘악’소리가 나옵니다. 완성차 업체의 2차 벤더인 A기업(근로자 500인 이상)의 경우 최근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들의 임금은 16.4% 인상하고, 그 이상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임금은 6%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A업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상당히 크다 보니 그 이상의 임금을 받는 직원들도 대폭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며 “업계 불황으로 수익은 나날이 떨어지는 데 인건비 부담이 커져 올해 신규 고용은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기업 규모별 임금 결정 현황을 보면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의 타격이 더 컸습니다. 100~300미만 사업장의 임금 총액은 5.9% 상승했고, 300~500인 미만 사업장(4.9%), 500~1,000인 미만 사업장(7.0%)의 인상률도 상당했습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1,000인 이상 사업자는 4.4% 증가했습니다.

취업 준비생 등 노동시장 바깥 계층의 진입로가 좁아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의 취지와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풍선효과는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3개월 연속 10만명대로 내려앉은 데다 공무원 응시생 등 비경제활동인구도 지난 4월 13만4,000명이나 늘었습니다. 성 교수는 “일자리를 유지한 사람들의 임금은 높아지고,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계층의 상황은 나빠져 정부 정책의 의도와 달리 소득 불평등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합니다.

 
아직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업체들은 더 애가 탑니다. 지난해 7,3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6년 만에 흑자 전환한 대우조선해양은 기본급을 4.11% 올려달라는 노조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올해 임금 10% 반납을 주장합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실적이 나아진 것도 채권단 지원을 받은 덕분이고 아직 회사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라며 “회사는 몇 년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데 노조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제시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최근 임단협에 돌입한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노조에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과 성과급 ‘250%+α’ 등을 요구받았습니다. 반면 사측은 산업 여건을 고려해 기본급 동결과 임금 20% 반납을 노조 측에 제시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도 올해 기본급 5.3% 인상과 성과급으로 순이익의 30%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실적이 20% 가까이 줄었는데 임금 인상과 별도로 노조 1인당 2,80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요구한 셈이죠.

이 때문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이에 따르는 전체적인 인상 효과를 산업별로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특히 자동차, 조선 등 불황 산업의 경우 성장의 파이가 유지되거나 줄었는데도 인위적인 임금 정책에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상당합니다. 민간 경제연구소 출신의 한 노동경제학 전문가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상승하는 데 따르는 산업별 분석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면밀한 분석을 통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황당한 해명 내놓은 고용노동부=사실 이와 관련된 기사는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7일자 지면을 통해 먼저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해명자료를 내놨습니다. 연도별이 아닌 매년 4월 말 기준으로 보면 올해 상승률은 지난 2000년 7.0%, 2002년 6.1%, 2003년 6.5%, 2012년 5.7%에 이은 다섯번째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연도가 아닌 월별로 보면 올해 임금 인상률은 ‘15년 만에 가장 높은 게’ 아니라 ‘2000년 이래 다섯 번째로 높아서’ 보도내용이 틀렸다는 고용부 해명은 다소 황당합니다. 고용부 통계대로 4월 말 기준으로 올해보다 임금 인상률이 높았던 해는 IMF 외환위기 직후 호황기(2000~2003년)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호황기(2012년)뿐입니다. 올해가 그런 호황이 아닌데도 임금 인상률이 높다면 원인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돌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여집니다. 결국 고용부가 보도 반박을 위해 내놓은 수치가 보도 내용을 뒷받침한 꼴입니다. ‘첫 번째’를 ‘다섯 번째’로 바꿔 최저임금 후폭풍의 책임을 피하려 했지만 실패한 듯합니다. 또 통계의 특성상 다른 연도에도 4월 말 기준으로 볼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계절적 영향이 크지 않은 통계인데다 이미 노사간 합의에 의해 결정된 임금 현황이 있는 데 그것들을 굳이 무시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상률이 왜 높은가”라고 묻는 기자에게 “올해 상반기는 수출 등 경기 지표가 좋았고 대체로 연말에 이를수록 임금 인상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임금 인상률의 한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지표를 보면 경기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임금 인상률은 고용부가 확인하지 못한 ‘그 영향’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고용부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문제를 외면하는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합니다. /세종=강광우·이종혁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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