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양승태 핵심 측근 간 ‘사법농단 직거래’ 새 증거 나왔다

권오성 | 기사입력 2018/06/11 [10:49]

박근혜·양승태 핵심 측근 간 ‘사법농단 직거래’ 새 증거 나왔다

권오성 | 입력 : 2018/06/11 [10:49]

 

우병우가 원했던 ‘원세훈 전원합의체 선고’ 15일 후 만나

법조계 “임종헌, 윗선 지시없이 청 드나들었겠나”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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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강하게 밀어붙이던 2015년 7월 임종헌 법원행정처 기획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회동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거래’ 의혹의 물적 증거가 추가됐다. 당시 임 실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관련 문건 생산을 진두지휘했고, 우 수석은 명실상부한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끝난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출석해 우 전 수석과의 유착관계를 강하게 부인했다. 임 전 실장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전화 통화한 적이 없다”며 “(우 전 수석은) 카운터파트를 법원행정처장으로 생각했다”고 나름의 근거까지 댔다.

■ 두 사람의 묘한 회동 시점

임 전 실장이 우 전 수석과의 만남을 감추려 한 것은 삼권분립 훼손 시비와 재판거래 의혹을 증폭시킬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이 묘하다. 회동 보름 전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에 대법원이 13 대 0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환송했고, 1주일 뒤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 1월22일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원세훈 전 원장 사건 관련 행정처 문건에는 “BH 최대 관심 현안→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했는데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며 “우병우 민정수석→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대목이 있다. 임 전 실장으로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 전 원장 사건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우 전 수석을 만나자고 할 명분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임 전 실장은 원 전 원장 재판과 관련해 특별조사단에서 “(청와대에서) 항소기각을 기대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선고 후에 당시 법무비서관인 곽병훈 비서관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곽병훈 전 비서관도 “행정처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오해를 풀어주는 것(을 임 전 차장이 요청했다)”이라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진술을 정리하면 ‘우 전 수석이 법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재판에 관여를 요청했지만, 두 사람이 알아듣게 해명했다’는 것이다. 즉 임종헌-우병우 직거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회동 직전, 재판거래 증거로 의심되는 문건이 법원행정처에서 다량 생산되는 시점에 임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다시 살아나게 됐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관계자는 “설마 대법원이 재판거래를 했겠냐 싶지만 임 전 차장이 기조실장 시절 청와대에 직접 들어갔고 만난 사람도 다른 사람도 아닌 우 전 수석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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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선 지시 없이는 불가능

임 전 실장이 단독 결정으로 청와대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다. 전직 행정처 관계자는 “아무리 임 전 차장이 활동적이라고 해도 윗선의 허락도 없이 민정수석을 만나고 다닐 수는 없다”면서 “적어도 당시 박병대 처장, 혹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전 지시를 받았거나 사후 보고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재판거래 등 의혹에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조사단의 결론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내놓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 사람의 회동 사실에 특별조사단 측은 “자체 조사단의 성격상 관여자의 진술을 파고들 수가 없다. 두 사람이 만났는지, 임 전 차장의 진술이 허위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임 전 차장이 자신은 우 전 수석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기록했을 뿐이지 우리가 만나지 않았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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